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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이 잠들 때 - 심장석의 비밀
이스터린 키레 지음, 유숙열 옮김 / 이프북스(IFBOOKS) / 2021년 7월
평점 :
"사실 우리가 아는 현실 세계만 유일한 세상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어떤 사람들은 두 세상을 가르는 아주 얇은 베일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나는 두 가지의 현실을 끌어안는데 아무런 문제를 못 느끼고 오히려 그로 인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매우 풍부해진다고 느낀다. 따라서 나는 독자들에게 그 경험을 선사하려고 노력한다. "- 이스터린 키레
사냥꾼 빌리는 꿈속에 나타나 그를 괴롭히는 잠들지 않는 강을 찾아 위험한 여행을 떠난다. 그 지역 산림청이 지정한 숲 수호자이기도 한 빌리가 심장석을 찾기 위한 여정을 감행한다.
주인공 빌리는 자신이 사랑한 여성의 묘에 꽃을 꾸준히 놓을 정도로 사랑의 행동을 하며, 하룻밤을 묵어가는 크리슈나가 그들 가족이 덮어야 할 담요를 준 것이 아닌지 확인할 정도로 섬세하고, 결혼의 필요성으로 못 느끼며, 상속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의 외로움의 근원을 고민하고 거기서 답을 얻어 자기 스스로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호로호로새의 후견인이자 들소들의 수호자이자 "숲은 제 아내입니다."라고 말하는 그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어느 날 홀연히 떠날 수 있는 그 용기, 대담함과 여행 내내 보여준 침착하고 용감한 모습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커져갈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읽은 소설의 주인공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며 좋았던건 나가랜드에서 자라는 낯선 식물들(조토, 가라, 가파,세니가 등등)과 신화나 전래동화 등을 알게 되었다는 것(심장석, 호랑이인간, 숲의노래, 우케페누오푸,제나의 날 )이다. 인도판 '어린왕자' 같다. 각 마을 지나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있고, 그 사람들이 전해주는 조언과 지혜를 수용하며 그 길을 이어가는 점이 비슷하다.
읽는 내내 이 소설이 그림책으로 만들어져 아이들에게도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 자연에 대한 경외심, 생명에 대한 예의와 배려, 사랑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크룹피미아마을에서 아테를 만나 경험한 것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이 마을 이야기는 마녀로 지목당하고 죽임을 당한 수많은 여성들을 떠오르게 했다. '악마'로 불리우는 여성들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만의 마을을 만들었고, 그 곳에서 약초를 캐며 자신들을 지키며 살아갈 뿐이었다. 아테 역시 자신이 누군지 생각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자신을 자신인냥 받아들이며 두려워하며 살았으나 빌리와 심장석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모습을 보게 되고 옛이야기와 거짓된 말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아테는 빌리와 함께 그 마을을 떠나 새로운 삶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가방을 들고 계속 걸어간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가진 죄의식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빌리는 더이상 심상석이 필요없어 그것을 아테에게 준다. 그는 아테가 죽음이 아니라 생명으로 가득찬 자신을 믿기를 바라고 새롭게 지어내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랐다.
읽는 내내 빌리의 여행에 함께 걸어나간다는 기분이 들었고, 아테가 나왔을 때에는 더 큰 몰입감을 가졌다. 그녀의 자기 자신에 대한 슬픈 현실과 자신의 자매 조테에 대한 사랑과 신뢰, 측은함이 가슴 깊이 느껴져 나 역시 슬펐고 아팠다. 그러나 그녀가 빌리와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행에 흔쾌히 떠나며 그녀의 단호한 실행력과 독립성, 선한 영향력을 통해 한 사람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빌리가 그녀를 살렸듯이 비보우를 보호하며 살리는 일을 이어서 해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것은 '미망인'이라는 표현이다. 개정판이 나온다면 '미망인'이라는 표현보다 좀 더 나은 표현을 찾아보면 좋을 거 같았다. ('동반자가 먼저 떠나버린 여인들'이라든가, '동반자를 잃은 여인들' 등등의 표현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 대한 한줄평은,
나가랜드 지역의 민족, 문화, 역사, 전통, 식생까지 알 수 있고 그 안에 담긴 지혜와 가치가 살아숨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을 억압하는 어두운 힘과 맞서 싸우는 환상적인 소설.
인상깊은 구절
p20. 어쩌면 답은 노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외로움을 그저 다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받아들임으로써 더는 적이 아니라 동반자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p21. 갑작스레 여행 짐을 꾸리는 충동은 빌리에게 의미심장한 영향을 미쳤다. 그날 저녁 마침내 쉬려고 침대에 눕자 마치 어떤 거대하고 무거운 짐이 그의 등에서 막 떨어져나간 것처럼 느꼈다. 그는 출발을 상상하면서 홀가분함을 느꼈다. 빌리는 어쩌면 무언가 변했다고 생각했다.
p28. 잠들기 전에 빌리는 크리슈나가 그들 가족이 덮어야 할 담요를 준 것이 아닌지 확인하였다.
등블을 끄자, 오직 숲의 소리만 들렸다. 부엉이 소리, 개구리 울음소리, 그리고 각종 풀벌레들의 합창 소리. 빌리는 몸을 뒤집고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아니, 아니에요! 그리지 말아요. 사브, 우리는 숲의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언제는 이렇게 살아왔어요. 괜찮을 거에요."(크리슈나)
p35. 빌리는 할 수만 있다면 그 호랑이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p36.)그래서 그가 쏜 총알이 빗나가서 기뻤다.
p38. 마을의 몇몇 남자들이 극비리에 호랑이로 변신하는 민간전통이 있다.
p39. 앙가미족(인도북동부는 나가랜드주에 거주하는 나가족의 주요부족)
p47. "물물교환이 구식이 된 것은 정말 애석한 일이에요."
p70. 음식을 먹는 그 간단한 행위가 그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주고 전날 그가 느꼈던 피로를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p70. 그의 몸은 그에게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고 그는 몸의 말에 귀 기울이기 원했다.
p77. 하늘은 깊고 맑게 푸르렀고 간간이 구름이 낀 평화로운 그 풍경을 그는 오랫동안 바라보다았다. 그 풍경은 그가 왜 거기 있는지조차 거의 잊게 만들었다.
p"여긴 우리의 고향이에요. 아세요? 우리는 여기를 버리고 다른 곳에 가서 살 수가 없다고요. 우리 탯줄이 여기 묻혀 이쏙요. 만약 우리가 다른 곳에 가서 자리 잡는다면 우리는 편히 쉴 수 없을 거에요."(수발레)
p117. "강이야."
그가 말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도 빌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는 앞에 있는 바위들 위로 희미한 물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마침내 잠자는 강에 도착한 것이다! 엄청난 흥분감이 빌리를 꼼짝하지 못하게 했다. 빌리는 무릎을 꿇고 그대로 잠시 멈춰 있었다.
p128. "아마도 당신이 이전에 여기에 왔던 사람들과 달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영혼이, 당신의 마음이 커다랗다나ㅡㄴ 게 보였으니까요. 그리고 내가 가르칠 수 있고 다른 사람들보다 영혼에 대해서 더 잘 받아들인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심장석을 찾는데 그렇게 끌렸다면 거기에는 아마도 반드시 더 깊은 이유가 있을 겁니다."(카니)
p129. "당신 자신에게 감사하십시오,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겁니다."
p133~134. "절박할 때 이름을 부르세요. 이름이 가장 강력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름을 부르면 당신은 공격하는 어떤 혼령도 물리칠 수 있을 겁니다."
p134. "아무도, 심지어 당신 자신도 믿지 마세요. 언제나 깨어 있으셔야 해요."
p174. "지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는 걸 말해주고 공물을 받는 것은 그냥 의례입니다. 그것마저 없다면 여기서 우리는 완전히 고립딘 것처럼 느끼니까요. 비록 우리를 내쫗은 마을이기는 하지만 무언가 쓸모가 있다고 느낀다면 오히려 그 마을을 돕는 방식으로 되갚아주는 것이지요. 이상한(p175.)방식이지만 그것이 우리가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입니다. 만약 우리가 아무 할 일이 없다면 우리는 여기서 죽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마을은 우리 이름을 계승할 아이들이 없기 때문에 망할 것입니다."
p 203. " 새로운 삶을 시작할 거라면 왜 옛날 삶에서 그렇게 많은 것들을 끌고 가야 할까요? 새로 시작하는데 오로지 방해만 될 뿐이에요. 다시 옛날이 그립고 비참해질 테니까요. 나는 여기에서의 내 삶이 끝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그리고 새로운 삶에 집중해야죠."
p225. "당신은 이제 그 이전 어느 때보다도 훨씬 더 강력해요. 당신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으로 가득찬 당신이 믿는 바로 그 새로운 사람이에요. 당신의 힘은 파괴가 아니라 새롭게 짓는 것을 돕는 거에요."
p267. "심장석을 더욱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동안의 투쟁들이에요. 나는 당신이 이 심장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내 심장석은 내 마음 속에 있어요. 나는 심장석의 진리를 내 마음 속에 새겨넣었고 아무도 그것을 훔쳐갈 수 없어요."
p283. "심장석은 우리 안에 있는 여적인 정체성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우리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어두운 힘과 맞서 싸우는데 그것을 사용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