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넘기지 않는다 - 페미니스트 킬조이가 보내는 쪽지
에린 웡커 지음, 송은주 옮김 / 신사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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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페미니스트 킬조이가 맞서는 소위 "즐거움"은 가부장제의 즐거움이다. 다시 말해서 페미니스트 킬조이는 멀쩡히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사실상 전혀 즐겁지 않은 것들에 맞선다.'

킬조이는...
읽는내내 나를 힘들게 했고, 이해하는데에(이해했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오랜시간이 걸리게 하고 책을 덮고 나서는 "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찾아봐야겠어!" 하고 인터넷을 뒤지게끔했다.

우선 내가 '웃어넘기지 않는다' 이 책이 쉽지 않았던건 익숙치 않은 글의 전개와 문체(짧은문장으로 뚝뚝 끊기는데 멀미가 날 정도였다. 특히 '강간문화에 관한 쪽지' 챕터에서는 그 경험자체가 공포이기에 더 세게 느껴졌고 빠른 호흡이 느껴져 졸도직전까지 휘몰아치는데 끔찍했다.), 밑줄이었다. 밑줄이 오히려 이해의 한계와 혼란을 주다니!!!
그리고 표현에 대한 난해함을 아주 자주 느꼈다. 예를 들어 '다시, 인칭대명사 나는 중요하다. 나는 우리가 검토하고, 책임지고, 공간이 필요하다면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장소다.' 라거나 '여자들의 우정에 관하여 이야기한다는 것은 너무 잠정적으로 느껴진다. 최근 비행에서 나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잠정적이고, 부분적이며, 임시적이다.' 같은.
그리고 문화 자체가 낯설고 생소해서 이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니콜 브로사르의 '살인자는 젊은 남자가 아니었다'라는 에세이에 대해서나 바로 뒷따라 나오는 아메드의 '이상한 사람들' 역시...

혼자서 기존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읽기에는 어려운 책이었다. 후기까지 포함해 200페이지 조금 넘는 책임에도 보름을 넘게 붙잡고 있었고, 막연하게나마 저자가 건넨 이야기를 추정해볼수 있었다. 따라서 이 책은 여러명이 스터디를 하듯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은 맞다.(그러니 머리를 싸매고 끝까지 읽고 어설프게나마 후기를 쓰는 것이겠지)

저자가 서론에서 밝힌대로 '이 책은 이런저런 시도의 모음이다. 대화를 위한 글이면서 대화에서 나온 글이다. 공유하는 경험과 공간을 다룰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기 위해 비평이론과 문화적 자료들을 이용한 책이다. 또한 저자의 한계를 지닌 불완전한 책이다. 인상이 나쁜 여자인 나.' 로 보고 읽으면 되겠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느껴진 부분이 있다. 가부장사회에서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낯설고 테두리밖의 이야기로 구성된 강간의 이야기가 허구이며, 이 가부장사회가 이 허구를 만들고 폭력의 주체자이자, 은닉자였으며, 피해자를 입다물게 분위기를 조장하고 강요한 '보이지 않는 권력'이었음을 알게끔 판을 깨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 판을 깨는 역할을 페미니스트가 하는데, 그들은 '현대생활의 물질제 조건이 젠더, 계급, 인종의 불평등 위에 세워져 있음을 인식하는 사람. 가부장 문화가 여성과 다른 타자들에게 본질적으로 강압제으로 숨막힌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이런 불평등을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이면서 무너뜨리려는 사람. 이것이 엄청난 일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 설명한 것이 인상깊고, 가슴깊이 공감하고 동의한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킬조이는 혼자 힘으로만 해나갈 수 없다는 것, 즉 친구가 필요하고 지원해주는 네트워크, 동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요즘 내가 제로웨이트 운동 실천 중 하나인 '거절하기' 와 맥을 잊는 '거부'가 나오는데 ....

'때로는 거부가 페미니즘적인 행동이다'

'끊어냄으로써 말하는 것이다. 나는 참을 수 없는 세상, 참아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 세상을 재생산하지 않겠다고.'

저자는 결국,
우리가 킬조이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해 '나'를 찾고 의식적으로 '나'라는 인칭대명사를 쓰며 가부장제 현실 그대로를 드러내기 위해 찬물을 끼얹는 '웃어넘기지 않'으며 이러한 것들을 함께할 친구, 네트워크, 동맹을 맺어 유지, 확장하며 거부를 통해 기존의 가부장제가 유지해온 것들을 참아내거나 재생산 않겠다고 다짐하고 행동해야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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