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으로 다시 쓰는 옛이야기
지현 외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
'여자가 혼자서 뭘 할 수 있겠어.'
'도대체 이 여편네는 집에서 뭐하는 거야. 아이들 하나 제대로 간수 못하고...'
'북어와 여자는 삼일에 한 번씩 해야 한다.'
'구미호는 교활하고, 순수한 청년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악한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많이 듣고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러한 이야기에 아기의 반론하지도 못하고, 어쩔 때는 동조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 뭔가 모를 저항감이 생기고, 이질감을 느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야기가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점차 우리의 언어를 찾아내려 노력했고, 그 언어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내고 있다.
이프북스는 이러한 변화 속에 앞장서고 있다 꾸준히 여성 스스로가 여성의 언어로 글쓰기 작업을 할 할 수 있게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출판물을 내고 있다.
이번 '페미니즘으로 다시 쓰는 옛이야기' 역시 여성 언어로 여성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특히 인상깊게 읽었던 것은 구미호에 대한 이야기였다. 구미호는 지적장애여성이다.
동네의 남성들은 그녀를 소외시키고, 그녀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럼으로써 여성이 그들의 폭력 안에서 무기력해지게 하고, 자신들의 폭력을 합리화하거나 은폐시킨다. 그리고 문제 주범으로 여성을 지목하고, 그러한 분위기를 조장한다. 힘을 가진 자가 폭압으로 순종하게금 하고, 침묵하게 만드는 방식인 것이다.
옛이야기를 통해 여성들에게 공포와 혐오 자기비하를 느끼게하고, 자신들을 옥죄는 족쇄를 스스로 차겠금 하는 최면을 걸었다.
우리는 오랜시간동안 끔직하게 어둡고, 추운 틀 안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그 틀에서 우리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는 소리를 내고 있고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여성들만의 해방이 아니다. 폭력과 억압의 대상이 된 동물,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등등과의 연대를 통한 해방이다.
고깃국을 끓여주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상처를 핥아주는 옥자(개)가 그러하듯 길영과 길동이 화해하고 함께 사또에 대항하는 듯 말이다.
페미니즘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자신이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이고 다른 존재들 역시 그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기존 권력이 만들어내는 왜곡과 폄하, 혐오를 통해 공격받아 위기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살리려 하고 살려고 하는 의지, 용기, 지혜를 통해 다시 연대하고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그 살길을 모색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이 험난한 역사 속에 살아남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의 목소리가 살아있고, 앞으로 이 목소리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느낀다.

아 마지막으로 이프북스의 디테일함에 감동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책 크기나 무게감이 미니멀해서 좋았고, 노출실제본은 책을 넘기는 데에 편안했다. 그리고 구성 역시 글과 그 글을 쓴 작가의 이야기를 함께 함으로 해서 글에 대한 이해와 몰입도를 높였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로부터 시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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