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의 섬 JGB 걸작선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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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섬이로다.'
7페이지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로버트 메이틀랜드라는 사람이 사고로 인해 교통섬이라는 곳에 '조난'당해 이런저런 구조를 요청하다가 90페이지에 이르러서야 그는 이렇게 선언한다.

로버트 메이틀랜드는 회사 대표이며(재규어를 타고 다니고...) 캐서린 이라는 이름의 아내가 있고, 8살 아들이 있으며, 연인관계인 헬렌 페어팩스란 여자(그녀는 의사다)가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이 따라가다가 "여긴 어디야?" 묻게 되는 당혹, 멘붕 그 자체이다.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다가 마지막엔 음...그래 이런 사람 있을 수 있어. 아니 있을 거 같아. 음... 있겠지... 하게 만든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고 재밌었다. ㅎㅎ)

계속 캐서린을 부르짖다가도 제인을 만났을 때 전화를 해주길 바라는 사람은 '헬렌 페어팩스'를 언급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다시 캐서린과 아들을 떠올린다. 응? 뭐야~~~~

그리고 처음엔 자신을 구조해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모든 운전자와 차량들을 지독하게 혐오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하다가도 지붕이 없는 자동차를 타고 가던 운전자가 손짓을 하는데 타지는 않는다. 아니 못 탄 거로 이해해야 하나? 그리고는 자신을 섬이라고 선언하고도 그 섬을 탈출하고자 애쓴다. 그런데 또 나중에 제인이 탈출(?! 이걸 탈출이라 표현해야하나?)을 제안하나 그는 "제인, 도움을 청하지마. 이 섬을 떠나기는 할 거야. 내가 생각하기에 적절한 때가 되면." 이라고 거절하고 혼자 남는다.
그리고는 그는 '새로 발견한 육체적 자부심과 더불어, 메이틀랜드는 고요한 환희가 몸을 내리덮는 것을 알아챘다.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탈출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이 섬에 머물 것이다'고 한다.(35페이지의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항상 홀로 있을 때 찾아왔다.'의 복선인가....)
이게 무슨 객기야 하다가 머리 속에 섬광처럼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김씨표류기'에서 김씨가 사람들에게 발견되 도망가던 장면이었다.

시작은 사고로 인한 고립이었으나,
그 고립의 끝은 자신의 선택과 결정으로 이루어지고 싶은 인간의 '주체본능'인가...
즉 먹고사는게 어느 정도 해결되면(그것을 '적응' 이라 표현하면 될까) 자신의 생존여부이상에 대한 결정은 자신이 내리겠다는 의지라 보면 되려나? 그리고 사회로부터 벗어났을 때의 어떤 해방감같은 것을 느꼈으려나?

읽다보면 블랙코메디같기도 하다가
드라마 같기도 하다가
무슨 이해불가한 프랑스예술영화같기도 하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짤막한 개인사를 읽고는...음...음...그의 개인사가 소설에도 영향을 미쳤나 싶다.(영향을 '미친' 이지 그냥 '미친'은...쿨.럭,흠흠...)

작가의 문체는 막 빨려들어 읽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세밀하고 사실적이면서도 상상을 자극하며 대입해보게 된다. 소설을 읽으며 갈증과 허기를 계속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경쾌하고 멍한 기분이 들었고.
신경과 혈관에 전기충격같은 자극이 느껴졌다.'
라든가 다양한 순간 '허수아비'로 표현이 재밌다.)

그는 어쩌면 관계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길 늘 바랐지만 한편으론 허수아비같은, 섬같은 존재가 살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허수아비나 섬 같은 존재였을지도...
그래서 결국 홀로 있을 때 가장 행복했던 것일지도....

⭐⭐⭐⭐대박 !!!!!! 2021.07.31 책읽아웃에서 '콘크리트의 섬' 소개해주었네요. 한번 들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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