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테러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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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 이유는 내기 즐겨듣는 팟캐스트 '시스터후드'에서 이벤트로 올린 책이었기도 하고 책 제목도 '앗! 무슨 이야기를 가지고 어떻게 풀어갈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게 했기 때문이다.

우선 여기서 언급된 세 인물, 가네코후미코, 에밀리 데이비슨, 마거릿 스키니더 중 내가 익숙한 사람을 영화 '박열'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가네코 후미코 정도였기에 새롭게 알게 된 이들에 대한 호기심에 초반엔 책장이 쉽게 넘어갔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깊은 한숨과 한탄 그리고 안타까움이 커져갔으며, 그들의 혁명이 너무 처절하고 고통스럽고 쓸쓸했다. 내가 아는 혁명은 '민중'이 모여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나아가며 소리를 내는 이미지로 선명하게 박혀있는데, 그들의 혁명은 사회로부터 부정당하는 가운데 소리치고 몸부림치다가 결국 자신의 목숨으로 동시대 또는 후대의 가슴에 폭탄을 터뜨리는 도화선이 되었다.

생물학적 성별의 차이로 내가 나의 존엄성을 입증하고 지켜야 하며, 내가 나로서 온전히 사는 것이 불가능하여 쟁취해나가야 하며, 그 과정이 그들이 보여준대로 이리도 처절하게 자신을 부숴버리고 자신의 생명을 던짐으로써도 얻지 못하였다는 것이 어처구니 없고, 화가나고 분노가 생긴다. 그런데 더 답답하고 더 분노하게 되는 건 지금도 역시 이러한 투쟁이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즉, '우리가 여기에 있다'라고 소리쳐야 하고, 입증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것은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는 것... 흠....

이 책은 세 인물을 결정적인 순간을 교차하면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무슨 히어로물 영화처럼 일본, 영국, 아일랜드를 넘나들고 전쟁과 감옥 등을 배경으로 긴장감 넘치게 지나가다 폭죽처럼 터져 사그라졌다. 그 뒤에 남는 것은 처음엔 안타까움과 허무함이다가 점차 실천과 연대의 의지, 뜨거운 분노와 열정, 묵직한 책임감 등이었다.

결국 '그녀들의 테러' 라는 것은 '그들 자신'을 부수고 해하는 행위'였으며 그것은 그들의 '목소리'가 되었다.

이 시기에는 이 세 인물처럼 자신의 목숨을 도화선으로 만드는 이들이 없도록 우리는 함께 소리쳐야 하고, 어깨동무를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책을 읽고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나는 '성추행 피해자 여 중사의 자살을 목도하였다. 그는 무엇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대신하여 '목소리'를 내었는가.... 우리는 우리의 마음에 꾹꾹 흔적을 남겨야 한다. 그리고 일어나야 한다. 참 무력함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이렇게 목숨과 맞바꾸며 목소리는 내지 않아도 될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분노하고 소리치고 발광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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