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싸울 때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힘
에우달드 에스플루가 지음, 미리암 페르산드 그림, 서승희 옮김 / 봄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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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 '우리가 함께 싸울 때'라는 책을 봤을 때 분명 내가 원하는 내용이 있는 책일 거야 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요즘 내가 사는 곳에서 이상기후를 체감하고 있고, 이러한 사태까지 오게끔 한 데에 나의 책임도 크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이라도 일어서서 뭔가를 해야겠다 하여 이것저것을 찾아보기도 하고 책도 읽는 등등 그것을 통해 얻어진 정보를 가지고 실천해보기도 하는 등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매번 아쉬움을 느끼고 뭔가 부족함을 느꼈는데, 바로 '연대감', '지속가능한 운동성', '동시대적이며 획기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는 방식' 등에 대한 고민과 그로인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으며, 시대, 인종, 성, 지역, 자연 등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운동방식을 보며 신선한 충격도 받고, 유명한 운동은 반갑고 그 때 그 시절의 뜨거웠던 변화의 열기, 차분하고 묵직하지만 울림있는 평화의 메세지 등이 마음 속에서 마구 마구 움직이며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특히 최근의 행보들은 나에게 좀 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예전에는 '폭력/비폭력'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즉, 이 방식이 폭력적이냐 비폭력적이냐 하며 폭력적이면 재고해봐야하지 않을까 주저하게 되고, 비폭력적이면 효과없이 의미없이 우리들끼리 하다가 묻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고민이 필요없거나 무의미한 것은 아니나, 우리는 이제 좀 더 시야를 확장하여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우리의 힘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자유롭게 소통하며 그것을 확산시켜서 우리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판'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중단하는 방식이 있는데, 흔히 '파업'을 많이들 생각하는데, 이 책에 소개된 라이베리아 여성운동은 참신했다. 일명 '안방에서 남편 쫓아내기 운동'은 고대의 아테네 여성들이 남편과 한방에서 자기를 거부한 끝에 전쟁을 멈추었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여자의 평화>에서 힌트를 얻어 한 이 방식은 성공적이었다. 으잉? 이런 방식이 어떻게? 할 수 있겠지만 특이해서 언론에 주목을 받고 또한 운동이 점차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던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개최한 제 18회 서울환경영화제에도 '에코불루션; 세상을 바꾸는 방법'부문에 초청된 '그레타툰베리'의 툰베리의 '기후를 위한 학교파업'은 우리가 아동 청소년에게 갖는 편견(성숙치 못하고, 수동적이며, 합리적이지 못한... 등등의 부정적이고 부족한 이미지)에 대해서도, 또한 환경을 위한 활동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보인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가치판단을 접어두고서) 처음 접한 생소한 활동도 있었는데, 그것이 '타르낙공동체'였다. 그들의 활동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그들이 말한 "티쿤은 '무엇도' 아니고 '누구도' 아니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변화를 행동으로 옮기는 방법일 뿐이니까요"처럼 획기적이며 무엇도 누구도 아니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누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는 뜻을 함께하는 형재자매들을 만나기 위해서만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쓴 글은 모든 것이 부서진 뒤 사람들의 만남과 우정, 협동이 어떻게 다시 싹트는지를 알려줄 겁니다."라는 말처럼 그 활동 자체가 의미가 아니라 그 후에 싹트는 변화까지를 보고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가!

이 책은 한 챕터 하나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하고 동참하게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아무래도 이 책에 언급된 문제들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결국 '나의 목소리 내기, 참여, 연대, 삶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이 이야기들은 현재 나의 일상과도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독자인 나를 독려하고, 응원하며, 함께 하자고 손을 내미는 책이라는 것을 덮는 순간 깨닫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물론 책에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선 책 외형적인 부분에서는 책이 좀 더 친환경적으로 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점과 사이즈와 무게를 좀 더 책장에 가둬놓는 스타일에서 들고 다니며 함께 나눌 수 있는 스타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내용면에서는 그림 중에 동물로 표현된 부분에서 억압자를 고양이로 피억압자를 쥐로 표현된 부분이라든가(물론 이것은 '고양이와쥐법'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긴하나,,, 고문장면은... 보기가 불편했다., ) 군인을 사자로, 또는 감시자의 역할로 독수리로 표현된 부분이나 지구를 떠받들거나 피켓을 든 동물은 거의 포유류에다 내륙동물이다.^^;;;)가 은 동물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같아 주저되지만, 우리는 동물을 우리의 임의대로 이미지화하고, 편견을 가지고, 차별하고,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이왕이면 그림작가님이 이 부분을 염두에 두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언급해본다. 텍스트의 힘도 크지만 그림이나 영상 부분은 더욱 더 임팩트가 큰 매체이므로 좀 더 표현에 있어서 신중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서문의 인상깊은 한 구절로 마무리 해보려 한다.

' 여러분이 이 책에서 만나는 시위 이야기들을 통해 저항의 움직임에서 닮은 점을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자유를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래요, 바로 '함께하는 힘'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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