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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 생명과학과 자아 탐색 ㅣ 발견의 첫걸음 4
이고은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평점 :
청소년 과학도서는 처음이다.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은 질문으로 책은 시작한다. 생물학적으로 우리는 우리 신체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장을 움직이지 않게 하거나 성장호르몬을 급격히 만들어 내는 일 같은 건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내가 나일까? 아빠의 정자일 때 부터라면 수정되기 약 3달 전부터이며 엄마는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니 난자일 때부터 나로 볼 수도 있지만 그건 좀 무리라는 이야기다.
나의 자아는 몸 어디에 있을까? 사고로 얼굴을 이식하면 나일까? 뇌를 이식하면 나일까? 얼굴을 다친 환자는 '여기가 어딘가요?' 하고 묻고, 뇌를 다친 환자는 '내가 누군가요?'를 묻기 때문에 자아는 뇌에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기억을 이식하면 나일까? 몸이 개량되어도 나일까? 임플란트 치아, 무릎 관절, 인공심장, 신장, 혈관, 식도, 고막, 항문 등의 장기가 실용화 단계에 이른 것이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심지어 두뇌 임플란트가 뇌에 칩을 이식하는 방식이다.
6700만 년 전 탄소 원자가 은행나무 잎에 광합성으로 저장되었고 트리케라톱스가 먹고 소화한 것을 티라노가 잡아먹고 티라노가 죽어 미생물로 분해되어 탄소로 대기 중에 사과나무가 광합성을 한 다음 내가 사과를 먹어서 내 엄지손가락을 구성한다면 내 엄지손가락은 티라노사우루스이다. 책 재미있네요.
100% 순도의 순금이나 다이아몬드가 값비싸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속한 생물학적 집단의 어떤 특성이 100% 순수하다고 믿고, 그렇지 않은 이들을 열등하다고 보기도 한다. 한국인도 유전적 '100% 한국인'은 드물다. 국적으로 인정이나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과학과는 관련이 없고, 사회적 합의일 뿐이다. 한국인은 단일 민족은 아니다.
영국에서 발견된 1만 년 전 유골에 '체다맨'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파란 눈에 갈색 머리, 검은 피부로 밝혀졌다. 인류의 조상이라고 여겨지는 아프리카 지역의 사람들도 다양한 피부색이 존재했다고 밝혀냈다.
고인류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4만 년 전에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다고 주장했으나(교체이론)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킨 것이 아니라 두 집단이 서로 가족을 이루며 한 집단이 되었다는 이론은(교배이론) 이 둘이 현생인류의 공동 조상이라는 것이다.
1976년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의 개념을 소개했다. 유전자는 자기를 최대한 많이 복제하는 전략을 취하는 데 후대에 자신을 최대한 많이 남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결국, 생물이 진화하도록 이끄는 주인공은 생물 자체가 아니라 유전자라는 뜻이다. 목적은 오직 자기복제에 있어 최선을 다하기에 '이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인간이 가족을 사랑하는 이유는 가족을 아끼고 사랑해야 나와 비슷하거나 더 가까운 유전자를 위해 희생하려는 정도도 크다는 것이다. 가족이 아닌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가능한 한 많이 남기려는' 유전자의 이기적인 행위로 설명할 수 있다. 가족이 아니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인류 전체 유전자 집단의 입장에서 이익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한 권 뚝딱 읽었네요^^
인간과 동물의 행동이 이기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간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도덕적인 가치에 따라 의식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그 행동의 주체라는 것이다. 세포가 각자의 역할이 있듯이 인간으로 태어난 나도 내가 할 일이 있다.
과학이나 뇌 분야 책들은 취향이 아니라서 그다지 읽어본 적이 없었다. 청소년도서로 나온 책이라 읽기 쉽고 흥미로운 과학분야를 사례와 더불어 설명해 주니 이해가 쏙쏙 같다. 게다가 최근 이슈도 다뤄줘서 몰랐던 과학 지식을 할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큰일인지 다행인지 청소년소설도 내 스타일이더니 청소년 과학도서도 딱 내 수준에 적당하고 원하는 것만 콕 집어주니 참 좋다.
이 책은 뒤편에는 생명과학으로 풀어 보는 '나'와 '우리'에 대하나 철학적 질문이라고 나온다. 과학은 철학적인 질문들에 가장 합리적인 답을 내놓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창비 청소년 도서상 수상작가인 이고은선생님의 신작도서로 청소년뿐 아니라 과학이 어려운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