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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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우선 책의 표지가 강렬하게 시선을 끌었다.

검은색 표지 하단에 자리한, 아주 진하고 선명한 분홍색 빛깔의 새. 환한 색이 아니라, 어두운 채도와 명암을 지닌 색이다. 그리고 아래를 응시하는 새의 눈동자는 불길한 기운을 풍긴다. 책의 분위기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새는 작중에서 구가로 불리는 새인데, 주요한 소재이자 모티브로 활용된다.

 


 

블랙하우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루이스 섬이란 곳이 배경이다.

거센 바람이 단 한 번도 멈추지 않는 섬. 멀리 떨어져 외부의 문화가 유입되기 힘든 탓에, 고립된 곳 특유의 문화가 있는 섬. 주인공 핀은 그 섬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나, 섬을 떠난 지 한참 되었다. 영영 섬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던 핀. 경찰관인 그는 상관의 명령 때문에 섬에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 섬에 살인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상관은 핀이 섬 출신임을 들어 수사관으로서 섬에 갈 것을 명령한다. 핀은 18년 만에 섬으로 돌아간다. 루이스 섬. 그곳에는 한때 그의 모든 것이 있었다. 부모님, 친구,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과거의 추억. 추억은 그에게 애틋한 그리움인가, 아니면 외면하고 싶은 고통인가. 살인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때, 핀은 오래 묻어두었던 자신의 과거와 직면하게 된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장소는 동일한 장소, 루이스 섬이다. 현재는 핀이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시점이고, 과거는 핀이 어렸을 때의 시점이다. 유년 시절의 이 과거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 과거는 그 자체로 거대한 복선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과거는 현재 핀의 행동에 대한 당위가 되며, 결말로 향하는 서사를 응집하고 있다. 촘촘하게 쌓아올린 과거의 서사들은 결말에서 파괴적인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 결말은 작중 배경처럼 폭풍우가 휘몰아치듯 순식간에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독자를 몰아붙인다. 생생한 묘사와 극적인 전개 탓에, 실제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다.

 

블랙하우스는 작중 내내 낯설고 이질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것은 한국을 비롯한 외국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본토에 해당하는 잉글랜드의 독자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본다. 낯설고 생소한 섬의 배타적 특성은, 이 책의 스릴러로서의 장점을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스산하고 기괴한, 살인사건의 무대로서(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섬에서는 20세기를 통틀어 살인사건이 단 한건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이 이질성에 기여한, 책에 등장한 루이스 섬의 독특한 문화.

크게 세 가지가 나온다. 게일어, 구가(), 블랙하우스다.

 

'게일어'1천여 년 전 유럽에서 사용했던 켈트어가 스코틀랜드에서 발전된 형태의 언어라고 한다.

루이스 섬 토박이들은 게일어를 사용한다. 그들은 게일어를 쓰지 않는, 즉 영어를 쓰는 본토 사람들을 잉글랜드인이라 부르며 자신들과 구별한다. 이들에겐 게일어 이름과 잉글랜드 이름이 따로 있다. 예를 들어보면 피온라크 맥클로지(게일어)/핀레이 매클라우드(영어)’, ‘마샬리/마저리’, 이렇게 두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제주 방언의 경우 갈수록 동화되고 있는 것을 볼 때, 루이스 섬의 고립성·폐쇄성은 교통 발전으로 육지와의 교류가 발달한 현대에서 이례적인 사례겠다.

   

표지로 쓰인 구가의 경우, 바닷새의 일종이다.

루이스 섬에서는 매년 이 구가를 사냥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책에서는 이 구가 사냥의 절차 및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묘사한다. 새를 죽이고 내장을 적출하고 소금에 절이는 일련의 작업. 너무나도 자세한 묘사 때문인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핀도 이 사냥에 참여한다. 섬을 거부하여 결국 섬을 떠난 핀조차, 섬의 문화이자 전통에는 순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도 섬 고유의 전통이자 문화적 관습이니 존중해야겠지?

   

마지막, 책의 제목이기도 한 블랙하우스는 스코틀랜드의 전통 가옥이다.

이 집은 굴뚝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보니 불을 때면 지붕 사이로 연기가 새어나오며 집을 태운다. 그 태운 흔적이 검게 남은 바람에, ‘블랙하우스라 불리게 됐다는 속설이다. 한편 블랙하우스는 책의 주제 및 상징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결말을 보면 블랙하우스의 진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가지를 포함하여 루이스 섬의 문화가 실감나게 생생하고 표현될 수 있었던 까닭은,

작가 피터 메이가 스코틀랜드 출신인 덕분도 있을 것이다. 내가 경험한 섬을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는 성공했다. 평단의 호평은 물론, 각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까. 블랙하우스는 단권이 아니다. ‘루이스 섬 시리즈’ 3부작의 스타트에 해당한다. 이후 두 권이 더 있다는 얘기. 깊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매혹적인 루이스 섬. 섬의 또 다른 얘기를 기대하겠다.

 


 

 

1. 핀을 섬에 보낸 것은 상관이지만, 핀이 수사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은 한 시스템이었다. 주요 사건을 수사하는 데 쓰이는 영국 경찰의 정보기술시스템, 홈스HOLMES. 이 이름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2. 제법 추리·스릴러 소설을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처럼 검시 장면을 리얼하게 묘사한 장면은 처음 봤다. 검시의가 대단히 존경스럽다.

 

3. 출생의 비밀이 공개됐는데도 누가 친부인지 모르겠다…….

 

인상깊은 구절

 

긱스 섬에서 벌어진 일은 섬에만 머물러야 하네. 이전에도 늘 그랬고, 앞으로도 늘 그럴 걸세.” p222

 

뭔가를 죽이는 일은 처음이 힘들지, 일단 저지르고 나면 그 뒤는 한결 수월해지는 법이다.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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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학 교수의 블랙홀 강의 - 2판
우종학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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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블랙홀 관련 책 중 최고로 이해하기 쉬운 책이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양서로써 가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본다. 저자는 블랙홀을 연구하는 전문 학자로서, 블랙홀과 관련해서 가장 최신화된 지식과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전달한다.

 

천문에 관심이 많아서 우주 관련 책을 제법 읽었는데, 저자 입장에서는 쉽게 썼을지 몰라도 내게는 난관이었다. 상대성 이론, 블랙홀, 퀘이사, 특이점, 사건지평선 등……. 자세하게 파고들수록 아리송했다. 양자역학 부분으로 넘어간 순간? 그때부터는 흐린 눈이 되었다.

 

이 책은 달랐다. 용어와 이론들을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했다. 친숙하게 대화체로 설명한 점, 그리고 예를 든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특히 예와 비유가 탁월하다. 익숙한 현상에 빗대어 연관시키는데,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면 어떤 난해한 이론이나 공식이더라도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초등학생 고학년쯤만 되어도 이해할 수 있겠다 싶었다. 천체물리학 입문서로 추천한다.

 

그리고 블랙홀 강의를 읽으면서, 한편으로 새롭게 인지한 부분이 있다. 과학자들이다.

블랙홀이 발견되기 수백 년 전부터 이미 블랙홀을 예측해낸 사람들. 저자는 문명의 수많은 이기가 인간의 창조적인 상상력에 의해 태어났으며, 상상력은 과학 발전에 매우 중요한 힘이 된다(p71)고 말한다. 상상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능력 중 가장 위대하다(p70). 과학을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단순한 과학지식이 아니라 그 과학지식을 가능하게 한 위대한 과학자들의 상상력(p71)이라는 저자의 말씀에 적극 동의한다.

 

또한 천문학자들이 우주를 탐구하는 방법에 대해서, 그들이 탐구하는 경이로운 우주만큼이나 경이로웠다. 다른 과학들과 달리 우주는 실험이 불가능하다. 공간적 제약과 시간적 제약 때문이다. 우주는 광대하며, 아득하다. 두 개의 은하들이 충돌하거나 블랙홀로 물체가 빨려 들어가게 하는 현상을 실험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과학자들은 천체들이 방출하는 빛을 통해서 연구하고 알아낸다. 빛마저 빨아들이는, 보이지 않는 존재인 블랙홀을 규명하는 과정은 천재적인 과학자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열성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결과다. 우리가 오늘날 우주의 깊은 심연을, 우주의 수많은 비밀들을 알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저자를 비롯한 천문학자들 덕분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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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강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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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작가 제프리 디버는 세밀한 조사교묘한 플롯충격적인 반전이 특징인 스릴러계의 거장이다그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은 링컨 라임 시리즈인데디버는 이 링컨 라임 시리즈’ 7권에서 등장했던 캐트린 댄스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를 추가로 냈다시리즈 1권 잠자는 인형이 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후작가는 링컨 라임 시리즈와 캐트린 댄스 시리즈를 번갈아 출간하고 있다.

 

1권에서 이미 말한 부분이지만다시 캐트린에 대해 소개한다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CBI)의 특별수사관 캐트린 댄스그녀는 심문과 동작학의 전문가다동작학이란주로 비언어적 표현들즉 표정몸짓태도 등을 분석하여 상대의 심리를 간파하는 학문이다거짓말은 해도 신체 언어는 통제할 수 없다거짓말을 할 때 대상은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데동작학 전문가들은 이 스트레스 반응에서 진실을 감지하고 추적한다동작 분석가인 캐트린은 상대의 거짓말을 간파하고 진실을 꿰뚫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그래서 그녀는 인간 거짓말탐지기라고도 불린다.

 


 

 

 

2017년 3권 XO가 나온 후약 5년 만에 출간된캐트린 댄스 시리즈의 네 번째 권고독한 강캐트린은 1권에서 컬트 집단의 리더, 2권에서 사이버 폭력(스포일러라 언급을 자제한다), 3권에서 스토커와 대적했다이번에 그녀가 맞닥뜨린 대상은 스너프 필름을 제작하는 이들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캐트린은 CBI의 타 부서 및 DEA(마약 단속국등의 타기관들과 함께 파이프라인 소탕 작전이라는 합동 작전에 참여하고 있었다그 작전은 캘리포니아 주 갱단들의 수송망을 무력화시키는 작전이다범죄 조직의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한 정보원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캐트린한데 그가 조직의 구성원이자 킬러였다캐트린은 그가 조직원인지 간파하지 못했다그녀의 동작학이 실패한 것이다.

 

정보원은 캐트린을 속이고 유유히 탈출한다그를 놓친 책임을 지고캐트린은 수사과에서 쫓겨나 민사부로 옮기게 된다형사 사건을 담당하지 않기 때문에 총기도 지닐 수가 없다민사부에 가게 된 캐트린에게 배정된 사건은 다름 아닌 클럽 화재 사건이었다.

 

사고가 난 곳은 솔리튜드크리크(책 제목과 동일하다)’란 이름의 클럽이다공연이 한창 진행 중이던 이 클럽에서 갑자기 화재가 났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그리고 클럽 안은 매캐한 탄내와 자욱한 연기로 가득 찬다패닉에 빠진 사람들비상구로 몰려든다그러나 비상구는 막혀 있었고사고가 터진다밀려드는 인파로 인해 인명 사고가 난 것이다.

 

탈출하기 위해 한쪽 방향으로 몰리고 몰린 끝에사람들은 몸싸움을 하고부딪치고깔리고밟는다이 때문에 중상을 입은 부상자에 압사를 당한 사망자까지 생긴다캐트린은 곧 이 사건이 평범한 화재 사건이 아니라범인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범죄임을 알아차린다그녀는 범인 안티오크를 추적한다.

 

 


 

 

캐트린 댄스 시리즈의 범인 대부분이 그렇듯, 4권의 범인 안티오크 또한 지능적이고 교활하다조심성 많고 치밀한 성격그리고 대담한 행동력을 발휘한다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인 데다가군중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탓에 캐트린도 골머리를 앓는다그는 계속해서 범죄를 저지른다영화관작가 사인회가 열리는 대형 홀놀이공원 등그가 범행을 시도하는 장소들이다다수가 모이는 곳밀폐되기 좋은 곳사람들의 원초적인 반응을 볼 수 있는 곳혼란공포히스테리광기폭력이기주의를 극한으로또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는 곳.

 

불특정 다수를 일부러 공포로 몰아넣고공포에 떠는 사람들을 보며 즐기는 범인시리즈마다 다양한 범인들이 나왔지만안티오크야말로 시리즈 사상 최악의 악당이라고 생각한다특히 분노가 솟구친 장면은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진 일이었다게다가 이곳엔 임신부가 있었다아이와 임신부를 건드리는 짓은 정말 최악이다……이런 일을 저지른 범인도 문제지만범인은 고용된 처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후반부에 이 사실이 나와서 스포일러가 아닐까 했는데출판사 책소개에서 이미 공개된 부분이다). 저열하고 역겨운 인간의 본능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그만큼 이번 책은 가장 짙은 농도의 악의가 깊게 드리운 시리즈였다.

 

 



 

 

이번 책고독한 강은 유난히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조명한다초반 클럽 화재 사고의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사건사람들은 용의자로 의심되는 무고한 사람에게 폭력을 가한다죄가 입증되지 않았는데 무작정 비난하고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비상사태에 의한 우발적인 패닉 상황이 아닌 경우인데 집단 광기가 발현된 부분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 고독한 강(솔리튜드 크리크)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숨어 있다그래도 작가는 아주 절망적인 메시지만 제시하지는 않았다그것은 화재가 났던 클럽솔리튜드크리크 클럽의 결말을 보면 잘 알 수가 있다인간에게는 악의도 있지만그 이상으로 선의가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에서위안을 얻었다.

 

한편 작가는 솔리튜드 크리크’ 지역의 비극적인 역사를 조명하며자국의 아픈 상처를 정면으로 직시한다이 땅은 2차 세계 대전 시기미국 땅에 살던 일본계 미국인들을 강제로 쫓아내 격리시켰던수용소가 있던 자리였다거기서 그들은 고통 받고 학대받았다작중 등장인물인 일본계 미국인나시마 하원의원은 캐트린에게 이 사실을 밝히며 이렇게 말한다.

 

우린 과거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습니다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p537

 

이 말에 달린 각주를 보니, 2022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죄했다고 한다적어도 미국은 과거를 통해 반성하고행동했다그렇다면 일본은일본은 과거를 통해 어떤 것을 배웠는가일본에게 저 나시마 의원의 말을 돌려주고 싶다.

 

이번 책에선 세 가지의 사건이 동시에 진행된다. ‘파이프라인 소탕 작전’, ‘클럽 화재 사건’, 그리고 소수계층 혐오 범죄’. 비록 세 가지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지만각각의 독립적인 사건이 캐트린을 구심점으로 매끄럽게 연결된다사건의 전환이 자연스럽고 마무리가 깔끔해서사건들을 뚜렷하게 구분하며 읽을 수 있었다작가의 노련한 솜씨가 빚어낸 결과다.

 

한데 마지막 사건 혐오 범죄의 경우캐트린의 아들웨스가 연루되었다웨스가 비뚤어진 정도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를 만큼 타락했나 싶어서 마음이 아팠다캐트린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니……그래도 디버 작가님은 요 네스뵈 작가님처럼 주인공을 아주 심하게 괴롭히지는 않는다는 사실(?). 더불어 작가님은 캐트린의 실수범인을 놓친 실수에 대한 진상을 훌륭하게 증명해냈다알고봤더니 작가님+캐트린의 심모원려가 만들어낸 큰 그물이었다.

 

고독한 강은 자체적으로 진화한 시리즈 최고의 걸작이라 생각한다치밀한 구성과 디테일한 묘사에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속도감 있는 진행그리고 오늘날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회적인 메시지까지제프리 디버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다앞으로도 계속캐트린 댄스 시리즈는 계속되길.

 

 


 

.

 

1. 시리즈를 연속으로 읽다보니 발견한 사실인물간 높임법이 통일되지 못한 경우를 발견했다캐트린과 마이클 오닐그리고 존 볼링 세 사람의 대화에서 비롯된 문제다. 1, 2권에선 캐트린이 오닐에게 존대를 하고 오닐은 반말을 했다(캐트린이 오닐에게 가르침을 받은 입장을 반영시킨 듯하다). 그러다가 3권에서는 서로 반말을 쓴다그런데 4권에서는 서로 존댓말을 쓴다또 연인인 캐트린과 존 볼링은 서로 반말을 썼다가, 4권에선 서로 존댓말을 쓴다(친밀도를 생각하면 차라리 반대여야 하지 않을까). 번역자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겠지?

 

2. 이번에도 여지없이 돌아온 캐트린 댄스에 따른 동작학의 실용적 사례 4!

 

찰스 오버비 동작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스트레스 지표를 찾는 일이야거짓말을 할 때 사람은 예외 없이 스트레스를 느끼거든. (지금 캐트린은 세라노로 하여금 경계를 늦추도록 유도하는 거야. () (동작학은아무 기반이 없는 상태에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야. () (그렇기 때문에기준선부터 잡아야 한다고. (몸짓언어의 기준선.”

앨러턴 그러니까 그의 반응을 기준선과 비교해 그 답변이 진실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있다는 얘기군요.” p42

 

캐트린 거짓말의 증거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죠갑자기 말이 느려지는 것머릿속으로 둘러댈 거짓말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거짓말의 신호예요스트레스 때문에 성대가 조여들기 때문이죠.” p127

 

첫머리에 등장하는 구()는 대개 기만의 신호이다. ‘맹세코나 솔직히 말하죠’ 같은 말들. p524

 

 

 

 

3. 작가님이 한국에 대한 호감이 있나엑스트라로 아시아인 가족이 나오는데비록 범인 안티오크의 시각에서 서술되는 것이지만 호의적으로 묘사된다중국인 혹은 한국인일 것이지만 이들은 얼굴 생김새가 (분명히다르다고 언급해줬다우리나라도 유럽인들을 구별 못하는데동양인들을 구별해달라는 건 무리일 수도 있다그래도 외국에서 중국인 취급당하면 기분이 은근히 나쁘다……과연 작가님은 구별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4. 1~3권부터 이어진 캐트린의 연애사그녀의 남자가 드디어 이번에 결정이 난다


뒤 내용은 스포일러일 수 있습니다. 



캐트린은 2권에서 알게 된 IT 전문가 존 볼링과 사귀고 있었다그는 캐트린의 수사를 도와줄 뿐만 아니라캐트린의 아이들까지 세심하게 잘 돌봐주는 다정다감한 남자친구다그런데도 그녀는 갈등한다그녀의 가장 신뢰하는 동료마이클 오닐 때문이다그는 이혼을 하고 혼자가 됐다오닐은 캐트린에게 마음이 있는 상황이다그렇다면 캐트린은남자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그를 거절했지만우습게도 두 사람의 휴대전화 단축번호 1번은 상대방이다그녀의 마음이 사실상 오닐에게 가 있다는 강력한 반증이다볼링조차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깨끗이 물러난다시리즈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을 꼽으라면 존을 택하겠다남 좋은 일만 시켜줬어…….

 

인상깊은 구절

 

가끔 내부의 실수와 부주의가 그들이 쫓는 범인보다 더 큰 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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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 모중석 스릴러 클럽 43
제프리 디버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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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CBI)의 특별수사관 캐트린 댄스. 심문과 동작학의 전문가인 그녀는 표정과 몸짓을 통해 상대방의 심리를 읽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1, 2권에서 그녀는 대단한 활약을 했다. 동작학 기술을 통해, 범인을 검거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캐트린. 3권에서 그녀는 휴가를 떠났다.

 

수사관이라는 직업과 별도로, 그녀는 음악에 깊은 취미가 있다. 한때 포크송 가수를 지망했을 만큼, 그녀의 음악에 대한 관심은 아마추어 이상이다. 캐트린은 친구 마틴과 함께 <아메리칸 튠스>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웹사이트에서 그녀는 미국의 전통 음악들을 소개한다. 뮤지션들을 찾고, 곡을 녹음하고, 사이트에 소개하는 것이 그녀가 휴가 기간에 주로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캐트린은 프레즈노란 도시로 간다. 또한 그녀는 이 도시에 볼일이 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함이다. 그 친구는 캐트린의 유일한 유명인 친구다. 케일리 타운.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해진 젊은 가수. 케일리는 캐트린의 음악 활동을 후원해주는, 좋은 친구다. 캐트린은 곧 열릴 케일리의 콘서트에 초대를 받기도 했다. 콘서트에 앞서 케일리를 만난 캐트린. 그녀는 케일리에게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음을 알아차렸다.

 

케일리와 함께한 자리에서 말을 걸어온 한 젊은 청년. 에드윈 샤프라 이름을 밝힌 그는 케일리를 쫓는 스토커다. 지독한 스토커. 수백 통의 이메일과 편지는 기본, 케일리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그녀에게 집착한다. 케일리는 변호사를 통해 그에게 스토커를 중단할 것을 통보하고, 개인 경호원을 고용했지만 에드윈의 스토커 짓은 멈출 줄 모른다. 케일리의 주변인들 이름이며 개인정보까지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을 정도. 결국 케일리의 주변에서 사고가 터진다. 그녀의 가족, 동료들이 목숨의 위협을 받거나, 살해당한다. 과연 동료의 죽음은 스토커의 집착이 불러온 결과일까. 스토커는 영리하다. 그를 조사하는 수사관들의 허점을 포착해서, 그들을 정직시킬 만큼. 더구나 그에게는 캐트린의 장기인 동작학 기술이 잘 통하지 않는다. 스토커처럼 경계성 정신분열증 환자의 동작은 분석하기 어렵다. 그들은 거짓말을 지어내면서 아무런 중압감을 느끼지 못한다. 집착 대상에게 가까이 가고자 하는 목표가 모든 것에 우선하기 때문이다(p154). 캐트린은 제대로 난적을 만났다.

 

3XO에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2권에서처럼 범인을 특정하고 시작한다는 것. 스토커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특징. 음악이다.

이전 권들부터 작가 제프리 디버는 미국의 다양한 음악들을 소개한다. 그 음악들은 주로 미국의 전통 음악, 즉 컨트리 계열이며 아프리카, 라틴, 카리브 등의 다양한 장르들도 나온다(호기심에 한 음악을 유튜브에 검색해봤는데 내 검색 실력이 부족한 탓인지 못 찾았다). 이전 권들을 보며 작가의 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식견을 알 수 있었는데, 이번 권은 아예 음악을 화제로 내세웠다. 등장인물인 가수 케일리의 노래를 작중에서만 언급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음반을 냈다! 노래 가사는 직접 작가가 지었다고 한다. 책을 위해 실제로 음반을 내다니, 그저 대단하다밖에 할 말이 없다.

 

음반의 노래들은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권말에 음반의 노래 가사가 수록되었으니, 가사를 보며 실제 노래를 들어보면 책을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작중에 음반의 곡들이 많이 인용되며, 사건 진행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노래들의 퀄리티가 괜찮은 편이다. 그중 난 <Your Shadow유어 섀도>, <Leaving Home리빙 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노래를 부른 가수가 작중 인물인 케일리와 싱크로율이 높은 것 같았다. 덕분에 이미지를 연상하며 곡을 듣고 책을 읽었다. 전곡을 듣지 않더라도 타이틀곡인 <Your Shadow유어 섀도>는 꼭 한 번 들어보시길.

수사관은 쉬지 못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는 것일까. 휴가인데도 일해야 되는 운명의 캐트린……. 게다가 관할 구역이 아니라서, 그녀는 타 수사 기관 사람들에게 못마땅한 눈치를 받아가며 수사를 진행한다. 대놓고 괄시당하면서 꼭 수사를 해야 하나. 하지만 캐트린이 아니면 범인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 진실을 찾아내고 범인을 찾아내는 것은 결국 캐트린의 몫이다.

 

전작들처럼 3권에서도 작가의 특기가 여지없이 발휘된다. 위험한 상황을 조성하여 긴장감을 높이다가 회수하는, 페이크 반전이 여러 번 반복된다. 하지만 그 긴장감을 조성하는 기술이 너무나도 노련해서, 매번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2권에서 범인으로 추적했던 트래비스는 실제 범인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스토커 에드윈이 진짜 범인일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한 번 스토커는 영원한 스토커란 사실! 스토킹은 나쁜 짓입니다! 범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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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캐트린, 스카웃될 뻔하다. 그녀는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제의를 받는다. 의원이 속해 있는 법무부에 합류하라는 제의다. 캐트린은 순간 혹한다. 그녀는 자신의 동작 분석 수사 및 심문 기술을 전국에 알릴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가 현장에 있어야 소설이 계속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캐트린은 계속 CBI에 있는 걸로.

 

 

2. 1, 2권에서 간접적으로 언급되었거나 목소리로만 출연한, 작가의 대표작 링컨 라임 시리즈의 주인공 링컨 라임. 그가 드디어 직접 등장했다. 파트너 아말리아와 함께. 비록 짧게 등장했지만 사건의 해결에 적잖은 도움을 준다. 인상적인 등장이었다. 그가 주인공인 시리즈도 꼭 읽어봐야지.

 

3. 1,2편에 이어서 계속되는~ 캐트린 댄스에 따른 동작학의 실용적 사례 3

앞서 말했듯 스토커는 분석하기 어렵다. 그래서 캐트린은 동작학의 분석 범위를 다르게 적용시킨다. 그의 편지, 이메일 등을 분석한다. 이른바 언어의 동작학이다. 언어의 동작학도 비언어의 동작학과 비슷하다. 글에도 말투가 있기 때문이다. 캐트린은 문법, 비속어, 오타, 기호, 문체 등을 통해 범인의 심리와 특징을 파악한다. 어떤 상황이든 캐트린의 동작학은 한계가 없어 보인다.

 

4. 캐트린은 남편과 사별했다. 그녀는 현재 존 볼링과 사귀고 있다. 그는 2권에서 등장한, 컨설팅과 강의를 하는 IT 전문가다. 상냥하고, 성격 좋고, 유머 감각도 뛰어난(p51) 남자친구. 그런데 캐트린은 약간의 오해를 한다. 볼링이 그녀를 떠날 것이라는 오해다. 또한 미묘한 문제가 생긴다. 그녀의 오랜 동료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마이클 오닐이다. 그가 부인과 이혼을 한다. 솔로가 된 것이다. 이 둘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생긴다.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오닐에게 끌리는 캐트린. 볼링에 대한 오해는 풀렸지만, 번민은 그대로 남았다. 캐트린, 도대체 어떻게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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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 십자가 모중석 스릴러 클럽 31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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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


제프리 디버의 '캐트린 댄스 시리즈', 2도로변 십자가.

2권은 1잠자는 인형사건이 종결된 지 한 달도 채 안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캐트린 댄스.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CBI)의 요원이며, 심문과 동작학의 전문가. 그녀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사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한다. 또한 그녀는 이 사건을 함께 수사한 FBI 수사관, 켈로그의 범죄를 밝혀냈다. 캐트린은 그를 고발했으나, 상위 기관의 압력 탓에 결론이 아직도 나지 않는 상태. 그녀가 가장 신뢰하는 동료이자 파트너인 부보안관 마이클 오닐과 함께, 켈로그의 범죄 기소를 성립시키고자 노력하는 캐트린. 그러던 차 캐트린에게 새로운 사건이 발생한다.

 

고속도로변에 놓인 십자가와 꽃다발로 시작된 사건. 십자가가 예고하는 표적들이 간신히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난다. 그들의 공통점을 찾는 캐트린. 그녀는 컴퓨터 시스템의 전문가, 조나단 볼링 교수의 협조를 통해 공통점을 찾아낸다. 그들은 어느 유명 블로거, 제임스 칠턴이란 사람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 블로그는 사회적 이슈들을 소개, 조명하여 독자들의 소통을 유도하는 곳인데, 그 중 한 스레드가 문제가 된다. 한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에 대한 스레드. 두 명의 여학생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이 스레드에 달린 댓글들은 한 소년을 범인으로 지적하고 있었다. 당시 운전자로 밝혀진, 희생자들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소년. 조사 결과 무죄로 판명되었으나, 독자들은 그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댓글을 통해 공격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었던 것. 공격당한 두 명 또한 소년을 공격하는 댓글을 작성했었다.

 

캐트린은 그 소년, 트래비스 브리검을 찾아간다. 트래비스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거짓말을 하고,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인다. 학교에서 외톨이 신세에,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10대 소년. 설상가상, 트래비스가 갑자기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벌어지는 살인 사건들. 칠턴의 블로그에 댓글을 달았던 사람들이 공격을 당한다. 캐트린은 필사적으로 트래비스를 찾는다. 그녀 또한, 트래비스가 범인임을 확신하며.

 

트래비스가 범인이 아닐 거라는 사실은 일찌감치 짐작했다. 스토리 전개와 주제 의식을 고려했을 때 트래비스를 범인으로 추정하는 것은 오히려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추측을 강력히 뒷받침해줬다. 실제 범인이 누구일까 추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이번 권에서는 작가가 플롯이나 기법의 기발함보다는, 주제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 집중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추리 부분은 줄어든 대신, 스릴러와 서스펜스는 강화되었다. 공포에 떠는 희생자들의 심리 묘사, 그리고 긴장감을 높이는 상황 연출은 작가 디버가 왜 스릴러의 거장인지를 보여준다.

이번 책은 사이버 세계의 익명성, 그리고 블로그 같은 SNS의 폐해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조명하고 있다. 신문 기사가 훨씬 더 객관적이고 공정성을 담보해도, 사람들은 흔히 유튜브, 블로그 등의 내용을 더 믿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를 작중에선 진실성이 있기 때문(p164)이라고 말한다. 진실성진정성을 통한, SNS가 공공기관이나 언론에서 할 수 없는 순기능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SNS의 진실성진정성이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는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편향성. 또는 확증편향의 문제점.

 

확증편향으로 인해, 트래비스는 너무 가혹한 상황을 겪었다. 온라인에 이름이 공개되고, 원색적인 비난과 언사로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 그것도 모자라 트래비스는 현실에까지 영향을 받는다. 집이 공격당하고, 직장에서는 그를 해고하려고 하고, 사방이 적이었다. 심지어 그는 납치당해서, 범인으로 몰릴 뻔했다. 실제로 그가 저지른 범죄가 아닌데. 오해를 받은 교통사고조차, 사실 그는 선의에서 도와주려 했을 뿐이었다. 범인이 유도한 범죄 현장에서, 절망한 끝에 트래비스는 자살 시도를 한다. 진실을 알아차린 캐트린이 들이닥친 덕분에 살아나긴 했지만그 동안 그가 겪은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터. 트래비스가 겪은 사건은 단순히 소설만의 허구가 아니다. 현실이다. 이런 유사한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

 

또한 이 책에서 알려주는 SNS의 무서운 점. 우리는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를 진행할 때, 캐트린은 SNS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그런데 그것은 범인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개인정보를 악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 나도 블로거라서 멈칫했다. 인플루언서도 아닌데, 내 건 괜찮겠지? (개인정보 노출은 주의합시다!)

 

또한 도로변 십자가에서 캐트린은 안팎으로 힘든 상황을 겪는다.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 캐트린의 어머니가 살인 혐의로 체포되는 일이 일어난다. 전작에서 사망한 후안 밀라 경관을 안락사 시켰다는 혐의다. 도로변 사건뿐만 아니라 어머니 사건에도 신경 써야 하는, 여러모로 힘든 상황. 하지만 캐트린은 침착하고 차분하게 두 사건에 대응한다. 사건에 충실한 만큼, 어머니의 사건도 도외시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어머니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의심에 괴로워하면서도, 어머니를 생각하는 캐트린. 만약 진짜 어머니가 범인이었다면, 캐트린은 무슨 선택을 했을까?

 

어머니의 사건과 맞물려, 2도로변 십자가1권의 사건 및 배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1권의 다니엘 펠 사건이 언급되며, FBI 수사관 사건과 후안 밀라 사건의 결말이 2권에서 난다. 1, 2권은 연결해서 보는 것이 좋겠다.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지만, 결국 이번에도 범인을 잡아내는 데 성공한 캐트린 댄스. 책을 읽을수록 그녀가 좋아진다. 상사로서나 개인으로서나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 1권에 이어서 이번에도 단호한 대처와 민첩한 행동, 순간의 센스가 빛났다. 1권 때 사건에 집중하느라고 후안 밀라에 관심이 없었다고 냉정하게 독백할 땐 살짝 실망했지만……캐트린이라 해서 흠결이 없겠는가. 특히 2권에서는 그녀의 인간미가 보이는 부분들이 많았다. 자신마저 분석의 대상에 놓고,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할 줄 아는 캐트린. 시리즈를 읽을수록 그녀의 팬이 되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1.

1권부터 재치 넘치는 농담과 개그로 두각을 나타냈던 티제이 요원.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의 이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권에서 주목할 만한 그의 농담이 있다. 그는 보스, 왜 우릴 주인공으로 하는 텔레비전 드라마는 없는 거죠?”(p265)라며, 동작학 드라마가 있어야겠다고 대화를 나눈다. 비슷한 종류의 드라마가 있기는 하다. 멘탈리스트라는 미드가 있다. 이 캐트린 댄스 시리즈를 원작으로 드라마를 제작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왜 안 만들었을까?

 

2.

보안관 사무실 소속의 경관 데이비드 라인홀드. 2권의 뉴 캐릭터다. 젊고 의욕에 찬 그는 이번 사건 때 성과를 냈다. 사건이 끝난 후, 데이비드가 캐트린에게 CBI로 이동하고 싶다고 신청한다(캐트린은 데이트를 신청하는 줄로 오해했는데 하마터면 후배에게 크게 민망할 뻔 했다). 캐트린이 일단 보류했지만, 그가 CBI로 들어와 캐트린의 휘하에서 활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3.

전작이나 이번 책에서나, 캐트린은 여전히 혼자다. 수사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지만, 그녀에게 여자로서의 역할도 필요할 것 같다. 이번 권에서 캐트린에게 새 남자가 생길 조짐이 보였다. 이번 사건에 도움을 준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 존 볼링 교수. 어머니의 남자에게 적대적이었던 아들 웨스가 이번엔 그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한데 그녀의 신뢰하는 동료, 마이클 오닐에게도 신변의 변화가 생긴다. 아내와 이혼하게 된 것. 오닐도 캐트린에게 마음이 있어 보인다. 과연 캐트린은 누구를 선택하게 될까?

 

4.

작중에서 온라인 게임의 아바타끼리 결혼하는, 즉 사이버 결혼에 대해서 나온다. 그 대상은 한국에 사는 여학생이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한국을 빼놓을 수는 없겠지.


5.

전편에 이은, 캐트린 댄스에 따른 동작학의 실용적 사례 2.

 

-(거짓말을 할 시 상대는) 블로킹 제스처(살짝 바뀐 음성, 연신 머리를 쓸어넘기는 손가락, 입과 코를 만지작거리는 행동 등)를 보이고, 불필요한 여담을 한다. p53

-‘마이어스-브릭스성격 유형을 참고한 거짓말쟁이 타입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조종자또는 마키아벨리’ : 거짓말의 문제점을 모르는 사람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기를 도구로 이용한다. (전작의 범인들은 이 유형이었다.)

사회적 거짓말쟁이’ : 분위기의 흥을 돋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

불안정한 적응자’ :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

배우’ : 상황의 지배를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 pp54~5

-투지 넘치고, 집중력이 강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스트레스 반응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p195

-거짓말을 할 때 사람들은 잠재의식적으로 특정 제스처를 보인다. ‘일러스트레이터제스터라 불리는,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이다.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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