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십자가 모중석 스릴러 클럽 31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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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


제프리 디버의 '캐트린 댄스 시리즈', 2도로변 십자가.

2권은 1잠자는 인형사건이 종결된 지 한 달도 채 안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캐트린 댄스.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CBI)의 요원이며, 심문과 동작학의 전문가. 그녀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사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한다. 또한 그녀는 이 사건을 함께 수사한 FBI 수사관, 켈로그의 범죄를 밝혀냈다. 캐트린은 그를 고발했으나, 상위 기관의 압력 탓에 결론이 아직도 나지 않는 상태. 그녀가 가장 신뢰하는 동료이자 파트너인 부보안관 마이클 오닐과 함께, 켈로그의 범죄 기소를 성립시키고자 노력하는 캐트린. 그러던 차 캐트린에게 새로운 사건이 발생한다.

 

고속도로변에 놓인 십자가와 꽃다발로 시작된 사건. 십자가가 예고하는 표적들이 간신히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난다. 그들의 공통점을 찾는 캐트린. 그녀는 컴퓨터 시스템의 전문가, 조나단 볼링 교수의 협조를 통해 공통점을 찾아낸다. 그들은 어느 유명 블로거, 제임스 칠턴이란 사람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 블로그는 사회적 이슈들을 소개, 조명하여 독자들의 소통을 유도하는 곳인데, 그 중 한 스레드가 문제가 된다. 한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에 대한 스레드. 두 명의 여학생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이 스레드에 달린 댓글들은 한 소년을 범인으로 지적하고 있었다. 당시 운전자로 밝혀진, 희생자들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소년. 조사 결과 무죄로 판명되었으나, 독자들은 그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댓글을 통해 공격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었던 것. 공격당한 두 명 또한 소년을 공격하는 댓글을 작성했었다.

 

캐트린은 그 소년, 트래비스 브리검을 찾아간다. 트래비스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거짓말을 하고,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인다. 학교에서 외톨이 신세에,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10대 소년. 설상가상, 트래비스가 갑자기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벌어지는 살인 사건들. 칠턴의 블로그에 댓글을 달았던 사람들이 공격을 당한다. 캐트린은 필사적으로 트래비스를 찾는다. 그녀 또한, 트래비스가 범인임을 확신하며.

 

트래비스가 범인이 아닐 거라는 사실은 일찌감치 짐작했다. 스토리 전개와 주제 의식을 고려했을 때 트래비스를 범인으로 추정하는 것은 오히려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추측을 강력히 뒷받침해줬다. 실제 범인이 누구일까 추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이번 권에서는 작가가 플롯이나 기법의 기발함보다는, 주제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 집중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추리 부분은 줄어든 대신, 스릴러와 서스펜스는 강화되었다. 공포에 떠는 희생자들의 심리 묘사, 그리고 긴장감을 높이는 상황 연출은 작가 디버가 왜 스릴러의 거장인지를 보여준다.

이번 책은 사이버 세계의 익명성, 그리고 블로그 같은 SNS의 폐해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조명하고 있다. 신문 기사가 훨씬 더 객관적이고 공정성을 담보해도, 사람들은 흔히 유튜브, 블로그 등의 내용을 더 믿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를 작중에선 진실성이 있기 때문(p164)이라고 말한다. 진실성진정성을 통한, SNS가 공공기관이나 언론에서 할 수 없는 순기능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SNS의 진실성진정성이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는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편향성. 또는 확증편향의 문제점.

 

확증편향으로 인해, 트래비스는 너무 가혹한 상황을 겪었다. 온라인에 이름이 공개되고, 원색적인 비난과 언사로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 그것도 모자라 트래비스는 현실에까지 영향을 받는다. 집이 공격당하고, 직장에서는 그를 해고하려고 하고, 사방이 적이었다. 심지어 그는 납치당해서, 범인으로 몰릴 뻔했다. 실제로 그가 저지른 범죄가 아닌데. 오해를 받은 교통사고조차, 사실 그는 선의에서 도와주려 했을 뿐이었다. 범인이 유도한 범죄 현장에서, 절망한 끝에 트래비스는 자살 시도를 한다. 진실을 알아차린 캐트린이 들이닥친 덕분에 살아나긴 했지만그 동안 그가 겪은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터. 트래비스가 겪은 사건은 단순히 소설만의 허구가 아니다. 현실이다. 이런 유사한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

 

또한 이 책에서 알려주는 SNS의 무서운 점. 우리는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를 진행할 때, 캐트린은 SNS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그런데 그것은 범인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개인정보를 악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 나도 블로거라서 멈칫했다. 인플루언서도 아닌데, 내 건 괜찮겠지? (개인정보 노출은 주의합시다!)

 

또한 도로변 십자가에서 캐트린은 안팎으로 힘든 상황을 겪는다.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 캐트린의 어머니가 살인 혐의로 체포되는 일이 일어난다. 전작에서 사망한 후안 밀라 경관을 안락사 시켰다는 혐의다. 도로변 사건뿐만 아니라 어머니 사건에도 신경 써야 하는, 여러모로 힘든 상황. 하지만 캐트린은 침착하고 차분하게 두 사건에 대응한다. 사건에 충실한 만큼, 어머니의 사건도 도외시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어머니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의심에 괴로워하면서도, 어머니를 생각하는 캐트린. 만약 진짜 어머니가 범인이었다면, 캐트린은 무슨 선택을 했을까?

 

어머니의 사건과 맞물려, 2도로변 십자가1권의 사건 및 배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1권의 다니엘 펠 사건이 언급되며, FBI 수사관 사건과 후안 밀라 사건의 결말이 2권에서 난다. 1, 2권은 연결해서 보는 것이 좋겠다.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지만, 결국 이번에도 범인을 잡아내는 데 성공한 캐트린 댄스. 책을 읽을수록 그녀가 좋아진다. 상사로서나 개인으로서나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 1권에 이어서 이번에도 단호한 대처와 민첩한 행동, 순간의 센스가 빛났다. 1권 때 사건에 집중하느라고 후안 밀라에 관심이 없었다고 냉정하게 독백할 땐 살짝 실망했지만……캐트린이라 해서 흠결이 없겠는가. 특히 2권에서는 그녀의 인간미가 보이는 부분들이 많았다. 자신마저 분석의 대상에 놓고,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할 줄 아는 캐트린. 시리즈를 읽을수록 그녀의 팬이 되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1.

1권부터 재치 넘치는 농담과 개그로 두각을 나타냈던 티제이 요원.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의 이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권에서 주목할 만한 그의 농담이 있다. 그는 보스, 왜 우릴 주인공으로 하는 텔레비전 드라마는 없는 거죠?”(p265)라며, 동작학 드라마가 있어야겠다고 대화를 나눈다. 비슷한 종류의 드라마가 있기는 하다. 멘탈리스트라는 미드가 있다. 이 캐트린 댄스 시리즈를 원작으로 드라마를 제작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왜 안 만들었을까?

 

2.

보안관 사무실 소속의 경관 데이비드 라인홀드. 2권의 뉴 캐릭터다. 젊고 의욕에 찬 그는 이번 사건 때 성과를 냈다. 사건이 끝난 후, 데이비드가 캐트린에게 CBI로 이동하고 싶다고 신청한다(캐트린은 데이트를 신청하는 줄로 오해했는데 하마터면 후배에게 크게 민망할 뻔 했다). 캐트린이 일단 보류했지만, 그가 CBI로 들어와 캐트린의 휘하에서 활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3.

전작이나 이번 책에서나, 캐트린은 여전히 혼자다. 수사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지만, 그녀에게 여자로서의 역할도 필요할 것 같다. 이번 권에서 캐트린에게 새 남자가 생길 조짐이 보였다. 이번 사건에 도움을 준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 존 볼링 교수. 어머니의 남자에게 적대적이었던 아들 웨스가 이번엔 그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한데 그녀의 신뢰하는 동료, 마이클 오닐에게도 신변의 변화가 생긴다. 아내와 이혼하게 된 것. 오닐도 캐트린에게 마음이 있어 보인다. 과연 캐트린은 누구를 선택하게 될까?

 

4.

작중에서 온라인 게임의 아바타끼리 결혼하는, 즉 사이버 결혼에 대해서 나온다. 그 대상은 한국에 사는 여학생이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한국을 빼놓을 수는 없겠지.


5.

전편에 이은, 캐트린 댄스에 따른 동작학의 실용적 사례 2.

 

-(거짓말을 할 시 상대는) 블로킹 제스처(살짝 바뀐 음성, 연신 머리를 쓸어넘기는 손가락, 입과 코를 만지작거리는 행동 등)를 보이고, 불필요한 여담을 한다. p53

-‘마이어스-브릭스성격 유형을 참고한 거짓말쟁이 타입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조종자또는 마키아벨리’ : 거짓말의 문제점을 모르는 사람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기를 도구로 이용한다. (전작의 범인들은 이 유형이었다.)

사회적 거짓말쟁이’ : 분위기의 흥을 돋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

불안정한 적응자’ :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

배우’ : 상황의 지배를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 pp54~5

-투지 넘치고, 집중력이 강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스트레스 반응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p195

-거짓말을 할 때 사람들은 잠재의식적으로 특정 제스처를 보인다. ‘일러스트레이터제스터라 불리는,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이다.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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