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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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소아과 의사 데이비드 벡에게는 절실하게 사랑했던 아내, 엘리자베스가 있었다. ‘있었다고 과거형으로 표현한 이유가 있다. 엘리자베스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8년 전 그녀는 죽었다. 첫키스를 한 둘만의 장소- 샤르메인 호수. 첫키스를 기념하기 위해 방문한 호수에서 그들은 괴한의 급습을 받았다. 벡은 간신히 살아났지만, 아내는 괴한에게 납치되고 만다. 이후 시체로 발견된 엘리자베스. 그녀를 살해한 자는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졌다. 체포된 살인자는 현재 수감 중이다.

 

그 후 8년이 지났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벡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한다. 그는 여전히 비탄에 젖어 있다. 후회와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다. 아내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가는 벡. 그에게 어느 날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한다. 그 메일은 아내가 보낸 것이었다. 8년 전에 죽은 아내가. 엘리자베스는 이런 메시지를 남긴다.

 

그들이 보고 있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아내는 정말 살아 있는 걸까? 그때 죽은 게 아니었던 말인가? 한편 벡은 경찰의 연락을 받는다. 경찰은 샤르메인 호수에서 시체 두 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어서 현장에서 함께 수거된 둔기에는 묻은 피는 그의 것으로 확인된다. 설상가상으로 벡의 뒤를 의문의 집단이 쫓는다. 목숨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집단. 그들은 도대체 누군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가 가득한 소설이다. 아내의 죽음에 얽히고 가려진 비밀들이 연쇄적으로 맞물리며 진행된다. 주인공 벡의 심리에 동조되어 사건의 진행을 따라갔다. 긴박감 있고 스릴 있는 전개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벡이 위기에 처하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 하나 하나가 높은 동조감을 형성했다. 벡에게 동조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요인이 있다. 그에게 더 몰입하고 감응할 수 있었던 것은, 벡이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벤은 평범한 사람이 급작스러운 상황에 처했을 때의 대처나 반응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누군가에게 쫓기고 또 추적에서 벗어나는 장면은 현실적이었고, 현장감이 생생했다. 적어도 우연이 남발되거나 개연성이 없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가장 몰입했던 부분이 있다. 이 경찰을 폭행하고 용의자로 몰렸을 때다. 지명수배자가 되어버린 벡. 그땐 어떻게 위기를 벗어나나 걱정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어쨌든 벡의 행동은 잘못됐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아무 죄 없는 경찰을 폭행했고, 그 사실을 무마하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벡이 그 경찰에게 개인적으로 사죄를 하는 부분이 들어갔어야 하지 않았나,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소설이 현실성이 있다고 본 이유가 또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형적이지 않다. 역할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다. 벡을 의심하고 용의자로 주목했던 FBI 요원 칼슨. 그는 벡이 범인이라는 추측에 제동을 건다. 칼슨은 제시된 증거와 상황이 지나치게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는 벡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을 상정하고, 진짜 범인의 정체를 찾는다. 이 또한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칼슨이란 인물이 신선했다. 칼슨 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들의 행동에는 합리적인 개연성이 있다. 뜬금없다고 생각되는 뜻밖의 조력자도 등장의 이유와 목적이 있었다. 입체적인 캐릭터 덕분에 소설의 핍진성이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는 스릴러 소설이다. 하지만 난 이 소설이 로맨스 소설로서의 요소도 있다고 본다. 소설의 근간에는 매우 절실하고 맹목적인, 벡과 엘리자베스 두 사람의 사랑이 있었다. 죽음조차 갈라놓을 수 없는, 굳건한 사랑. 그랬기에 벡은 메일만 보고 모든 것을 다 걸었다. 누군가에게 쫓겨도, 죽음의 위기에 직면해도 한결같이 엘리자베스를 믿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진상을 조사하다가 아내의 부정이 추가로 확인됐을 때조차, 그는 그 사실을 믿지 않는다. 엘리자베스가 결코 그럴 리가 없으니까(나는 믿었다……). 엘리자베스 또한 벡을 사랑한다. 그를 사랑했기에 죽음을 무릅쓰고 위기를 자처했다. 두 사람의 일관적이고 헌신적인 사랑. 그 사랑이 이끄는 소설의 결말이 어떨지 궁금하지 않은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는 넷플릭스 영화로 제작이 결정되었다. 원작이 워낙 탄탄하니까, 소설의 내용을 충실하게 재현만 해도 성공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영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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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메인 빌런 중 하나로 한국인이 등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북한 사람이다. 묘한 억양을 쓰는 생기 없는 눈빛을 가진, 에릭 우. 극한으로 단련한 손을 무기로 삼는 사람. 그의 등장 때마다 긴장했다. 공포감이 들어서!

 

2. 벡의 구원자이자 믿음직스러운 동료 타이리스. 그는 마피아이자, 빈민가 출신이다. 의사이자 백인인 벡과는 도무지 인연이 없을 종류의 사람이다. 한데 벡은 타이리스 덕분에 킬러들에게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로도 타이리스는 벡을 헌신적으로 도운다. 타이리스가 벡을 도운 이유가 있다. 타이리스가 아들 티제이를 학대했다는 혐의를, 벡이 벗겨주었기 때문이다.

같은 병리학적 케이스의 아이 둘. 한데 백인 아버지의 경우 의심받지 않고, 반면 흑인 아버지는 수갑을 채우는 현실. 다행히 벡은 편견과 차별에 좌우되지 않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그 덕분에 벡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선행이 이렇게 보답 받은 것이다. 우리 모두 편견에 치우치지 맙시다!!

 

3. 제목처럼 정말 벡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을까? 엘리자베스가 분명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랬는데……!

 

 

인상깊은 구절

 

하지만 삶의 대부분의 문제는 그런 선택의 도마 위에 놓인다. 문제는 회색지대에 몸담는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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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중세 상징사
미셸 파스투로 지음, 주나미 옮김 / 오롯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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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서 상징은 매우 일상적인 사고와 감수성의 양식이었다(p11). 상징은 일반적이며 대중적인 것이었으므로, 중세의 작가들은 상징의 의미나 교훈을 따로 알릴 필요가 없었다. 중세 문화에서 상징은 사고의 기본적인 도구였다. 곧 상징은 복수의 매개물로 표현되고, 다양한 의미의 층위에 자리하며, 삶의 모든 영역과 관련을 맺고 있었다(p12).

 

중세인들의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현대인들은 상징의 모호성과 다의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상징은 해석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중세에서 가장 상징적 주제로 많이 쓰였던 것들을 선정한 다음, 동물·식물, ·표장, 놀이·영향의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다루고 있다. 상징적 주제들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동물·식물 : 동물, 사자, 멧돼지, 나무,

2. ·표장 : , 흑백, 염색, 붉은 털, 문장, 깃발

3. 놀이·영향 : 체스, 아서왕, 라퐁텐, 검은태양, 아이반호

 

제목만 봤을 때는 주로 문장과 표장을 분석하는 내용을 다룰 줄 알았다. 생각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상징체계가 있었다. 그리고 상징체계에서 요소들은 자체의 의미뿐만 아니라 상호 관계에서 의미를 해석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례로 사자, , 레오파르두스는 관계에 따라 상징하는 의미가 달랐다. 사자의 양면성으로부터 레오파르두스란 상징이 파생했으며, 다변적인 의미작용과 변용을 거쳤다. 사자이자 표범이기도 한 레오파르두스는 오늘날 영국 왕실의 문장에서도 모습을 볼 수 있다.

 

상징사라고는 했지만 동물 재판, 염색업자 같이 중세의 생활과 문화를 알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동물 재판은 말 그대로 동물을 재판했다는 말이다. 살인죄를 저지른 동물은 체포, 수사, 판결의 정식 절차를 거쳐 처벌을 받았다. 살인은 주로 갓난아기 살해가 많았다고 한다. 오늘날과 달리 집에서 가축 사육을 했던 중세로서는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었을 사고였을 것이다.

 

돼지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고, 판결을 읽어주고, 처형대에서 목을 매달아 죽인 중세 사람들. 이 행위는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중세에서는 동물도 영혼이 있으니,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법적 절차를 적용하는 것이 동물에게 보다 나은 대우인 걸까? 동물은 인간보다 하등하다는 인간중심적 사고가 중세인보다 현대인이 더한 걸까? 동물에 대한 인도적인 대우는 적어도 현대보다 중세가 더 나았던 건지도 모르겠다(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죽이는 건 마찬가지지만).

 

 

색에 대해서도 중세 신학계는 치열한 논쟁을 통해 의미를 부여했다. 빨간색, 녹색, 노란색은 사치스러운 색이라고 경계하는가 하면, 흰색·검은색은 존엄한 색으로써 왕과 귀족들이 선호하는 색이 되기도 했다. 색에 대해 가톨릭은 경계하고 배척했다지만, 사실 중세에서 가장 화려하고 빛났던 것은 가톨릭 성당이었다. 종교개혁 당시 칼벵, 루터 등 개혁가들은 빨간색은 사치와 죄악의 최고치를 상징하는 색(p183)이라며 비난했다는데, 교황의 법의는 (지금까지도) 붉은색이다. 색에 대한 경계, 가톨릭에 대한 반동으로 프로테스탄트의 교회는 심플하다. 색과 실내 장식을 최대한 제한한 조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종교인으로서는 마땅한 조처일지는 모르나, 보는 입장에서는 다소 아쉽다. 시각적·물질적 효과에 약한 어린 양은 반짝이는 황금과 오색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에 눈을 뗄 수가 없네요.

 

 

문장에 관심이 있어서, 문장에 대한 파트를 가장 주의 깊게 읽었다. 문장의 출현은 11세기 말~12세기 중반 사이 이루어진 군사 장비의 발전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적군과 아군을 식별할 수 있는 기호로 방패의 넓은 평면에 기하학적인 도형이나 동물·꽃 등을 그려넣는 관습이 생겨났는데(p243), 그것이 문장의 출현이었다. 최초 군주나 영주, 왕들만 사용했던 문장은 귀족 사회 전체로 퍼져나갔다. 문장은 신분을 나타내기 위한 표장적 이미지였지만, 그 문장의 색과 형상은 권력을 뒷받침하는 상징적 의미도 나타내고 있었다(p14).

 

문장의 형태는 문양과 색으로 구성되었다. 방패꼴 형태 안에 문양과 색을 배치하는 것이 문장이었다. 그런데 이 문양과 색은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조합할 수 없었다(p255). 가장 중요한 규칙은 색 사용에 관한 규칙이었다. 색은 여섯 가지 색만 허용되었으며, 이 여섯 가지 색도 자유롭게 배합할 수 없었다. 여섯 개의 색을 두 개의 집합으로 분류하고, 같은 집합에 속한 두 색을 나란히 사용하거나 겹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한다.

 

또 책을 읽다가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 같은 가문이라고 문장을 똑같이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본가의 장자만이 완전한문장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외 다른 자식이나 가문 소속 구성원들은 문장에 변형을 한 분가 표지를 써야 했다. , 여성에게는 이것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저자는 깃발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문장의 사용이 깃발의 탄생에 영향을 미쳤고, 깃발은 오늘날 국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유럽 국가들의 국기는 문장의 색 사용 규칙을 적용해서 만든 것이다(유일하게 포르투갈이 예외적 사례라고 한다). 문장과 깃발과 국기. 이들은 만들어진 집단 나아가 국가의 정체성을 의미하기 위한 상징으로 연결된다. 서양 중세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연결되는 또 하나의 상징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상상이 언제나 현실의 일부를 이루듯이, 중세에 관한 우리의 상상도 아무리 정서적이고 허구적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세계는 우리가 지각하고 살아가는 실재이다. () 마르크블로크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하자. “역사는 단지 과거의 것만이 아니라, 그것으로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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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생각하기 - 생각의 그릇을 키우는 42가지 과학 이야기
임두원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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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생각하기는 과학자인 저자가 평상시 또는 강연에서 받은 질문들을 선별, 과학자로서 답을 설명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는 총 42가지의 질문이 등장한다. 질문들은 단순한 것 같지만 깊숙이 파고들면 심오한 영역으로 연결되는 질문들이다. 인간은 모두 죽어야 하는 운명일까? 같은 철학적인 질문도 있고, 사람들은 왜 자신을 특별하게 여길까? 같은 심리학적인 질문도 있다. 이러한 질문들을, 저자는 과학으로 해석하고 설명한다.

 

저자가 받았던 수백 가지의 질문들 중에서 고른 것이라, 질문들이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봤던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거울에 어떻게 내가 비치는가? 사람들이 복권을 왜 계속 살까? 같은 질문들은 엉뚱할 수 있겠지만, 설명을 듣다보면 사소한 일상, 사소한 행동에도 과학이 정밀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어렸을 때 한 번쯤 느꼈을 의문들이 이제야 비로소 풀리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지나쳤던 과학적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돼서 여러모로 유익했다. 친절하고 알기 쉬운 설명이라서 이해하기 쉬웠다. 그리고 이해에서 나아가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관점의 전환, 사고력의 상승을 돕는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이 읽기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몇몇 흥미로웠던 부분들에 대해 메모를 남긴다.

 

1. 인간은 모두 죽어야 하는 운명일까? *마모이론* pp18~22

우리가 죽어야 할 운명인 것은 진화 과정에서의 선택 때문이다. 종의 존속을 위한다면, 우리에게 개인의 수명을 늘리거나 자손을 많이 낳거나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에너지 배분의 차원에서, 에너지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의 수명은 필멸이 될 수밖에 없다. 가용 에너지를 자손 생산과 수명 보전, 두 부분에 나눠서 써야하기 때문이다.

 

2. 우리는 왜 지나간 일을 후회할까? *인과율* pp26~8

우주 전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법칙. 불균일한 것은 균일해지고, 질서 있는 것은 무질서해진다. 우주의 탄생과 팽창도 결국, 질서에서 무질서로, 불균일에서 균일로 가는 과정이다.

3. 균형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 *삼투압* p45

2와 비슷한 맥락에서 자연은 다름보다 같음, 그리고 불균형보다 균형을 선호한다.

 

4. 영원히 사는 것이 과연 축복일까? *정신의 노화* p77

정신의 노화란 인간의 정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를 겪는 과정을 의미한다. 흔히 10대의 시간은 시속 10km, 30대의 시간은 시속 30km, 60대의 시간은 시속 60km이라 말한다. 그만큼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 대한 흥미가 점차 줄어들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5. 재미있을 때는 왜 시간이 빨리 갈까? *상대성이론*

4와 연계해서, 나이가 들수록 주변의 변화에 둔감해진다. 축적한 경험에 반비례해서 새로운 경험의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체의 노화도 영향을 미친다.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 네트워크의 처리 능력이 저하되므로, 신체적으로도 변화에 둔감해진다. 변화가 없으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 확인한 시간은 그렇지 않으니 체감 시간은 빠르다고 느껴지게 된다.

 

6. 사람들은 별을 왜 뾰족하게 그릴까? *빛의 회절* pp238~44

별은 동그란 구형이다. 그런데 하늘에서 보는 별 모양은 둥글지 않다. 여러 갈래 빛줄기를 내는, 뾰족한 다각형으로 보인다. 그것은 빛의 회절 현상로 설명할 수 있다. 빛은 파동의 일종이므로, 좁은 구멍을 통과하면 구멍 주위로 빛의 파동이 퍼져나간다. 한편 우리 눈이 빛을 인식할 때, 빛은 수정체라 불리는 일종의 렌즈를 거친다. 이 수정체를 구성한 섬유 세포는 다각형 구조로 이뤄졌다. 빛이 수정체를 통과할 때, 이 다각형 구조에서 회절을 일으킨다. 그래서 우리가 눈으로 보는 별빛은 다각형의 조리개를 통과한 빛처럼 빛이 갈라지는 현상을 일으킨다.

 

7. 별은 왜 반짝반짝 빛날까? *핵융합* pp302~3

별은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행성이나 소천체들은 엄밀히 말해 별이 아니다. 이 정의에 따른다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정확히 말해서 행성에서 온 그대가 맞을 것이고,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사는 곳은 별이 아니라 행성 또는 소행성이 되어야 한다. 별은 너무 뜨거워서 생명이 살 수 없으므로.

 

 

8. 인간은 계속 생존할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 pp329~32

지구의 역사에서 대멸종은 현재까지 모두 다섯 번 일어났다. 대멸종 가운데 적어도 세 건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기온이 오르고, 수온이 올라가고, 산소가 부족해진다. 산소가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으니 결국 생물 종들의 70~80%가 멸종했다. 과거의 대멸종은 화산 분화 등으로 인한 천재지변이 불러일으켰다. 한데 현재 가속하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인간이다. 산업혁명 이전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ppm이었다면, 현재는 410ppm 정도라고 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갈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지구의 기온도 점차 상승하고 있다. 페름기 대멸종 때와 유사한 수준의 온도 상승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같은 수준으로 멸종이 진행된다면, 과학자들은 조만간 지구상에 인간과 소수의 가축만이 남는 고립기가 도래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9. 사람들이 복권을 계속 사는 이유 *확률의 법칙* pp338

윌리엄 페일리의 지적설계론에 따르면, 매우 복잡하기는 하지만 아주 정교하게 돌아가는 이 우주는 결코 저절로 생겨날 수 없다. 창조를 위한 어떤 지적인 설계자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교하고 복잡한 시계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이론은 지적인 설계자, 즉 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눈먼 시계공을 통해, ‘만약 복잡한 물건에 반드시 설계자가 있다면, 그 설계자는 눈먼 시계공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설계자의 수가 많고 (무한대에 가까운)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완성할 확률이 희박하게라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론의 경우, 생명은 확률과 우연의 법칙에 따라 탄생했다고 믿고 있다.

 

10. 밤하늘은 왜 깜깜할까? *팽창하는 우주* pp370-1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그리고 거리가 멀리 떨어질수록 멀어져가는 속도도 빠르다. 게다가 빛의 속도는 유한하기 때문에, 먼 곳의 빛은 더 멀 수밖에 없다.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고 가장 멀리 떨어진 빛은 138억 년 전의 빛이지만, 팽창으로 거리가 더 멀어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가장 먼 빛의 거리는 465억 광년으로 계산할 수 있다. 심지어 그 빛은 아직도 지구에 도달하지도 못한 상태이며, 영영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멀어지는 별들이 있고, 팽창할수록 그 별의 숫자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가 될수록 우리가 볼 수 있는 별들의 숫자도 적어질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11. 거울에 어떻게 내가 비치는가? *빛의 반사* pp403

아지트 바르키, 데니 브라워의 부정본능에 따르면, 인간은 수면이나 거울을 통해 자신을 인식할뿐더러, 다른 개체들 또한 자신과 동일한 존재임임을 인식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한데 이 단계는 타 개체의 죽음 또한 자신의 경우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필멸의 공포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종의 번식보다 자신의 생존에만 몰두하게 돼서, 점차 종이 쇠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애써 죽음을 외면하고 부정함으로써, 현재의 삶에 치중함으로써, 쇠퇴하지 않고 번성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인간만이 갖는 부정 본능이다.

 

12. 세상은 왜 다양한 것들로 넘쳐날까? *공유 결합* pp419-22

현재 우주는 팽창하고 있고, 점점 팽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우주가 계속 팽창할수록, 별과 은하들도 멀어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별의 소멸만 있을 뿐 생성은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우주는 차갑게 식을 것이고 결국 우주는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한데 팽창을 막을 수 있는 한 가지 존재가 있다. ‘암흑물질이다. 암흑물질의 밀도가 우주가 팽창하는 관성을 억제할 만큼 높다면, 우주는 팽창을 멈출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암흑물질의 양만으로는 우주의 팽창을 억제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현재로선 팽창이 우주의 현재이자 미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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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을 때, ‘눈이 녹으면?’이란 질문에 물이 된다.’라고 답변했다. 전형적인 이과의 답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나라면 어떻게 대답할까? 이 질문의 의도, 관점의 차이를 찾는다는 의도가 참신했다. 그런데 난 문과면서 저자처럼 물이 된다.’라는 답변에 편승했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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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 (여름 한정 에디션) -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SUN 도슨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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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 현지에서 미술관 도슨트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도슨트인 저자가 뉴욕 현대 미술관(별칭 모마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들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는 도슨트북이라 할 수 있다. 대표작품 16편을 소개하였는데,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은 아니지만 연관된 다른 작품도 함께 실어 이해를 도왔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그림,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모네의 수련,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등을 포함하여 근현대 미술 작품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작가 소개에서부터 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하게 된 계기 혹은 동기, 그리고 작품에 대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마치 미술관에서 도슨트에게 직접 해설을 듣는 것처럼 꾸며졌다는 점이다. 깔끔하고 명료한 설명이 돋보인다. 직접 작품을 봤을 때, 관람객이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들로 선별하여 구성했다는 느낌이 든다.

 

모마 미술관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그리고 그림을 잘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제시한 책. 읽는 동안 모마 미술관에 실제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실제로 모마 미술관에 가게 된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다음은 몇몇 작품에 대한 감상들.

 

1. 고흐 별이 빛나는 밤




 이 작품이 모마에 있었구나. 고흐의 작품들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 ‘이라는 주제를 낮보다 밤에 더 잘 표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p21)한 고흐의 발상은 역시 비범하다.

 

2. 모네 수련〉 





수련이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 큰 패널 세 개를 연결한 초대형 작품. 전시실 하나를 가득 채우는 데다 굴곡진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모네는 수련을 전시할 때 곡선 형태의 빙 둘러진 모습으로 전시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과연 모네의 의도에 따라,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저자의 표현대로 정원이 나를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p48)을 줄 것 같다. 그 느낌을 실제로 보고 느끼고 싶다……!!

 

* 수련을 볼 때 세 가지 요소를 파악할 것. 물 위의 수련, 수련 아래에 보이는 물, 그리고 물 위에 비친 하늘.

* 수련은 이건희 컬렉션(수련이 있는 연못)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3.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원래 피카소는 이 그림의 제목을 아비뇽의 창녀들이라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 벌거벗은 몸을 드러낸 채, 관람객을 직시하는 여인들의 도발적인 시선. 때문에 피카소가 친구들에게 이 그림을 공개했을 때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또한 피카소는 아비뇽의 처녀들초기 구상에서는 남자 둘을 포함시키려고 했다. 남자 둘을 여자 다섯이 쳐다보는 구도를 생각했으나, 결국 남자들을 빼버리고 여자들만 남겼다. 여자들의 시선을 관객으로 배치함으로써, 아비뇽의 처녀들은 더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는 사실.

 

4. 샤갈 나와 마을〉 




따스한 색감으로 구성된 몽환적 이미지들의 입체적 조합. 색채와 표현과 상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샤갈의 그림을 보니, ‘색채의 마술사’, ‘색을 시처럼 쓰는 화가’, ‘색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쓰는 동화작가라는 명칭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5. 달리 기억의 지속〉 




 자그마한 크기의 액자에 담긴, 거대하고 웅장한 초현실의 세계. ‘흘러내리는 시계를 통해 표현한, 시간의 무한한 속성이 놀랍다.

 

6. 마크 로스코 넘버5 / 넘버22〉 






색들의 경계선에서 이뤄지는 오묘한 조화. 실제 감상에서 느껴보고 싶다.

 

7. 앤디 워홀 캠벨 수프 캔〉 





언뜻 보면 똑같은 캔이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른 32점의 캠벨 수프 캔. 무슨 맛인지 열심히 들여다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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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감각 연구소 - 먹고 자고 일하는 인간의 감각에 관한 크고 작은 모든 지식
찰스 스펜스 지음, 우아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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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감각연구소. 이 책의 부제는 먹고 자고 일하는 인간의 감각에 관한 크고 작은 모든 지식이다. 그렇다. 이 책은 감각에 관한 이야기다. 감각이란 무엇인가. 감각은 크게 청각, 시각, 촉각, 미각, 후각의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감각은 존재의 근본이다. 인지하고 경험하고 알아가는 모든 것은 감각을 통해 전달된다(p13).

그런데 이 감각은 동시에 공유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의 외양(시각), 냄새(후각), (미각)을 한번에 즐기며 먹는다. 이러한 감각의 상호작용을 다중감각이라 한다. 한편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감각 과부하에 시달릴 때가 많다. 너무 많은 소음과 시각 정보, 멀티태스킹 등으로 인한 과부하다. 감각 과부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감각을 균형 있게 자극하는 방법, 즉 다중감각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모든 감각의 고유한 능력을 알고, 감각들이 상호작용해 감정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예측 가능한 방식을 이해해야만, 자신만의 감각경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킹할 수 있다(p16). 이처럼 사회적인지적정서적 웰빙을 위해 감각의 힘과 감각 자극을 사용하는 것을 센스해킹이라고 정의한다(같은쪽). 센스해킹은 곧 우리의 일상생활에 적용될 수 있다. 그래서 책의 목차는 일상생활의 주요활동과 환경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 정원, 침실, 출퇴근, 직장, 쇼핑, 헬스케어, 운동과 스포츠, 데이트로 파트를 구분하고, 각 파트별로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센스해킹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또한 소비의 측면에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들 중의 하나가 센스해킹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우리의 지갑을 열기 위해, 얼마나 교묘하고 세심하게 센스해킹을 시도했으며 또 소비자들은 그 시도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지에 대해 나온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센스해킹의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집대성한 성공적인 사례다. 자동차 엔진 소리부터 차 문이 닫히는 소리, 손에 든 자동차 키의 무게, 멋진 신차 냄새까지 모든 것이 세심하게 설계(p128)되었다. 자동차야말로 다중감각적 운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다중감각적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무엇보다도 새 차에서 나는 신차 냄새가 인위적으로 조성한 인공 혼합물이란 사실에 놀랐다……. 수리한 차를 되찾을 때, 사람들이 변화를 느끼는 것 또한 새 차 냄새이다. 물론 이 냄새 역시 새 차 향수를 뿌린 것이라는 사실.

 

결국 일상감각연구소는 현대인의 편안하고 쾌적한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안내서이자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다중감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실제 사례에 접목시킨 점에서, 실용과학의 실천적인 응용 사례라 볼 수 있다. 책의 조언에 따라 습관, 행동 방식, 환경을 약간이라도 개선한다면 놀라운 효과를 보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다양한 센스해킹 방법을 소개하는데, 이 방법들에는 일관적인 교집합이 있다. 그것은 자연이다. 자연에 아주 조금만 노출되어도 기분과 성과, 건강이 좋아지며, 자연에서 더 오래 머물수록 용량의존적으로 효과가 커진다(p66).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어떤 곳에서든, 어떤 방식이든, 자연에서 감각 자극을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

 

1.

노화가 될수록 감각은 쇠퇴한다. 보통 어떤 감각을 가장 그리워하게 될지 물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시각을 꼽는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삶의 질 지표와 자살률 데이터를 보면 실제로는 후각을 잃은 이들의 상황이 훨씬 더 나쁘다(p15). 시력을 잃더라도 이전의 봤던 것들을 머릿속에 상상할 수 있지만, 후각을 잃었을 시 냄새를 맡았던 기억을 살릴 수가 없다고 한다. 의외의 사실이었다.

 

2.

숙면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덜 잘수록 수명은 짧아진다. 숙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수면 위생’, ‘수면 공학같은 개념이 등장했다. 수면 건강 사업도 있을 정도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알면서도 간과하는 사실. 스마트폰은 수면 방해의 일등 공신이다! 그리고 양을 세는 것은 오히려 수면에 방해되는 미신이다. 차라리 자연환경 같은 고요하고 편안한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숙면에 낫다고 한다.

 

3.

요즘 많은 음식점들이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데 앞으로 화면을 터치할 때 꼭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영국 맥도날드 지점의 키오스크를 조사했을 때, 대변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충격적인 연구 결과다. 또한 상점에 수북이 쌓인 물건들의 첫 번째는 접촉오염이 발생했을 경우가 높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손 씻기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졌지만, 팬데믹 이후에도 손 씻기는 필수라는 사실을 저절로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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