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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감각 연구소 - 먹고 자고 일하는 인간의 감각에 관한 크고 작은 모든 지식
찰스 스펜스 지음, 우아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월
평점 :

『일상감각연구소』. 이 책의 부제는 ‘먹고 자고 일하는 인간의 감각에 관한 크고 작은 모든 지식’이다. 그렇다. 이 책은 ‘감각’에 관한 이야기다. 감각이란 무엇인가. 감각은 크게 청각, 시각, 촉각, 미각, 후각의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감각은 존재의 근본이다. 인지하고 경험하고 알아가는 모든 것은 감각을 통해 전달된다(p13).
그런데 이 감각은 동시에 공유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의 외양(시각), 냄새(후각), 맛(미각)을 한번에 즐기며 먹는다. 이러한 감각의 상호작용을 ‘다중감각’이라 한다. 한편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감각 과부하에 시달릴 때가 많다. 너무 많은 소음과 시각 정보, 멀티태스킹 등으로 인한 과부하다. 감각 과부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감각을 균형 있게 자극하는 방법, 즉 다중감각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모든 감각의 고유한 능력을 알고, 감각들이 상호작용해 감정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예측 가능한 방식을 이해해야만, 자신만의 감각경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킹’할 수 있다(p16)고. 이처럼 사회적‧인지적‧정서적 웰빙을 위해 감각의 힘과 감각 자극을 사용하는 것을 ‘센스해킹’이라고 정의한다(같은쪽). 센스해킹은 곧 우리의 일상생활에 적용될 수 있다. 그래서 책의 목차는 일상생활의 주요활동과 환경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 정원, 침실, 출퇴근, 직장, 쇼핑, 헬스케어, 운동과 스포츠, 데이트로 파트를 구분하고, 각 파트별로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센스해킹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또한 소비의 측면에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들 중의 하나가 센스해킹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우리의 지갑을 열기 위해, 얼마나 교묘하고 세심하게 센스해킹을 시도했으며 또 소비자들은 그 시도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지에 대해 나온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센스해킹의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집대성한 성공적인 사례다. 자동차 엔진 소리부터 차 문이 닫히는 소리, 손에 든 자동차 키의 무게, 멋진 신차 냄새까지 모든 것이 세심하게 설계(p128)되었다. 자동차야말로 다중감각적 운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다중감각적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무엇보다도 새 차에서 나는 ‘신차 냄새’가 인위적으로 조성한 인공 혼합물이란 사실에 놀랐다……. 수리한 차를 되찾을 때, 사람들이 변화를 느끼는 것 또한 ‘새 차 냄새’이다. 물론 이 냄새 역시 ‘새 차 향수’를 뿌린 것이라는 사실.
결국 『일상감각연구소』는 현대인의 편안하고 쾌적한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안내서이자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다중감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실제 사례에 접목시킨 점에서, 실용과학의 실천적인 응용 사례라 볼 수 있다. 책의 조언에 따라 습관, 행동 방식, 환경을 약간이라도 개선한다면 놀라운 효과를 보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다양한 센스해킹 방법을 소개하는데, 이 방법들에는 일관적인 교집합이 있다. 그것은 자연이다. 자연에 아주 조금만 노출되어도 기분과 성과, 건강이 좋아지며, 자연에서 더 오래 머물수록 용량의존적으로 효과가 커진다(p66).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어떤 곳에서든, 어떤 방식이든, 자연에서 감각 자극을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덧.
1.
노화가 될수록 감각은 쇠퇴한다. 보통 어떤 감각을 가장 그리워하게 될지 물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시각을 꼽는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삶의 질 지표와 자살률 데이터를 보면 실제로는 후각을 잃은 이들의 상황이 훨씬 더 나쁘다(p15). 시력을 잃더라도 이전의 봤던 것들을 머릿속에 상상할 수 있지만, 후각을 잃었을 시 냄새를 맡았던 기억을 살릴 수가 없다고 한다. 의외의 사실이었다.
2.
숙면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덜 잘수록 수명은 짧아진다. 숙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수면 위생’, ‘수면 공학’ 같은 개념이 등장했다. 수면 건강 사업도 있을 정도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알면서도 간과하는 사실. 스마트폰은 수면 방해의 일등 공신이다! 그리고 양을 세는 것은 오히려 수면에 방해되는 ‘미신’이다. 차라리 자연환경 같은 고요하고 편안한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숙면에 낫다고 한다.
3.
요즘 많은 음식점들이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데 앞으로 화면을 터치할 때 꼭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영국 맥도날드 지점의 키오스크를 조사했을 때, 대변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충격적인 연구 결과다. 또한 상점에 수북이 쌓인 물건들의 첫 번째는 ‘접촉오염’이 발생했을 경우가 높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손 씻기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졌지만, 팬데믹 이후에도 손 씻기는 필수라는 사실을 저절로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