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오리진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DNA까지 다윈의 ‘위험한 생각’을 추적하다
존 그리빈.메리 그리빈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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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오리진 (On the Origin of Evolution)

저자 : 존 그리빈, 메리 그리빈

출판사 : 진선 Books



저자소개


진화의 오리진은 존 그리빈과 메리 그리빈이 공동으로 저술한 책이다.

책의 저자 소개란에서 보면 진화의 오리진의 저자 존 그리빈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천체물리학자로, 현재는 과학 도서 작가로 활동하며 「다중우주를 찾아서」와 「우주」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썼다고 한다.

또 한 사람 메리 그리빈은 교육자이면서 아동청소년 과학도서를 쓰는 작가로, 「시간과 우주」라는 책으로 'TES 어린이 정보도서상'을 받았을 정도로 어려운 개념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잘 풀어 전달하는 재능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진화의 관념은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을까? 


진화의 오리진은 진화 생물학에 등장하는 '진화'의 관념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알려주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우리는 19세기 영국의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으로부터 자연선택과 진화이론을 배웠지만, 사실 진화에 대한 발견은 다윈뿐만 아니라 동시대에 독자적으로 진화를 생각한 또 한 명의 인물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가 있었다.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통해 자연선택에 대한 진화의 메커니즘을 설명했지만, 사실 진화라는 관념의 출발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살던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진화의 오리진 고대 편에서 보면, 플라톤과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스토아학파는 후대 서유럽의 그리스도교 사상가에게 '생명의 사다리'라는 관념을 만드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데, 그 이전 엠페도클레스(기원전 409년경~ 기원전 430년경)는 오히려 생명의 진화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보다 좀 더 선진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게다가 그리스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기원전 610년경 ~ 기원전 546년경)는 자연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려고 시도하는 최초의 철학자이기도 했다.


사실 고대인들 중에서도 생물이 원자의 결합으로 형성됐다 보는 유물론자 에피쿠로스(기원전 341~기원전 270)가 있었고, 끊임없는 생물학적 변화를 이야기한 중국의 도가의 철학자 장자와 고대 이슬람, 스페인 철학자까지 진화의 관념이 생겨나기까지는 수많은 철학자, 신학자, 과학자들의 역할이 있었다. 이들은 생물의 진화를 과학적 추론과 연구를 통해 각자 자신들의 이론을 정립해 가며 과학을 진보시켰다. 이와 반대로 창조주의 세계로 세상과 생명을 바라보는 종교의 믿음이 진화 이론의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리스도교의 영향으로 창조주가 세상을 만들었다는 '생명의 사다리' 관념은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해 진화 이론을 제시한 이후에도 결국 생물의 층위를 만들어 내고 1883년 영국의 F. 골턴은 끔찍한 우생학을 통해 우수한 인간을 증가시킬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러한 잘못된 진화의 관념은 독일의 나치에게 유대인을 말살하게 만드는 명분까지 주게 되었다.






저자가 진화의 오리진을 통해 진화의 관념에 대한 기원을 알리는 것은, 진화라는 개념이 제대로 된 맥락 속에서 자리 잡길 바라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이론은 현재 진화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지만 고대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과학의 진보를 면밀히 살펴보면 자연선택이론 역시 진화의 종착역이 아닌 하나의 과정에서 나타난 이론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다양한 과학자들의 저술서를 통해 진화의 관념이 생겨나는 과정을 설명해 주는데,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생물의 진화 과정은 자연의 보편적 사실이고, 진화 이론과 별도로 계속 진행과정 있다고 말하는 작가의 뜻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된다.


진화의 오리진은 고대, 중세, 현대로 이어지는 진화의 관념과 다윈의 자연선택 개념, 멘델의 유전법칙의 발견, 20세기 초 집단유전학 등 현재 진화이론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담고 있기에 이 책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현재 현존하는 인류보다 더 강한 슈퍼인류를 꿈꾸는 시대를 살고 있고, ai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고 화성까지 나아갈 세상을 상상하기까지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한 인간은 또 어떤 방식으로 생존에 적합한 진화를 겪게 될까. 이는 자연스레 품게 되는 의문이다.


진화는 우리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비단 생물학이나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닐지라도 이처럼 진화와 관련된 과학 도서라면 꾸준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생물의 진화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소장해 두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 진선 Books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사실 진화 자체의 기원에 관한 책이 아니라 진화라는 관념의 기원에 관한 책인데 그렇다고 제목을 그렇게 지으면 그다지 입에 착 붓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책의 목표는 다윈의 이 생각을 올바른 맥락 속에 놓아 그것이 그 이전에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또 20세기에는 더욱 발전하여 유전학과 진화에 관련된 생체분자들을 이해함으로써 소위 ‘현대 종합이론’과 그 너머까지 나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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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그림자 속에서
알비다스 슐레피카스 지음, 서진석 옮김 / 양철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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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리투아니아 작가 알비다스 슐레피카스의 소설은 참혹했던 제2차 세계대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1939년부터 1945년까지 6년간 지속되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시점을 조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이 히틀러 사망 후 1945년 5월 7일 연합군에 항복하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독일의 동프로이센은 승리한 러시아군의 점령 아래서 전쟁의 남은 잔재를 겪으며 극심한 기아와 죽음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P.7 
거기엔 사람 고기에 맛을 들인 늑대들이 있었어. 
거기엔 사람의 시커면 턱뼈를 물고 다니는 개가 있었어. 
거기엔 굶주린 눈동자들이 있었고, 
거기엔 온통 굶주림, 굶주림, 굶주림, 굶주림뿐이었어. 
거기엔 시체들이 있었지, 죽음과 시체들만. 
거기엔 바람조차 폐허와 사막 사이에서 길을 잃은 채 방황하는, 
공허하고 을씨년스러운 광야가 있었지.
전쟁은 끝났지만 프로이센의 모든 것이 무너지고 약탈당하고 포화로 주저앉아 버렸지. '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레나테의 가족은 엄마 에바, 이모 로테, 맏오빠 헤이츠, 브리기테, 모니카, 헬무트이다. 그리고 이웃의 여인, 마르타와 그녀의 아이들 그레테와 알베르트, 오토가 있다. 

그들이 사는 지역은 사람들이 전쟁과 기아에 시달리다 못해 아이들과 함께 네무나스강으로 뛰어들고, 이름 모를 사체들은 검게 썩어서 강물에 떠내려 오는 곳이었다. 

어느날 밤, 레나테의 엄마인 에바와 이웃 여인 마르타는 아이들에게 먹을 음식을 찾으러 나갔다가 러시아 군인들에게 쫓기게 되고, 마르타는 집까지 따라온 군인들의 밤새 이어진, 무자비한 폭행에 의해 삶의 의지를 상실하게 된다. 그리고 마르타를 의지했던 에바 역시 지쳐만 갔다. 

 P.58 
"아니야, 에바. 내 웃음소리는.... 그놈들이 다 죽였어."

P.59 
그 길에는 파시스트 짐승들의 소굴이라 불리는 독일의 동프로이센이 있다. 
네무나스강을 건너면 그 반대편엔 리투아니아 그리고 소련의 광활한 땅이 펼쳐진다.

P.59 
주여, 제발 그들이 집단 수용소에 가지 않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아서 만나기를, 
불타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기를 간곡히 기도하나이다. 

아직은 어리지만, 배고픔에 시달리는 가족을 위해 헤이츠와 알베르트는 음식을 구하러 리투아니아로 떠나고, 이후 브리기테와 모니카 역시 동프로이센의 비참한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각자 희망을 찾아 리투아니아로 떠나게 된다.

그 사이 에바와 남은 가족들도 러시아 군인들에 의해 그나마 살고 있던 곳에서도 쫓겨나 강제 노역을 하러 집을 떠난다. 

레나테 역시 가족과 떨어져 리투아니아로 가게 되고, 이후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자신의 생존을 위해 리투아니아 사람들 밑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밥을 얻어먹거나, 자신의 신분과 이름을 속인 체 살아가게 된다. 

결국 레나테 역시 독일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리투아니아의 마리톄로 이름을 바꿔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전쟁이 인간의 정신을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세 가지 존재의 거짓말'을 통해 예전에 이미 한번 느꼈었다. 

그러나 이번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는 그와 다르게 전쟁의 피폐함은 물론, 읽는 내내 어둡고 깊은 숲속,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곳에 홀로 버려진 두려움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사방이 어둠뿐인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도 늑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보며, 참혹한 현실 앞에서도 그들이 삶에 강렬한 의지를 잃지 않기만을 바랐다.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는 

눈 감고 귀 막고 싶은 이야기
하지만 눈을 똑바로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
참혹함을 마주해야 하고,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담겨있다

잔혹했던 전쟁으로 영혼이 파괴되고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재까지 이어져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가슴 아픈 상처로 되새겨진다.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는 지금도 이어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전쟁의 참극이 어서 멈추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서글픈 현실과 동화되어 나의 마음 한구석을 한동안 계속 울릴 것 같다. 


※ 양철북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거기엔 사람 고기에 맛을 들인 늑대들이 있었어.
거기엔 사람의 시커면 턱뼈를 물고 다니는 개가 있었어.
거기엔 굶주린 눈동자들이 있었고,
거기엔 온통 굶주림, 굶주림, 굶주림, 굶주림뿐이었어.
거기엔 시체들이 있었지, 죽음과 시체들만. - P7

바람이 죽어 버린 벌레 몸뚱이 같은 눈송이를 날려 보내고 있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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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마태 크러스믄.라이언 매컬널리린츠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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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일대학교에서 2014년부터 '가치 있는 삶'이란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3명의 저자 미료슬라브 볼프, 마태 크러스믄, 라이언 매커널리린츠가 공동으로 펴낸 책이다. 지난 10년간 학생들로부터 '내 인생을 바꾼 최고의 수업'이라는 찬사를 받은 강의였다고 하는데, 역시 첫 장부터 읽는 내내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와닿아 생전 처음으로 책에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이 책이 '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의 삶이 성공도 할 수 있고, 실패도 할 수 있다 말하니 이 얼마나 홀가분 한 말인가.

성공해야 진정 가치 있는 삶이라 생각했던 강박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어느 날, 내가 원하고 바라던 이상적인 삶에서 엇나간 현실을 경험하게 됐다. 그리고 삶에 의욕이 사라진 깊은 우울감을 1년 가까이 겪어야 했다. 그때부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만난 니체를 통해 삶을 다시 한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얻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내 머릿속에는 언제나 한 가지 근본적인 물음이 계속 뒤따랐다.


"단 한 번뿐인 삶,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나는 답을 찾기 위해 아직도 책을 읽고 있고,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가치 있는 삶' 역시 그 과정에서 만난 책으로, 나는 그 안에서 다시 한번 '답'을 찾았지만, 이 책을 통해 깨달은 건 '답'이 없다는 사실이다. 


삶은 '답'보다 더 소중한 '의문'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깨달았다.

자신만의 '더 나은 가치'를 찾는 것이 '답'보다 더 중요한 과정이었다. 결국 삶은 '의문'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이었음을 나는 또 놓치고 있었던 거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저자가 말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가치'를 어떻게 발견하고

'가치' 있는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그를 위해 어느 방향의  '의문' 가져야 하는가


책의 내용은 총 5부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은 동서양의 철학자와 현인들의 지혜로운 이야기가 담겨있고, 이를 통해 1-5부까지 행동과 성찰을 이끌 '의문'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무의식' 즉각적인 본능으로 행동하는 '자동 조정 모드'와 '의식'의 '효율', '자기 인식', '자기 초월'의 방식으로 단계별로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나갈 방식을 알려준다.


목차 

1부 - 뛰어들기

2부 - 심해

3. 부 - 해저면

4부 - 한계 마주하기

5부 - 다시 수면으로 


각 장마다 '삶에 적용하기'를 통해 자신에게 더 집중하면서 생각을 정리해 나갈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전체주의처럼 하나의 삶의 가치를 표방하는 것이 아닌, 또 각종 광고나 소셜미디어, 정치인의 연설, 부와 권력, 명예 등을 통해 말하는 가치에 속지 않도록,위의 과정을 통해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가치를 찾아나가고 그걸 지키기 위해 언제나 자신만의 '의문'을 놓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치 있는 삶'은 이제 내가 찾아야 할 것이 답이 아니라 '의문'을 갖고 '더 나은 가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예일대 학생들이 들었을 강의를 책으로 접할 수 있었던 건 저자의 말처럼 나에겐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책을 읽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흐름출판사에도 감사드리며, 함께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나만의 '더 나은 가치'를 찾기 위한 '의문'을 품어야겠다.



흐름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P.343
성찰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삶이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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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 여행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29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황승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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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낭만을 뒤로하고

냉혹한 현실 사회로 눈을 돌린 지식인 하이네

📖 을유문화사에서 출판된 하이네 여행기는 하이네가 4권으로 출간한 여행기 중 북해 ≪연작시 1,2부≫, ≪산문 3부≫,≪이념_르그랑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이네는 여행기에서 당시의 시대 상황과 철학, 문학, 종교와 자본주의 비판, 시대의 분열상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놓고 있다. 그래서 아무래도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의 글들을 이해하기가 꽤 어려웠다.

나는 하이네 여행기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역자의 후기와 하이네가 살았던 당시 독일과 유럽의 상황을 찾아보고 정리해야만 했다.

그로 인해 뜻하지 않게 하이네의 글을 통해 나는 18-19세기 유럽의 상황을 공부할 수 있었다. 


📕 「 북해 」 연작시 1, 2부 

북해 1,2부의 시들은 마치 바닷가에 누워 져물어 가는 해와 이제 막 차갑게 빛나기 시작하는 별을 바라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바다에는 진주가 있고,
하늘엔 별이 있지만,
그러나 내 마음, 내 마음엔,
내 마음엔 그의 사랑이 있네(중략)

아름다운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의 푸른 천장에
난 입맞춤을 하고 싶어.
거칠게 입맞춤하고 거세게 울고 싶어.
- 선실의 밤 中


📕 「 북해 」 산문 3부 

하이네가 북해의 노르더나이섬에서 쓴 여행기는 일반적인 여행기들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그가 시인이었기에 꼭 시인의 언어로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북해 여행을 통해 섬 원주민들이 자본주의에 물들어 가는 광경 <탐욕스럽게 찡그린 표정>, <육감적인 춤>, <물욕에 사로잡힌 도박>을 보았으며, 그들의 도덕적 타락과 내적인 삶의 교란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괴테의 [파우스트]를 빗대어 종교를 비판하고, 하노버 귀족의 오만함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여행기는 그의 사유의 글로 가득했다. 

📍P.106
아무튼 교회의 지배는 최악의 억압이었다. 로마는 항상 지배하기를 원했고, 군단이 무너지면 도그마를 속주로 보냈다. 거대한 거미처럼 로마는 라틴 세계의 중심에 앉아 거미줄로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쌓다. 사람들은 단지 로마의 거미줄에 불과한 것을 가까이 있는 천국으로 간주하고 그 속에서 수 세대에 걸쳐 안정적으로 생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질식감과 비참함을 느낀 사람은 이 거미줄을 꿰뚫어 본 고상한 정신의 소유자들뿐이었다.

📍P.120
내 영혼을 사랑하듯 나는 바다를 사랑한다.


📕 「 이념_르그랑의 책 」

📍 p.167
그녀는 사랑스러웠고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네. 하지만 그는 사랑스럽지 않았고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네. - 옛날연극

이념_그르랑의 책은 매우 독특하다. 
그는 첫 장에 에벨리나에게 책을 바친다. '에벨리나' 그가 북해 3부에 말했듯이 에벨리나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이야기해도 되는 그 자신의 영혼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영혼에게 말하는 하이네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그의 말들이 모두 은유적으로 느껴졌다.

1장부터 20장에 이르는 [이념_르그랑의 책]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과거와 현실의 시대 상황을 모두 희극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돈다.

📍랄라랄 ㅡ 랄 ㅡ 랄 라.ㅡ

📍 p.183
그건 제 마지막 노래가 될 것입니다. 제 젊은 날의 밤에 그랬던 것처럼 별들은 저를 바라보고 사랑에 빠진 달빛은 제 뺨에 다시 입 맞추고 죽은 밤꾀꼬리들이 부르는 영혼은 제 하프의 선율처럼 서서히 사라질 것입니다. 


하이네 여행기는 시적인 아름다움을 가지면서도 당대 현실의 시대 상황들을 모두 내포하고 있기에 예상치 못하게 나에게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이 되었다.

독일의 낭만주의를 탈피해 가며 현실의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하이네, 자유로운 그의 사유를 따라 북해를 여행하며 나는 괴테와 또 다른 느낌으로 독일 문학에 관심을 갖게 하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하이네 여행기✨는 문학과 철학, 역사와 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으로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P.120
내 영혼을 사랑하듯 나는 바다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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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 - 방구석 혼술 유튜버의 인생 해장 에세이
이다정 지음 / 북라이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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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께요' 

그녀만의 특별함에 건배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의 말이다.

 

 

나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위로하는 혼술이 가져다주는 소중함을 충분히 알 나이가 되어서인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쏙쏙 마음에 와닿아 공감이 되었다.

 

저자의 글은 유쾌하면서도 인간적인 묵직한 외로움과 어린 날 경제적인 이유로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 했던 시간들, 급여를 못 받았던 일들, 퇴사를 반복하던 일들이 적혀져 있어 마음이 쓰였다. 저자는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부모님 밑에서 몰래 혼술을 했던 것일까..

 

비단, 이 모습은 저자뿐만 아니라 지금의 젊은 MZ 세대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태어나서부터 무한 경쟁에 몰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적 박탈감을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에서 '무임술차'는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하나의 오아시스가 돼주었을 거라 생각한다.

 

모든 지나온 시간을 녹여내는 한 잔의 술을 통해 자신의 삶을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시켜 나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녀의 용기에 놀라고, 묘한 동질감과 함께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건 아마도 책임과 의무에 둘러싸인 내게는 그녀의 모든 말들이 커다란 용기를 지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려나갈 때, 자신만은 반대로 뛰겠다는 저자, 나와는 어쩌면 반대로 살아가는 저자를 보며 삶이란 정해진 규칙과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자가 자신의 속도와 방향에 맞춰 살아가는 게 맞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재밌는 일러스트와 함께 빠르게 읽힌 '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는 오랜만에 즐겁게 읽게 된 책으로, 이제는 방구석 혼술러가 아닌, 17만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로, 작가로 어엿하게 사람들 앞에선 저자를 보며, 마틴 스콜세지의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특별해진 오늘을 저자가 마음껏 즐기기를 힘차게 응원해 본다.

 

그리고 나 역시도 저자처럼, 언젠가 내 인생에도 나만의 특별함을 알아줄 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 본다.

 

 

<북라이프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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