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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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300엔의 사신 아르바이트가 들어왔다~!! 시급 300엔이라는 것도 믿기 힘들지만 사신아르바이트는 또 무엇인지...같은 반 인기많은 여학생 하나모리의 갑작스런 제안이다. 기간은 반년, 근무기간을 채우면 어떤 소원이든 딱 하나 들어주는 '희망'을 신청할 수 있으며 사신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일했던 동안의 기억은 모두 지워진다고 한다. 헤어진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해 돈을 모으던 사쿠라는 호기심과 함께 즉시채용, 선지급에 마음이 끌려 수락한다.

 

세상엔 미련을 끊지 못하고 추가시간을 받은 사자가 존재한다. 그 사자의 고민을 풀어주는 것이 사신 아르바이트의 업무로 사자가 떠난 뒤 추가시간에 만들어진 역사는 모두 지워지고 만다. 그렇게 하나모리와 짝이 된 사쿠라는 사이가 좋지 않은 동생과 화해를 하려는 그녀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았던 아들의 편지를 찾고 싶은 아저씨, 출산 도중 사망한 까닭에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는지 궁금한 엄마, 엄마의 학대 끝에 죽음에 이른 뒤 복수하고 싶은 아이의 사연을 함께한다. 자신과 비슷한 성향과 환경을 가진 하나모리와 미묘한 감정을 느껴며 사신아르바이트에 적응해가던 사쿠라는 믿기힘든 사실 앞에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사자들의 고민과 소원이 단순해보이지만 들여다 본 그들의 상황은 겉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사신 아르바이트라는 생소한 소재를 통해 사신들이 사자를 만나가는 과정을 통해 보게 된 삶의 마지막 남겨진 아쉬운 그 무엇은 거창한 것이기보다는 사랑했던 존재, 남겨지는 존재에 대한 애정과 걱정과 더 이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이었다. 

 

무거운 주제였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발랄하다고 느껴졌고 간간이 등장하는 작은 반전과 마지막 예상못한 큰 반전까지...처음엔 라이트노벨일거라 생각했지만 가볍지않은 묵직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비슷한 느낌의 일본애니, 일본영화, 일본소설을 많이 봐왔지만 볼 때마다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독특한 감성을 전달받는다. 이 작품도 영화화 된다면 또 어떻게 그려지려나 떠올려보게 된다. 왜 제목이 원제와 다르게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이 되었을까 읽으면서 찾고 싶었는데 다 읽고나니 이 제목 끝에 남겨진 감정이 무엇인지 알듯해 여운 또한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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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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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출산 후 세상을 떠난 아내 그리고 홀로 남은 채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 실제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다. 저자와 딸이 함께 찍힌 사진 한 장을 보고나서 이 책이 궁금해졌고 한해를 맞이하며 살아있는 모든 순간의 감사함을 되새겨보고 싶어졌다.


10년 간 함께 살며 둘만의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던 톰과 카린에게 갑작스러운 순간이 찾아든다. 출산 한달 반을 앞두고 카린에게 찾아온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단순히 감기이거나 폐렴인 줄 알았지만 병명은 급성 백혈병으로 진단되고 임신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에 제왕절개로 출산 역시 앞당겨진다. 힘들어하는 중에도 아이의 이름을 정해 준 카린의 뜻대로 태어난 딸아이는 '리비아'로 불리우고 조숙아로 태어나는 것을 걱정했지만 다행히 건강하다. 병원에서 카린과 리비아 사이를 오고가던 톰은 다시 돌아올 행복을 바래보지만 결국 카린의 심장은 활동을 멈춰버린다.


카린이 떠나버린 이후 집으로 돌아온 톰은 카린이 남겨진 흔적과 10년간 함께한 추억을 회상한다. 뒤늦은 청혼에 승낙받고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끝내 부부의 연을 맺지 못한 탓에 리비아는 카린의 딸은 되지만 톰의 딸이 되지 못하는 엉터리 같은 일을 만나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카린으로 인해 톰이 만나게 된 세상에서 그녀가 남겨준 리비아를 돌보며 톰은 카린을 추억하고 점점 커갈 리비아의 모습도 그려본다. 그리고 어느 새 자라 어린이 집에 들어서며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리비아를 바라본다.


읽기전에는 막연히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린 딸을 홀로 키운 아버지의 가슴아프고 눈물겨운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했지만 대화체에서 큰따옴표도 없이 묵묵히 전해주는 이야기는 담담하게 흘러간다. 감성을 자극하기 보다는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 카린과 남겨진 톰, 어린 딸을 두고 돌보지 못하게 된 카린과 엄마를 볼 수없는 리비아의 상황이 안타깝게 다가올 뿐이다.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을테지만 조용히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 속에서 카린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엿보였고 오랜 추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과 함께 사진 속에서 밝게 웃던 톰과 리비아에게 소리없는 응원을 보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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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위대한 일들
조디 피코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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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흑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오인사격을 당하거나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단지 흑인이었다는 이유가 우선되었고 백인이어서 총 또는 폭력을 쓴 경찰이 쉽게 용서되어버린 그런 이야기는 들는 나조차 어이없고 억울하다. 어느 새 세상에 정해진 우선순위로 인해 선택할 수 없는 차별을 겪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상대적 박탈감 혹은 모멸감에 힘들 듯 하다.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을 따라가는 동안 직접 겪어본 적은 없지만 세세한 표현으로 조금씩 동감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어려서 겪은 어떤 경험들은 그 사람의 인생과 가치관을 좌우하는 데 영향을 미치곤 한다. 예를 들어 우연히 엄마가 진통을 시작한 임산부의 아이를 받아내는 모습을 본 '루스'는 간호사의 길을 가게 하고 흑인이 낸 사고로 형을 잃은 '터크'는 흑인을 증오하는 마음을 품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그 사고의 가해자가 무죄로 밝혀졌음에도 지워지지 않은 그 마음은 백인 우호단체의 열렬활동가로 만든다. 그렇게 20년간 간호사로 열심히 일한 흑인 '루스'는 아들의 출산을 앞두고 산부인과 병동을 찾은 '터크'와 보호자 그리고 간호사로 만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인종차별 안에서 뻔한 흑인의 삶처럼 살기 싫었던 루스.

명문대를 진학할 만큼 열심히 공부했고 숙련된 간호사로 인정받으며 산부인과 병동에서 20년 간 근무하면서 백인이 대다수인 동네에 집도 마련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명예롭게 전사한 남편을 대신하여 하나뿐인 아들 에디슨을 우등생으로 키워내기까지 했다. 어느 날 산부인과 병동에 새로 태어난 아기 데이비스의 부모 '터크'와 '브릿'은 루스의 상사를 통해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절대 만지지 않길 원한다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흑인이기 때문이다. 화가나는 상황이지만 받아들 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작은 수술을 마친 데이비드가 위급상황에 처하고 유일하게 지켜보던 루스는 데이비드를 만져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흑인에 대한 증오심은 백인에 대한 우월감으로 커져 백인 우호단체에서 활동하는 터크.

같은 뜻을 가진 아내 브릿과 결혼해 데이비드를 낳았지만 생각하지 못한 순간 아들을 잃고만다. 마지막으로 그가 목격한 모습은 아들을 만지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흑인 간호사 루스가 데이비드에게 거칠게 응급조치를 하던 순간이다. 허무하게 잃은 아들의 장례식을 마친 터크는 병원을 상대로 고소한다.


루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린 병원 덕분에 갑자기 모든 것을 잃게 된 그녀에게 국선 변호사 케네디가 담당변호사로 다가온다. 백인과 동등하고 싶었지만 흑인으로 살 수 밖에 없던 루스와 능동적으로 흑인을 증오하는 삶을 살아온 백인 터크, 인종차별에 대한 편견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백인으로 살며 수동적인 차별을 했을지 모를 자신을 되돌아보며 흑인의 삶을 이해해보게 되는 케네디의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그려진다. 


조금은 길게 느껴졌던 각자의 입장을 지나 재판이 시작되면 불리해지고 유리해지는 판결에 집중하게 되고 100여 페이지를 남기고 루스가 지켜왔던 삶의 신념이 앞서나올 때 묘한 울림도 전해진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읽는내내 인상깊게 봤던 영화 <어 퓨 굿 맨, A Few Good Men>이 떠오르게 한다. 펼치는 순간 덮지 못하게 만들었던 작품!! <마이 시스터즈 키퍼>로 만나봤던 조디 피코 작가님 이번에도 조금은 조심스럽고 무겁지만 생각해 볼만한 주제로 멋진 이야기를 들려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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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의 신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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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지하철 안!! 약속한 듯 비슷한 행동과 표정을 짓고있는 사람들을 보게되지만 각자 다른 고민과 상황을 안고 어디론가 향해가는 중일 것이다. 막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직장인, 학생, 여성, 남성, 아들, 연인, 가족...어떤 의미에서는 '나'일수 있는 주인공들 각자에게 놓여진 사연들이 7편의 단편으로 들려진다.


인명사고가 났다는 방송과 함께 갑자기 멈춰선 열차!! 빡빡하게 들어찬 공간, 좀처럼 출발하지 않는 열차 안에는 모르는 사람들과 섞인채 지루한 시간이 계속되고 자신의 상황을 전달하거나 막차시간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통화소리가 들려온다. 남겨진 시간을 활용하며 문득 옆에 있는 타인을 관찰하거나 오늘 하루의 일과를 떠올려 보기도 한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창문으로 마주치는 한 남자의 눈빛은 수상하더니 역시...


밤샘 근무를 할만큼 빡빡한 일정속에서 무조건 쉬라는 하루 휴가를 받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가는 길...갑자기 열차가 멈춰버린다. 지체된 시간에 막차는 떠나버리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누군가 열심히 운동 중인 복싱 체육관을 발견한다. 부러운 듯 바라보는 표정을 본 관장님은 샌드백 앞에 세워주고 후련한 주먹을 날리고 돌아가는 길...이전보다 가벼워진 마음과 다시 낼 수 있는 힘을 얻어간다.   


멈춰 선 열차를 만난 사람 중에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경륜선수를 남자친구로 둔 연인도, 한 평생 이발사로 살아온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다급하게 달려가는 아들도, 열차에 얽힌 과거를 고백하는 연인도, 자신 때문에 학교에 나오지 않는 소년을 걱정하는 소녀도, 열차에서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을 찾기 위해 오랜시간 역 매점에서 일하던 여성도 있었다.  

 

처음 만나는 작가님의 이 작품은 2017년 초판 발매된 후 서서히 감동의 물결이 퍼져나가면서 서점 직원들이 뽑은 에키나카 서점 대상을 수상했으며 문득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많은 사람들을 싣고 달리는 열차에 타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보기도 하고 눈에 띄인 타인을 관찰하기도 하는데 무심코 하는 행동과 생각들이 글로 읽는동안 자동적으로 그려졌고 열차라는 공간을 토대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대중적이거나 혹은 아주 특별한 사연은 공감되게 전해졌다. 다 읽고나서도 평생을 이발사로 일하던 아버지의 오므려지지 않았던 가위와 평탄치 않은 삶 가운데 자신을 구해 준 은인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살아온 여성의 모습이 인상깊게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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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와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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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델란드 태생의 의사이면서 작가인 톤 텔레헨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소설 <고슴도치의 소원>,<코끼리의 마음>은 출간될 때마다 들어왔지만 그의 작품을 직접 읽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른이라도 흔들릴 때도 많고 마음에 구멍이 뚫릴 때도 많은데 어른이어서 티내지 못하는 그런 어른들의 마음을 위로해준다니...어른들을 위한 위한 동화책이라는 그 의미에서부터 벌써 마음이 따뜻해진다.

  

짧은 17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는 이작품!!

부담없이 처음 한 번을 읽으며 든 생각은 숲속에 살고있는 동물 친구들 참 귀엽다라는 것이었다. 그 안에 담겨있을 은유적인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하며 두 번째로 다시 읽으니 그들의 대화와 행동에서 조금은 다른 의미가 보여졌다.


매일 같이 살고있는 숲을 떠나보고 싶은 다람쥐, 영원히 떠날 결심을 하는 까치, 매일이 지겨워져 새로운 곳으로 떠나 새로운 도전을 경험하는 코끼리!! 그렇게 어디론가 떠나는 동물친구들은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떠난다. 잠깐 다녀오겠다는 친구도 있고 영원히 떠나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친구도 있고 갑자기 사라진 친구도 있고...그럴 때마다 나머지 친구들은 잘 다녀오라며 다정히 말해주기도 하고 혹은 걱정하며 찾아나서기도 한다. 그렇게 떠난 동물친구들은 다른 세계를 겪어보기도 하고 생각과 다른 경험에 어리둥절해지기도 하며 숲속으로 되돌아오고 싶어지기도 한다. 


숲은 '지금 현재' 혹은 '나의 이곳' 같았고 다람쥐, 까치, 개미, 코끼리 등등의 동물친구들은 '나,너, 우리'로 여겨졌다. 영원히 떠날 결심을 하던 까치가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자 그의 결심을 전해들었던 친구들이 걱정하며 찾아나서는 이야기는 영원히 떠난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싶어 가장 인상깊게 남아진다. 단편적인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들을 찾아볼 수 있었고 읽는 사람들 마음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듯 하다.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거나,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해보고 싶거나,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떠나야만 느껴볼 수 있는 것, 지금이 소중하다는 것, 비로소 벗어나면 보이는 것, 머물 땐 떠나고 싶고 떠나보면 돌아가고 싶은 것들을 동물친구들이 조용히 담담히 보여주며 "잘 다녀와" 라는 다정한 말로 응원해주는 듯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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