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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걸스 1 ㅣ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3
마샤 홀 켈리 지음, 진선미 옮김 / 걷는사람 / 2018년 12월
평점 :
풋풋한 예쁜 삶을 살고있는 소녀들이 등장할 듯한 제목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전후를 살아낸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사교계 거물이자 브로드웨이 배우인 미국인 캐롤라인, 지하조직에서 반나치 활동을 한 폴란드인 카샤, 여성 전문의로 수용소에서 일하던 독일인 헤르타!! 서로 다른 나이와 다른 환경에 놓인 세 명의 여성은 전쟁이 엄습해 온 상황에서 각자가 선택했고 또 선택할 수 없었던 인생을 살아낸다. 캐롤라인, 카샤, 헤르타의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2차세계대전이 시작된 즈음 그들과 주변인물을 둘러싼 이야기를 시작으로 전쟁이 끝나고 난 이후의 모습까지 20여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배우이자 사교계 인물이면서 영사관을 통해 자원봉사의 활동을 하던 캐롤라인은 전쟁고아와 수감자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시작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행동을 보여준다. 폴란드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약탈당하고 이유없이 끌려가는 상황에서 지하조직의 반나치활동을 하던 카샤는 엄마와 언니와 함께 여성 전용 수용소인 라벤스뷔르크로 끌려간다. 10대인 카샤가 바라보고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 참혹했기에 카샤의 삶이 가장 안타까웠다. 여성에게는 쉽지 않은 의대를 힘겹게 졸업한 헤르타는 전공인 피부과로 생계를 버텨낼 수 없자 라벤스뷔르크 수용소 의사로 취직하고 상상과 상식을 초월하는 업무에 그만 둘 결심을 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 함께 한다. 그런 헤르타를 이해하기는 쉽지않다. 그렇게 전쟁은 세 여성의 운명을 세 갈래로 갈라놓았다.
가장 안타까운 마음으로 집중하며 머릿속에 그려지는 카샤의 삶!! 수용소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 체 하루하루 눈 앞에 보여지는 당혹스러움과 공포 앞에 복수를 다짐하지만 할 수있는 일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침대에 눕혀 주사를 맞은 뒤 극심한 고통을 받고 깨어날 뿐...카샤처럼 수용소에 갇힌 그들은 '래빗'으로 불리는데 수술 후 깡총깡총 뛰어다닌 그들의 모습을 빗대고 나치의 실험토끼였기 때문이다.
현실은 더 참혹했겠지만 소설은 특별한 묘사보다 담담히 사실을 들려주며 전개된다. 그리고 마침내 전쟁이 끝나면 마냥 평화로운 현실로 돌아가면 될 듯 했지만 전쟁은 또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고 감당해야 할 각자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도 끝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렇게 각자가 맞이한 현실을 살아가던 세 여성은 캐롤라인의 활동을 통해 카샤와 만나게 되고 또 헤르타와 연결되며 조금은 떨쳐내고 치유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람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장작처럼 마른 사람들, 순식간에 몰아넣어져 가스에 질식하던 사람들, 그리고 불에 태워지던 모습들...어릴 적 본 영화 때문인지 그 시대의 모습을 보는 게 쉽지 않다. 이 소설은 실존인물을 토대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는 점에서 읽어내는 과정이 가볍지 않았고 운명이 엉망이 되는 순간이 기다라는 걸 알기에 읽어가는 내내 막막했다. 살아돌아왔지만 남은 삶 동안 떠나지 않을 기억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느껴보게 된다. 실제를 살아 낸 그들의 가슴아프고 용감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