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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숫자
스콧 셰퍼드 지음, 유혜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7월
평점 :
23일 남은 올해의 마지막 날 퇴직을 앞둔 그랜트 총장은 2년 전 폐암으로 떠난 아내 앨리슨을 그리워하며 묘지를 찾았다 살인사건을 보고 받는다. 이마에 새겨진 세로줄과 그 위에 써있는 로마자 숫자 1, 2, 3!! 신화를 연구하는 옥스퍼드 교수 그 다음은 잘나가는 조각가 그리고 한물간 로커까지 벌써 이번 주만 세 번째로 일어난 동일범의 연쇄 살인사건이다.
공통점 없는 그들이 왜 표적이 되었는지 알 수 없던 그랜트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동생 에버렛과 대화를 나누던 중 피해자들의 죽음이 '나 이외의 다른 신을 두지 말라',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는 십계명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벌써 셋이 죽었으니 아직 일곱이 남았다는 것인가.
사건의 냄새를 맡은 <데일리 메일>의 베터랑 기자 퍼거슨은 정보를 얻기 위해 그랜트에게 접근하고 조심스럽게 다음 사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사건은 영국이 아닌 뉴욕에서 발생한다. 뉴욕으로 넘어간 그랜트는 담당 형사 프랭클을 만나 함께 조사에 나서고 아내가 죽은 뒤 사이가 멀어진 채 뉴욕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딸 레이첼과도 오랫만에 재회해 함께 사건을 추적해간다. 하지만 연이어 살인자의 숫자는 이어지고 모든 사건이 '그랜트'를 향해 있음을 알게 되는데...
인상 깊었던 영화 <더 이퀄라이저>를 쓴 25년 경력의 할리우드 인기 시나리오 작가 겸 프로듀서의 첫 소설이라는 점과 살인이 일어날 때마다 이마에 새겨지는 로마자 숫자라는 끔찍한 설정이 흥미로웠다. 책을 펼치자마자 벌어진 사건은 순식간에 다음 사건으로 이어지며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데 범인의 정체를 비밀스럽게 감추는 대신 어떤 식으로 어떻게 벌어질지 궁금하게 한다. 사건 추적에만 집중하는 스릴러 소설과는 다르게 등장인물들의 사연도 자세히 설명해 주는 편이었다. 쉽게 예상 가능했던 결말에 긴장감은 조금 떨어졌지만 단숨에 읽었을 만큼 가독성 좋은 작품이었다. 퇴직을 앞두고 골치 아픈 사건을 맡은 그랜트 총경 드디어 새해를 맞이해 퇴직하는데 오스틴 그랜트 시리즈가 이어질지, 퇴직한 그의 다음 활약은 어떤 모습일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