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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세대를 위한 유교철학 에세이 ㅣ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유학도서
성균관대학교 유학주임교수실 엮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N세대를 위한 유교 철학 에세이는 말 그대로 현대를 살아가는 대학생 이하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유교철학에 대한 단편적 에세이들을 성균관대학교 유학 주임 교수실에서 편저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세가치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가 공자의 생애서부터 시작하여 유교 전반에 대한 설명, 둘째가 현대적 관점에서 유교의 재해석, 마지막이 현대 사회와 유교의 합치점을 찾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의식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고 일컫어 지는 유교에 대해 이런 책을 통해 관심을 갖고 알아보지 않는다면 평생 공자, 조선시대의 고리타분한 예법, 우리나라 남녀차별사상의 근원등 유교의 일그러진 이미지만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대의 우리들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러한 오해와 억측에 대해 저자들의 해명이자 유교에 대한 개략적 입문서라고도 할 수 있겠다.
공자는 하. 은. 주시대의 사상을 토대로 하여 유교를 집대성한 인물로 유교 8대성인에 일컫어 지는 인물이다. 유교는 이러한 공자에서부터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책은 그런 공자의 일생을 소개하며 그가 예와 인을 강조하였고 고리타분한 초월적 인물이 아닌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인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천의 도로써 교육을 강조하고 중용이 도로써 그때의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태도를 취할 줄 아는 공자, 그의 사상이 선진적일 수 있고 그러므로 오늘날에도 계속적인 관심과 연구를 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이유로 시대에 맞는 선택으로 재해석의 여지를 풍부히 남겼다는 점을 들 고 있다. 2500년 전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 맞게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한다는 관점에서 유교를 바라볼 것을 이 책은 권하고 있다.
그중 한 예로 삼강오륜에 관한 에세이를 들 수 있는데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과 같은 오륜의 덕목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과 다른 위치에 있는 남의 처지와 상황을 배려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하는 가르침이라고 해석한다면 지금은 없는 군과 신의 관계이지만, 이제는 평등하게 여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부부의 관계에도 적용하기에 무리가 없는 것들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의 삼강에 대해서는 잘못 전수된 유교의 지배이데올로기로 여기고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주종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조화라기보다는 종속윤리를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교의 교리들에 대해 현대에 맞는 재해석을 가미함으로써 유교가 오늘날에도 우리민족과 함께 살아 숨 쉬는 대상으로 남겨질 수 있는 것이다.
유교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모든 책들에서 항상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유교가 과연 종교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 책은 그러한 물음에 대해 ‘인간과 삶에 대한 이상적 목표를 가지고 인간의 불완전한 삶과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을 제시하며 바람직한 삶으로 인도하는 내용을 일정한 신념체계로 갖추고 있다’면 그러한 면에 있어 유교도 종교의 하나로써 기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관점을 예시로 하여 유교가 여타의 종교들과는 다르게 인간의 도덕적 능력에 대한 존엄성을 가장 크게 인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의 본성을 선하여 ‘인’에 가깝다고 믿고 그것이 예라는 형식을 통해 발현될 수 있다는 공자의 사상을 토대로 한 것이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자연스러운 본성을 일깨우기 위해 예라는 인위적 요소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닌지라는 의문을 품었으나 이 책을 다 보고 나니 인간의 본성은 가치는 있지만 아직 완전한 아름다움을 지니지 못한 광물의 원석처럼 섬세한 세공을 통해 어떻게 다듬어지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띄게 될 수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세공을 예라는 의식을 통해 이루어내는 것이다. 허례허식이라고 하여 말도 많지만 내가 이 책을 보며 예에 대해 갖게된 전반적인 생각은 그것의 핵심이 상호배려라는 것이다. 현대와 같은 글로벌 시대에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예절도 다를 것인데 우리 전통예법을 아는 것이나 그것에 대한 연구가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지를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유교의 예를 통해서 예에 담긴 본질을 알고 상호배려와 존중의 문화가 수천년에 걸친 동안 우리 민족안에서 발현되어 왔음을 아는 것만 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다른 문화권에 가더라도 우리나라의 예를 알고 평소 실천해 왔던 사람과 예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없는 사람의 태도와 배움의 자세는 크게 차이가 날 것이 틀림 없는 일이다.
이 책은 유교가 더이상 과거의 유물로 치부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가치와 의미를 우리들이 올바로 알기를 피력한다. 유교에 대한, 공자에 대한 막연한 거리낌. 그것의 해소를 위해서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법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