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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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 김중혁, 삶, 그것의 흔적에 관하여

 

 

 

1.

 

아주 아주 긴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임팩트한 단막극 한 편을 보는 듯했다. 평소 선호하는 소설 장르는 결코 아니었지만 오로지 작가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 작품 선정.
예전에 기업 사보 기획을 맡았을 때 사보 페이지네이션 중에 유명 소설가들의 에세이를 싣는 코너가 있었다. 유명한 작품을 펴낸 굵직한 경력들의 작가들이 섭외 대상 1순위였고, 그때 사보 작업을 진행하면서 김중혁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같은 팀 직원이 김중혁 작가에게 에세이를 청탁했는데 흔쾌히 오케이, 거기에 그가 직접 그린 꽤 수준 높은 자화상까지 더해져 사보 에세이 페이지가 유난히 돋보였던 기억이 난다.

‘글만 잘 쓰는 게 아니라 그림까지 잘 그리는’ 만능 예술가의 면모였다. 자기가 쓴 글이 어떤 페이지 구성과 만났을 때 더 돋보일지를 계산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얼굴 보며 작업한 건 아니지만 한 권의 사보를 완성하기 위해 ‘함께 일했던’ 김중혁 작가의 이름은 그렇게 내 머릿속에 첫 번째 각인.
그 이후에는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의 게스트로 책 이야기를 들려주던 작가 김중혁을 다시 만났다. 글 잘 써도 조리 있게 말하는 데는 약한 사람을 더러 봤던 터라 라디오에서 만나는 김중혁 작가는 또 어떤 모습일까 내심 기대했는데 기대한 것 이상으로 유쾌했고 박학다식한 사람이었다.
한 명의 작가를 알아가고, 좋아하고, 존경하기까지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차근차근 알아온 터라 그가 쓴 작품을, 앞으로 쓸 작품을 더 큰 신뢰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2.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조금 뭣하고, 연애소설은 더더욱 아니고, 느와르로 치기엔 그다지 액션스러운 모습은 묘사되지 않은, 정체는 불분명하나 묘한 여운을 주는, 그런 작품이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이라는 제목 때문에 처음에는 ‘에세이인가?’ 싶었다. 그러다 첫 페이지에 나온 주인공 이름을 보고는 그게 아님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다. '구.동.치', 주인공 이름이다. 전직 형사고, 현재 직업은 탐정. 그가 맡은 주요 업무는 의뢰인이 죽은 후 그가 생전에 부탁했던 자신의 정보들을 지워주는 일이다. '흔적을 없애 드립니다'라는 카피가 참 잘 어울릴만한 그런 직업이었다. '죽은 뒤인데 어차피 상관이 없지 않나요'라고 묻는 이들도 꽤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 뒤의 자신 모습이 여전히 떳떳하고 또 깨끗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구동치를 찾았다. 그리고 의뢰했다. '지워달라고'.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의뢰를 받으면서 그들의 과거를, 또한 그들의 흔적을 지워주는 탐정 구동치. 그리고 그를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

단순한 설정, 평범한 인물들, 완벽하게 세상과 동떨어진 캐릭터는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내 주변에 이런 직업을 가진 인물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계속 끊이질 않았으니. 누군가의 과거를 불법적인 과정을 거쳐서라도 반드시 지워야 하는 남자와 의뢰인들이 맡긴 흔적을 뺏고 또 빼앗으려는 살아있는 자들의 몸부림이 소설의 큰 맥락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3.

 

소설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하나 있다. 구동치라는 캐릭터가 조금만 더 입체적이었으면 했다는 점. 전지적 작가시점이어서 모든 등장인물의 내면을 알 수 있긴 했지만, 구동치의 대사에서나, 그가 보이는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구동치'라는 한 인물이 더 정감이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니컬하고 할 말만하고, 제 하고픈 말은 따박따박 논리정연하게 뱉는, 그 외에는 어떤 이들과도 섞이기 싫어하는 그런 성격의 주인공은 독자에게는 그닥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쨌든 소설 읽으면서 나도 이야기 속 의뢰인들처럼 내가 죽은 후에 꼭 지우고 싶은 건 뭐가 있을지, 그리고 나한테 소중한 건 또 뭘지, 차근차근 생각해볼 수 있었다. 딱히 물질적인 것 가운데서는 '반드시 없애야 해' 이런 건 없는 듯 했다. 나는 다만 과거에 저지른 실수나 잘못, 죄 같은 과거 어느 시점의 상황, 내 선택을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좀 더 했었다.

그러고보면 누군가의 과거를, 그러니깐 이미 시행해버린 어떤 일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지우고 없앤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기전에 평소에 행동 하나하나, 남기는 흔적 하나하나 신중해야함도 저절로 생각되는 것 같고.

김중혁 작가에 대한 큰 흥미만큼은 소설이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작가에 대한 지나치게 큰 기대와 신뢰 때문인지, 재밌게는 읽었으나 '진한 여운'은 조금 느끼기 어려웠다. 영화화 한다면 관객 300만 정도를 기록할... 그 정도. (그러고 보니 요즘 자꾸 읽는 책들이 영화화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소설은 영화화하면 대박나긴 어려운 이야기일듯... 작가님 미안요!)

김중혁 작가의 섬세한 표현을 그래도 배웠고, 읽었고, 느낄 수 있어서 나름 유익했다. 세상을 적당히 조롱하고 풍자하는 캐릭터 설정도 조금 통쾌했고. 마음에 드는 몇몇 구석이 있으니 전반적인 평가는 not bad. 김중혁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찾으러 서점 사이트에 다시 들어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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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은 내가 되는 것이다
허병민 지음 / 지식공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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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의 목적은 사랑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거란다.
너에게는 너만이 완성할 수 있는 삶의 목적이 있고,
그것은 네 사랑으로 채워야 할 것이지
누군가의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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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은 내가 되는 것이다
허병민 지음 / 지식공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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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의 꿈은 내가 되는 것이다 - 허병민, 삶이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 되기를 

 

 

 

 


이 책은 실용서적이다. 책 읽는 내내 저자가 시키는 걸 참 많이도 했다. 그것도 열심히.
각 주제별로 정리된 글은 ‘퍼즐’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독자들을 맞이하는데, 새로운 퍼즐을 소개할 때마다 곁들이는 저자의 재미난 경험담이 꽤 쏠쏠하게 읽혔다. 저자 허병민이 했던 일, 들었던 음악, 시청했던 영화, 광고 등등 그가 하는 이야기를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열심히도 따라했다. 

 


20년 전 라디오를 저자의 글 덕분에 찾아서 들었다. 광고에 삽입된 음악을 유투브에서 뒤지고 뒤져 기어코 시청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작가 케빈 카터의 일화를 소개해주던 부분을 읽고 나서는 세계 곳곳에서 굶어 죽어가는 기아들, 그리고 가난한 난민들을 돕지 않고 살아 온 내 모습을 반성했다. 곧장 블로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모아진 ‘콩’을 캄보디아 빈민촌 아이들의 새 신발을 사는데 기부했다. ‘해야지, 해야지’하면서 모으기만 열중했던 것들을 책 읽기를 통해 흔쾌히 쏟아 부었다.
이 책은 소설책 읽듯 페이지, 페이지를 넘기기에만 급급한 책이 아니라 한 페이지 읽고 실천하고, 또 그 다음 페이지 읽고 따라하고,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저자가 하라는 건 다 착실하게 수행하게끔 도와주는 책이었다. 이렇게 책 읽는 것도 꽤 재밌는 일이다. 

 


이왕 읽는 책이라면 이렇게 읽을 때 책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올해 서른 여덟의 저자는 국내 유수의 기업들에서 광고일이란 광고 일은 다 섭렵했던 사람이다. 공부도 꽤 잘해서 명문대를 졸업했고.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다니던 직장인 LG생활건강을 퇴사한 건, 그가 매일 들고 다녔던 가방 속을 진지하게 검사(?)한 뒤였다.
가방에 들어있던 건 메모지와 책 한 권, 만년필과 노트북이었다. 스스로를 활자중독자라고 표현할 만큼 글 쓰고, 글 읽는 걸 좋아했던 그는 자신의 가방 속을 매일같이 지켰던 그 네 가지의 물건들 덕분에 아무런 미련 없이 대기업에 사표를 냈다. 

 


늦은 듯 늦지 않은 그의 도전, 꿈, 변화에 관한 이야기. 나도 언젠가는 나의 이야기를 엮은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 꿈이 굳이 빨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하나의 책이 완성될 그 때를 상상하면 벅찬 느낌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생생하게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뜻의 R=VD, 이 공식을 이번에 접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나름 내 꿈에 대한 생생한 밑그림, 진짜같은 설렘을 자주 느끼고 사는 사람이었다 싶다. 절반은 이미 성공한 셈.

 

 

저자는 여기서 이 공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조금 비틀어서 R=VC 라고 수정했다. C는 Compensation(보상). 내 꿈이 이뤄졌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생각하면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긴다는 의미의 공식이었다.  꿈을 생생하게 상상하든, 내가 받을 보상을 생생하게 상상하든, 뭐든. ‘생생하게’, ‘진짜된 것’처럼 그려보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답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에 괜히 더 들뜬다. 눈 앞에 보이는 이로운 것처럼 보이는 것에 마음을 뺏기기보다 조금만 더 생각하고 행복이라 불리는 것의 본질을 알아가는 재미에 벅차오르는 삶이 되기를. 내 삶이 그렇게 되기를.

살바도르 달리는 ‘살바도르 달 리가 되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했다.  

나도 ‘내가 되기 위한’ 여정으로 인생을 살아가야겠다.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내가 되기 위한 꿈을 꾸려는 모든 이들과 나누고 싶은 책, 『나의 꿈은 내가 되는 것이다』다.

 

 

 

 


# 허병민 작가의 글 

 


왜, 그런 말이 있지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될까 말까인데,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과연 될 턱이 있겠냐는 겁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다 태어나기를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태어났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실제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다 다른 능력 수준을 보이는 이유는, 정말로 각자의 능력에 차이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자신에 대한, 또 자신의 한계에 대한 바로 자기 자신의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어쩌면 ‘능력’이라는 것은 자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순간의 ‘힘’으로 정의되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놓고 보면 진짜 두려움은 ‘내가 과연 이것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문장에서 ‘이것’이 아니라 ‘나’에 놓여 있는 것 아닐까요.  

(퍼즐조각 #4 127쪽)
 

 


한 3년 전 쯤, 시중에 『오리진이 되라』라는 책이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 보면 이런 문구들이 등장하지요.
- 아픔을 들여다보는 힘이 있으면 운명이 바뀐다.
- 기쁨을 보태는 힘이 있으면 운명이 바뀐다.
- 남이 보지 못한 아픔을 보면 새로움이 보인다.
- 남이 주지 못한 기쁨을 주는 것이 새로움이다.
저자는 ‘아픔은 섬세한 사람만이 들여다볼 수 있는 특권’이라고 하면서 ‘선수들은 아픔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합니다.
(열넷 째 퍼즐 166~167쪽)


 

 

 


# 책에서 언급한 또 다른 이의 글 

 

 


난 한 번도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난 내가 너무 사랑스럽다.
내가 이 헌난한 세상을 버틴 비결이다.
난 나와의 싸움을 싫어한다.
세상과도 싸우느라 힘든데 왜 나까지 나를 괴롭혀야 하나.
김정운(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 

 

 

 

 

행복해?
고장 난 신호등 대신해서 허우적거리고
매연 냄새에 찌들어가는 게 행복하냐고?
아, 물론 인정해.
사람은 누구나 제각각이라서
돈이 최고인 사람,
김치 한 조각에 밥만 먹어도 되는 사람,
그 돈 다 모아서 에티오피아 난민한테 보내놔야 다리 뻗고 자는 사람,
다양하지. 옳고 그를 건 없어.
다 자기 가치에 따라 살 뿐이야.
그래서 넌, 강건우는 네 가치에 따라 지금 이 순간, 행복하냐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중
 

 

 

 

한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이런 말을 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러 가는 것이 즐겁고 기쁜가,
저녁 식사시간에 함께한 사람을 마주 보며
행복함을 느끼는가라는 말이다.
라이언 박(하버드 로스쿨 2010년 최우수 졸업)
 

 

 

 

인생의 목적은 사랑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거란다.
너에게는 너만이 완성할 수 있는 삶의 목적이 있고,
그것은 네 사랑으로 채워야 할 것이지
누군가의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무라카미 하루키 

 

 

 

 


행복은 그냥 살면서 얻어지는 부산물이 아닙니다.
행복도 일종의 공부입니다.
매일의 복습과 ‘암기’를 요구합니다.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늘 확인하지 않으면
정작 그것이 찾아와도 받아들일 줄 모릅니다.

김경집 『지금은 행복을 복습하는 시간』 중에서
 

 

 

 

 

You can find inspiration in everything.
If you can't find it, then you're not looking properly.
I am interested in just people, and honestly don't over-analyze anything.
I'm not motivated by power or money.
What I am motivated by is just a brillant day, everyday.
폴 스미스  

 

 

 

 

 

 

 

키워드/ 읽을만한 책, 요즘 읽을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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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예수인가? - Why Jesus Why 시리즈 1
조정민 지음 / 두란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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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예수인가 - 조정민, 삶으로 십자가를 지다


배움터하는 친구들과 같이 읽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었다. 조정민 목사님이 뭐 어떤 분인지 잘 알지 못했지만 어쨌든 ‘이단’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고, 신앙서적의 홍수 속에서도 이 책이 나쁜영향력을 미칠 그런 책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제목이 와 닿았다. <왜 예수인가>라는 제목이 괜히 붙지는 않았을 터. 내가 줄곧 믿어오고 고백해오던 예수님이라는 존재에 대해 이 저자는 어떤 논리들로, 어떤 이유로 예수님일 수밖에 없는가를 증명할 지 궁금했다. 

 


은 혜로 읽었다.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불꽃같은 은혜는 아니었다. 책을 덮으면 또 다시 내 옛모습에 사로잡힌 채 매 시간시간을 버텼지만, 그래도 이 책을 다시 펼쳐서 읽으면 저자가 말하는 예수님의 존재감이 뭉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감사했다. 책을 읽고도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면 참 슬펐을텐데, 계속해서 각성할 수 있게, 책을 덮고 평상시처럼 살아갈 때 찔림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던 것 같다. 

 


12가지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1강 종교이상에서부터 12강 부활까지, ‘왜 예수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아 내의 새벽기도가 과연 진짜 교회로 가는 것은 맞는가, 아내는 어째서 교회 일에 그토록 열심일까. 이런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된 교회탐방이 저자의 신앙생활의 시작이었다. 언론인으로 오랜 시간 기자생활을 해온 그는 교회를 뭔가를 파헤칠 장소로 생각하고 찾았다. 하지만 종교 이상의 무언가라는 느낌을 받은 뒤,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신앙생활을 시작, 더 나아가서는 오십대가 훌쩍 넘은 나이에 목사가 되기 위해 신대원에도 들어간다. 죄인인 우리를 위해 예수님이 돌아가셨다는 그 놀라운 사실이, 그 복음이 우리의 어떠함도 원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것이란 사실이 놀라웠던 것이다. 여느 종교처럼 기독교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면 그저 ‘종교’로만 끝났을 테지만, 그 복음이라는 것이 노 마일리지를 주창한다는 사실은 종교 이상의 것을 느끼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였다. 

 


이중 전의. 십자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조정민 목사님이 설명해준 단어다. 우리의 죄가 십자가를 통해 예수님에게 전가되고, 예수님의 의로움이 나에게 옮겨진다는 뜻이었다. 액세서리의 하나처럼 십자가를 목에 거는 행위에 ‘종교인이다’라는 자부심을 절대 갖지 말라는 충고는 십자가라는 숭고한 이름을 패션 소품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다분한 나 같은 이십대 여성에게는 뜨끔한 충고로 다가왔다. 패션 소품이면서 한편으로는 ‘나는 기독교인이예요’라는 티를 내고 싶었던 어리석은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드러내는 십자가가 아니라, 목에 거는 십자가가 아니라 삶에서 지고 갈 십자가를 기억하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다. 삶으로 드려지는 예배는 사실 책 뿐만 아니라 여러 설교에서도, 찬양의 가사를 통해서도 많이 접했던 말이다. 누가 기도하라고 하면 술술 뱉을 수도 있을만큼 귀에 익숙하고 입에 익숙한 문장이기도 했다. “삶으로 예배를 드리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이렇게. 

 


말 만 뱉으며 신앙생활 잘 하고 있다고 섣불리 판단했던 내 모습이 어찌나 어리석게 느껴지는지. 내 신앙생활을 돌아볼 수 있었던 책이어서, 걱정하고 우려하며 첫 장을 펼친 것과는 달리 책을 통해 신앙생활의 기초 마인드를 다시 다잡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조정민 목사님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예수님을 영접했고, 오십이 넘은 나이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신앙생활을 얼마만큼 했느냐, 언제 시작 했느냐 따위는 전혀 소용이 없다. 나중된 자 먼저되고, 먼저된 자 나중된다는 말씀을 기억하라며, 새로 온 친구들의 신앙이 너보다 더 훌륭할 수 있다는 엄마의 말이 한번 더 떠오른다.
내 신앙에 자만하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적고 있으면서도 내 신앙이 부족하고 모난 모습 투성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지만, 어쨌든 작은 일에 우쭐대거나, 작은 행위에도 큰 은혜 받은 듯이 지나치게 만족하고 자만하는, 안심하는 안일한 크리스찬은 정말이지 되고 싶지 않다. ‘왜 예수인가’에 대한 대답을 기억하고, ‘왜 예수일수밖에 없는지’를 고백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 속에서 발췌

 

━ 

이것이 바로 영적 세계의 비밀입니다. 인간은 인간만이 구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인간이 아니라 인간 이상이어야 구원할 수 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을 물 밖에 있는 사람이 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죄인은 죄인을 구원하지 못합니다. 죄인이 아닌 분이 죄인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죄 없는 인간으로 이 땅에 오셔야 했습니다.  

인간 이상이 되어야 인간을 구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인 존재로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유대인이 믿건 안 믿건, 세상 사람들이 믿건 안 믿건,  

십자가 사건은 스스로 구원할 수 없는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님이 직접 짊어지신 고난의 사건이었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내가 지금 무슨 주장을 하든 다 소용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사건이 현재 우리와 밀접하게 상관있는 일임을 알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아는 순간 어떤 사람은 눈물을 쏟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헌신을 다짐할 것이며, 어떤 사람은 새벽기도에 나오겠다고 결심할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순서가 바뀌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새벽예배에 나오고 헌금을 하고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구원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구원은 우리가 그런 결정을 하기 전에 이미 우리 모두에게 베풀어진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이 사실이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내가 믿겠다고 결정하기도 전에 이미 구원이 베풀어졌고, 내가 어떤 수고와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구원이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곧 예수님의 실체입니다. 그분이 먼저 일방적으로 나를 찾아와서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정말 형편없는 나에게 구원을 베푸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이것을 네가 믿느냐?”
 

 

 

 

 

하나님은 선과 악을 판단하는 것이 죄의 시작이자 곧 죽음의 길임을 말씀하셨고, 그래서 선악과를 금한 것입니다.

십 자가 사건은 예수님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능력이 무한하지만 스스로 무장해제해 버린 사건입니다.  

세상 사람은 능력이 있으면 권력을 잡고 높은 자리에 앉아서 지시하고 억압하려 하지만, 예수님은 그와 정반대의 길을 선택하심으로써 죄 문제를 해결하셨습니다. 권력의지는 끝없이 상향 욕구를 불태우지만 십자가는 끝없이 하향을 지향합니다.

 




 

교회는 십자가 위에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개인적으로 십자가를 져본 적이 없다면,  

십자가를 통과한 적이 없다면, 십자가 앞에서 내가 죽어 본 적이 없다면, 어떻게 교회를 세울 수 있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나 는 우리 모두가 교회만 들어오면 눈물이 핑 돌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세상에서 힘들게 살다 온 사람들을 마음으로 품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이 이 땅에 세우시고자 한 교회입니다. 서로 독려하며 사랑의 길을 걷는 교회 공동체 말입니다.  

이 세상의 어떤 조직도, 어떤 단체도, 어떤 기구도 무엇을 표방하건 권력의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결국 권력의 길을 가게 되어 있습니다.  

오직 교회만이, 예수님이 불러낸 사람들만이, 예수님이 몸값을 완전히 지불하고 죄로부터 풀어 준 교회 공동체만이 사랑의 길을 끝까지 걸을 수 있습니다.

 

 


 

리더가 되는 일보다 누구의 팔로어가 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인간은 누구도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열심히 따라가면 또 누군가는 그런 나를 모델 삼아 팔로어로 따라올 뿐이지요. 우리는 그런 사람을 리더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리더십보다 팔로어십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팔로어가 되지 못하면 리더도 될 수 없습니다. 제대로 된 팔로어가 아니면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그동안 수많은 리더들을 만났지만 깨닫게 된 것은 예수님을 제대로 따르는 사람만이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따라나서야 합니다. 아이들도 리더가 아니라 '예수 팔로어'로 키워야 합니다.  

제대로 된 사람을 따라가는 것부터 배우지 않으면 리더십이 바로 설 수 없습니다. 

 

 


<Why Jesus>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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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된 문장들
박범신 지음 / 열림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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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와닿는 문장은 다 사진 찍어뒀어요. 아.. 좋네요 글귀들이 정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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