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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이노의 비가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40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안문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2월
평점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두이노의 비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을유문화사에서 세계문학전집으로 드디어 <두이노의 비가>를 출간했다.
릴케 시의 정수로 일컬어지며, 비교적 현대에 쓰여진 시집이 이토록 고전으로 열렬한 사랑을 받는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이 시집을 통해 알 수 있으리라 자부한다.
<두이노의 비가>는 그 명성만큼이나 어렵고 난해한 시로도 유명하다. 이 시집을 읽으며 어느 순간부터 죽어있던 나의 지력이 생생히 살아나고 있음을 느꼈고 무엇보다 문학, 철학, 과학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공부했던 릴케의 삶이 압축되어 지나가는 경험을 했다.
각 시마다 친절한 주석은 물론이고 역자 안문영 교수님의 해설도 함께 한다. 또한, 릴케가 훌레비츠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 작가 자신이 직접 <두이노의 비가>의 해설을 언급하는 부분도 읽어볼 수 있다. 그러나 릴케는 그 편지의 마지막 부분에서
당신 스스로 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내가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나 자신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라고 능청을 떨며, 시집의 해설은 온전히 독자에게 달려있음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삶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결단코 완전히 공유할 수 없는 소재 속에서 릴케는 부단히 노력하여 모순을 깨닫고 그 모순 속에서 진리를 찾으려는 시도를 계속해낸다.
너는 풍요로움 속에서 마치 한 겹 한 겹 광채만으로 이루어진 몸에 두른 옷처럼 보인다. 그러나 너의 꽃잎 하나하나는 모든 의상의 회피요 또한 거부다.
장미의 아름다운 꽃잎을 두고, 그것은 몸에 두른 옷처럼 보이나 모든 희상의 회피이자 거부라는 말, 결단코 평상시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시상이다.
기계는 생명, - 자기가 가장 능력 있다고 생각하는 기계는 똑같은 결단으로 정돈하고 만들어 내고 파괴한다.
릴케가 이 시집을 썼을 때의 기계 역시 인간의 삶(직업 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 중 하나였겠지만, AI 시대를 맞이하는 현대인에겐 이 시야말로 천리안을 바라보는 릴케의 능력이었음이 드러난다.
릴케의 지성, 문학과 과학과 철학 그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경이로운 모험을 함께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집 <두이노의 비가>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