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문학 그림책 8
권정생 지음, 김병하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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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하, 권정생 - 소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로 나온 소는 그림책이 그림이 주인공이란 생각을 단숨에 깨부셔준 책이다. 그렇다고 그림이 덜 멋지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에 더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농경사회에서 전통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소란 집안의 재산이고 복덩이며 한 마리만 있어도 든든한 존재다. 그런데 이 복덩이들이 받는 대우를 생각하면 매일 말 그대로 소처럼 일하고, 아무거나 잘 받아 먹으며 때가 되면 자식을 낳아 재산을 증식 시켜주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 노쇠해졌을 땐 그 몸둥이마저 내놓아야 하는 위치다.

한마리 소의 일생을 조망하며 그 쓸쓸함과 먹먹함, 그리고 우리가 느끼지 못한 정과 넉넉한 마음을 보여주는 이 그림책은 지금은 농사도 모두 기계로 지어 소가 일하는 것을 볼 일이 거의 없는 어린이들에게도, 어린 시절 그저 소란 다 저렇게 사는 것임을 생각하며 별 생각없이 지나갔던 어른들에게도 모두 뜻깊게 읽힐 것이다.

🔖눈이 퐁퐁 쏟아지는 어느 날 소는 외양간에서 따뜻한 짚북데기에 주둥이를 박고 어린 날의 꿈을 꾸었다. 소한테도 엄마가 있었다.

🔖가끔 색시 소를 따라 나와 귀엽게 뛰어다니는 송아지를 보고 소는 그게 제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소는 모른 척 살아야 했다.

묵묵히 일하던 소에게도 한 번씩 가슴이 쿵, 내려 앉을 때가 있었다. 꿈 속에서 어린 시절 엄마를 만났을 때나 자신이 낳은 송아지를 모른 척 하고 살아야할 때다. 이것이 인간의 인생이라면 이 인생은 대체 얼마나 기구한 인생일 것인가.

마지막까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소는 주인이 자신을 팔러나갈 때, 저는 다리를 숨기고 똑바로 걸어본다. 그게 자신이 주인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임을 알고 있기에.

선하고 아름다운 소는 그렇게 사랑만을 남기고 떠난다. 나는 소의 마지막 길에서 너무 슬펐고 소가 하늘에서만큼은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볼 수 있기를 바랐다. 어린시절부터 들어왔던 게으르면 소 된다는 그 말이, 듣는 것보다 훨씬 기구하고 가혹한 말임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진 권정색 문학 시리즈 <소> 다른 시리즈의 글들은 또 어떻게 내 마음을 두드릴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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