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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
김나현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평점 :
김나현 -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
김나현의 장편소설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를 처음 봤을 땐 제목부터 표지까지 판타지가 가미 된 성장소설이 아닐까 추측했다. 책을 처음 읽었을 땐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200페이지쯤이 되자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며 독자들의 추리력을 요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좀 더 읽어보자 어쩐지 섬뜩한 이 이야기는 호러나 고딕 소설인 지 모르겠다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소설의 매력으로 결말까지 재미있게 달려냈다!
23세 신인 배우 나을은 원하던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자신이 학교 폭력을 했다는 인터넷 게시글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나율은 자신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건 거듭된 반전과 달라지는 분위기만이 아니다. 아직 어려서 뭘 모르던 청소년 시절부터 성인이 됐지만 여전히 어려운 나이, 지금껏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 많은 세월 동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 한 가지.
바로 내 인생에 주인공은 나이며, 나는 이 인생에 주인공만이 아니라 감독이기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 폭력을 당했던 나을이 도리어 가해자로 지목되었을 때, 나을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학폭을 가한 당사자를 찾아가 따져 묻기는커녕 평온한 태도로 이렇게 말한다.
🔖"내 인생에서 앵두란 애가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두는거야."
🔖나을은 그게 나에게 주어진 행운들이라 말했다. 자신이 탐을 내어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내 것이라면 반드시 내 곁으로 오게 되어 있다고, 자신은 그런 믿음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이 한 마디의 힘이 얼마나 컸는지는 그 다음 나을의 인생에서 알아볼 수 있다. 기분 나빴던 인연을 그저 지나가게 내버려두는 일, 좋아했던 사람을 용기 내어 다시 찾아가는 일.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본인의 온전한 마음으로 주어진 일을 사랑하고 해내는 일. 이 단단하고 씩씩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인생은 어쩐지 걱정이 되지 않는다.
소설을 한 편 읽고 나면 과연 이 소설이 재밌었나, 재미 없었나를 따져 묻게 된다. 아무래도 소설은 재밌어야지. 나는 이 소설이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라서 추천하고 싶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다정하면서 어쩐지 섬뜩한 이야기가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