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아웃 보이 문지 푸른 문학
정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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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 - 포커스아웃 보이

제목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읽은 책, 포커스아웃 보이. 우선 작가님께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람들이 전혀 인식 하지 못하는 얼굴, cctv에서도 흐릿한 얼굴을 하고 태어난 캐릭터를 만들어내다니! 신기했다. 심지어 그 포커스아웃 보이를 유일하게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늘 세상과 시간이 맞지 않는 싱크아웃걸이라니!

이 소설이 억지 교훈으로 우리를 부담스럽게 하지 않고 진부하게 연애 소설로 빠지지 않는 사이, 우리는 그저 단순한 사실만을 얻게 된다.

그래서 남들에게 얼굴이 인식 되지 않으면 어때? 남들과 시간이 맞지 않아 늘 뒤쳐지면 어때? 우리는 이 세상이 원했기 때문에 태어난 것이고 거기엔 다른 이유를 댈 수 없다. 포커스아웃 보이는 사람들을 떠나 자연인처럼 살 계획을 했지만, 싱크아웃 걸은 늘 늦는 바람에 시험도 제때 못보는 형편임에도 베이징 유학을 향한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그 이유를 다른 사람한테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너 자신한테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너는 같은 행동을 평생 반복하게 될 거야.

포커스아웃 보이가 CCTV에 찍히지 않고 사람들에게 인식도 안 되는 자신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와인을 훔쳤을 때, 싱크아웃 걸이 해 준 조언이다. 모두가 이유가 있었겠지만, 자신에게 조차 떳떳하지 못하다면 우린 평생 실수를 반복한다.

포커스아웃 보이는 싱크아웃 걸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바로 따라 들으며,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하지만 싱크아웃 걸은 그의 그런 생각을 단숨에 부정한다.

🔖나는 네가 편하고 재밌어.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네 도움이 있어야만 내 삶이 완전해지는 건 아니야.

가끔 누군가를 도움으로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건강하지 못한 사고 방식이지만, 아마 한 번쯤은 그럴 때가 온다. 그때 세차게 부정해야한다. 타인으로 인해 내 자신의 존재 가치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타인 역시 내 존재로 인해서만 그 삶이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너를 원하니깐 네가 태어난거야." 라고 말해주는 부모님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단순히 부모님이 원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나를 원해서 나는 이 세상에 왔다는 말. 늘 인식되지도 않은 포커스아웃 보이를 인정해주는 그 말.

누구에게도 포커스 받지 못하는 삶일지라도 그래서 그 삶이 초라하거나 완전하지 않은 삶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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