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5월
평점 :
알랭 드 보통 -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의 철학이 담긴 에세이 <일의 기쁨과 슬픔> 이 책을 어찌 읽지 않을 수가 있으랴. 일의 기쁨은 없고, 슬픔만 있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다 일의 기쁨은 무엇일까 하며 이 책을 들여다 볼 수 밖에.
르포 형식의 에세이를 취하고 있는 이 책에서는 각 직업의 개인적인 부분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직업이 이뤄지는 장소를 찾아가 직접 방문하고 관찰하며 전반적인 직업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기쁨과 슬픔은 틀림없이 감정이기 때문에 특정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환희와 고통의 순간을 담은 에피소드를 읽으리라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전개였다. 이 에세이는 오로지 알랭 드 보통만의 철학적인 시선과 객관적인 잣대로 쓰여져 감정적 과잉이 이뤄지지 않는다. 가슴이 뜨거워지거나, 눈물을 흘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지만 적어도 모든 직업이 다 평등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어쩌면 그게 직업의 세계에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경제적인 필요가 없어도 일은 구해야 한다고 암시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처음이다. 직업 선택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간이 이룬 혁신 가운데 엄청난 희생과 재주를 요구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사무실 생활은 보통 명랑함이라는 가면 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동료들이 계속 일으키는 분노와 슬픔에 대처할 준비가 부족한 사람들이 안타까울 정도로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류 창고, 참치를 잡는 바다 한 가운데, 비스킷 공장, 회계 사무실 등등 알랭 드 보통이 다녀온 장소에서 이뤄지는 일들 중 중요하지 않은 일은 하나도 없다. 각각의 매력과 일하는 구성은 다르더라도 우리의 삶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알랭 드 보통이 기억 속에 하나도 남지 않고, 지루하기만 한 직업이라고 말했던 회계사 역시 마찬가지다. 회계사없이 살아갈 수 있는 기업이나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의 일은 적어도 우리가 거기에 정신을 팔게는 해줄 것이다. 품위 있는 피로를 안겨줄 것이다. 식탁에 먹을 것을 올려놓아줄 것이다.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 있게 해줄 것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알아보려고 이 책을 읽었지만, 정작 내 마음 속에 일이 주는 기쁨과 슬픔은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았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그저 위안을 얻기 위해 이 책을 읽었음을, 그리고 이 책에서 그 위안을 찾아낼 수 있었음을 다행스럽게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