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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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 바움가트너

📌타고난 글쟁이 폴 오스터의 유작
📌그의 영혼을 1년 만에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

폴 오스터의 죽음은 나에겐 충격이었다. 내가 대학 시절 지금으로부터 15~20년 전쯤에 얼마나 자주 읽고 재밌게 읽던 작가였던가. 무엇보다 그가 늙었다는 생각은 조금도 해보질 못했기에 부고 자체가 갑작스러웠다.

하지만 작가가 떠났어도 그의 글은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읽히고 있었고 그의 영혼은 여전히 글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음을.

독자는 <바움가트너>를 통해 조금도 적어지지 않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움가트너는 아내와의 사별 이후, 그럭저럭 잘 살아나가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은 죽은 채로 외로움과 싸워 나가는 70대다. 젊은 사람들의 생각에 그는 노인에 불과할 지 모르지만, 여전히 새로운 연인과의 결혼을 꿈꾸는 사람이며 자신이 누군가를 보호 할 수 있다고 믿는 적극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애나를 잃은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애나와의 기억을 더듬는 것이다. 70세의 바움가트너는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애나를 만나 불같은 사랑을 하고 또 과감하게 자식을 포기하던 때. 그리고 도무지 막을 수 없었던 애나가 죽음을 향해 나아가던 그 날까지.

🔖바움가트너는 지금도 느끼고 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고, 지금도 살고 싶어 하지만 그의 가장 깊은 부분은 죽었다.

🔖산다는 건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고통을 두려워하며 사느 것은 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서로 의존하고 있고 어떤 사람도, 심지어 가장 고립된 사람이라 해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더듬고 또 그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주인공을 통해서 우리에게 사랑은 어떻게 형체가 없이도 우리 안에 남아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폴 오스터에게 또 한가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는데 어쩐지 그는 이 원고가 자신의 유작이 되리라고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사실이다. 그게 사실인지 나의 추측인지는 알 수 없다. 자신이 정확히 언제 죽으리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으니깐.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당신의 죽음을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인사처럼 들렸다. 나아가 죽음이 사랑을 갈라 놓을 수 없다는 사실 역시 깨닫게 해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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