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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옆 만능빌딩 - 제14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ㅣ 난 책읽기가 좋아
이현지 지음, 김민우 그림 / 비룡소 / 2025년 3월
평점 :
이현지 - 학교 옆 만능빌딩
현직 교사가 바라보는 요즘 아이들의 문제점은 과연 무얼까. <학교 옆 만능빌딩>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세상을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비법서다.
아이들의 우정 이야기라고, 빡빡한 학원 스케줄을 소화하는 요즘 아이들의 생활이라고 별 연관 없을 줄 알았는데, 내 머리를 탁 치는 지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현직 교사도 겸하고 있는 이현지 작가는 정말 참된 스승님이시구나, 초등학생이 아니라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어언 20년에 달하는 나에게도 여전히 깨달음을 주신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늘 함께하던 친구 박선우에게 짓궃은 말을 들은 재이는 기분이 상하게 되고, 그걸 고스란히 아빠에게 전한 날 아빠는 노발대발하며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 박선우가 사과 편지를 쓰게 한다. 아빠는 우리가 이겼다며 우쭐대지만 어쩐지 그 후부터 재이의 학교 생활을 더 외롭고 꼬이기만 하는데, 이때 나타난 만능빌딩의 비밀. 욕쟁이처럼 보이지만, 삶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한 할머니의 조언은 재이의 친구 관계는 물론이고 위기에서도 구해준다.
🔖바로 사람 사이에는 지는 게 이기는 거란다!
🔖언뜻 보기에는 남 좋은 일만 해서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결국 오래 살아남는 비법이 되는 거야.
🔖친구들에게 가서 오래된 학원처럼 해 봐라. 장담하는데 상스러운 욕을 한 바가지 내뱉는 것보다 더 속이 후련할 거야.
나를 싫어하는 이들에게 욕 한 바가지 해주고 싶지만, 그런다고 우리의 관계가 좋아질 리는 없다. 오히려 사태만 더 악화 시킬 뿐. 지는 것 같아도 먼저 굽히고 들어가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에 너무 계산하지 말고 적당히 물러설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삶의 지혜다. 오래된 학원처럼 오래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다. 이렇게 똑부러지게 재이를 가르쳐준 할머니도 세계 명문 하버드대를 나온 딸은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없었는데, 또 그건 재이에게서 배워가기도 한다.
할머니라고 모든 걸 아는 건 아니며, 재이처럼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깨달음을 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는 지는 것에 분하지 않을 것 같다. 이게 지혜로운 삶이니깐. 이게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비법이니깐. 지금껏 지는 게 이기는 거란 말은 그냥 인생이 시끄럽지 않고 평탄하게만 가려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욕보다 더 속이 후련해질, 내가 먼저 지는 법. 학교가 아닌 만능 빌딩에서 내가 배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