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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양상 ㅣ 현대지성 클래식 60
루스 베네딕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평점 :
루스 베네딕트 - 국화와 칼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 루스 베네딕트가 현지 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써내려간 책이 지금까지도 영원한 고전으로 읽힐 지 누가 알았겠는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일본은 "가미카제" 등의 공격으로 미국을 놀라게 만들었고, 험한 전쟁 중에도 결단코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결단하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민족의 특수성을 내보였다. 루스 베데딕트는 전쟁 중이라 일본 현지에서 제대로 조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쓰여진 책, 영화, 수많은 일본인들의 인터뷰 등으로 일본인들의 문화적 특수성을 파악하고자 했다.
한국에선 일본어, 일본에선 역사지리교육학을 공부했던 나로서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인들의 특성과 일본의 문화를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된 부분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하는 것은 이미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편견은 그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고 해서 쉽게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태도를 바꾼다면 우리 상식과 다르다고 해서 그들의 행동 방식이 꼭 사악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28p
미국인이 루스 베네딕트 역시 일본과 전쟁중이었기에 이런 편견과 악의를 버려야만 한다고 했다. 진정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응당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비난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이처럼 평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경제의 기반을 다진다면, 국민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평화로운 일본은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그런 구상을 지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일본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379p
루스 베네딕트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군국주의에 빠져있던 일본은 패망과 동시에 평화의 길로 들어서겠다며 공헌했고, 우리나라가 이데올로기 분쟁으로 전쟁하던 시기에 그 경제적 이점을 그대로 흡수하며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런 일본을 미국이 열심히 응원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며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았나, 나는 결단코 일본에 우호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그들의 역사나 문화를 배워가는 것이 그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양국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길이라고도 생각한다.
그 첫걸음이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라는 점은 당연하다. 지역학적 관점에서 굳이 국화와 칼을 읽지 않더라도, 일본 문학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일본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가진 매체를 잘 이해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겐지모노가타리> <주신구라> <도련님> 등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을 예로 들며,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어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