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옥 : 신의 실수
류시은 외 지음, 연상호 기획, 최규석 만화 / 와우포인트 퍼블리싱 / 2024년 12월
평점 :
류시은 외 4인 - 지옥 : 신의 실수
은행나무 출간 류시은, 박서련, 조예은, 최미래, 함윤이 소위 잘 나간다는 소설가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낸 <지옥 : 신의 실수>는 동명의 만화 <지옥>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작가마다 자신의 개성을 담아 그려낸 총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앤솔러지의 묘미는 다양한 작가가 참여하기에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채로운 변주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작가는 한 없이 슬픈 현실은 어떤 작가는 그 와중에도 위트를 구사하고 어떤 작가는 그 와중에도 휴머니즘을 잃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예견된 미래가 절망적이라 한들 과거가 무의미해지는 건 아니었다. 그게 바로 세상을 이렇게 만든 악한 신이 가장 바라는 것일 테다. -143p
그런 의미에서 지옥만큼 완전한 작품은 없다. 류시은 작가의 <지옥 뽑기>는 여동생을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로 생각하는 내게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하며 몰입하게 했다. 죽으면 지옥에 간다고 하지만 분명 이 세계가 지옥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로 마음이 아팠다. 언니가 죽은 후 바로 돌아온 것, 나는 그게 신의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아는 신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이다.
박서련 작가의 위트 넘치는 <묘수>는 사람이 타 죽는 상황에서도 돈을 버는 사기꾼 무당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옥이 펼쳐지는 세계관이라고 누구나 다 무거운 이야기만 하는 건 오히려 재미없을 것 같다. 결말이 좀 아쉽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계속 흘러간다는 것을 밉지 않게 풀어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조예은 작가의 <불경한 자들의 빵>인데 나는 늘 어둡고 험한 세계에서도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 죽음이 코 앞에 다가와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에게 먼저 손을 건네주는 사람, 욕심을 내지 않고 마지막까지 묵묵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
나는 이런 소설 같은 사람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 사람이 내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이 소설이 대단히 사랑스러웠다.
과연 나는 이 험한 시대에 어떤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나는 광신도가 되어 신이 노할 짓을 하고 다닐 짓을 하지는 않을까? 신을 찾으며 울고 불고, 내가 왜 시연 당해야 하는지 이해 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원망하지 않을까?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 더없이 고요한 평화가 찾아온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은 <지옥>이 아니라는 점. 나에겐 또 한 번의 기회가 생겼고, 좀 더 올바르고 아름답게 살아 볼 의지가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