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의 맛
김의경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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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경 - 두리안의 맛

김의경 작가의 발견. 
지금 너무 힘든 청년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

<두리안의 맛> 이란 제목을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과연 저 두리안의 맛은 어떤 맛일까? 어떤 맛이기에 이 소설집의 표제작이 된 것일까?

총 8가지의 단편소설은 팬데믹 문학으로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작가 자신이 직접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만큼 소설 속 이야기들은 머리가 어지러울 만큼 슬프고 답답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순간접착제에선 삼각김밥 공장에서 일하며, 새 운동화 하나를 사지 못하고 덜렁거리는 운동화를 순간접착제로 며칠을 연명하는 삶과 몸이 불편한 딸을 돌보기 위해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에게 텃세를 부리는 할머니의 이야기. 단 며칠을 버티기 위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애처롭다. 

<순간접착제>와 <시디팩토리>에서 비슷하게 등장하는 대사가 있다. 순간접착제에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밥솥의 밥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시티팩토리에선 너무 지치고 힘들어 문을 CD안에 누위고 그냥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쓸모>와 <지침>을 반복하는 젊은 청년들의 고된 하루가 오늘도 내일도 희망을 바라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당신만 그렇게 힘든 것을 아니라고.

코로나는 부자도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일용직 노동자들은 코로나에 좀 더 노출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수치심이 없는 게 아닐 것이다. 우리를 치부를 드러내 보여도 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신고한다고 해도 걔네들 인생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다면 청춘은 낭비해도 되는 것 아닐까.


나는 내가 누군가에게 베풂을 받았을 때 보답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는 상대가 자신의 존재를 몰라도 상관없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퍼주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두려움도 없이.


인플루언서로 뽑혀 공짜로 다녀온 첫 해외여행은 두리안의 맛을 남긴다. 그 두리안의 맛은 그렇게 달지도 싱그럽지도 않다. 어린 여성이라며 당하는 성희롱의 순간 마주친 두리안. 그 두리안을 버리거나 외면하지 않고 다시 먹을 수 밖에 없는, 자신에겐 잊혀지지 않을 맛을 남긴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소서은 <주인집 딸>이었다. 과연 내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남편처럼 법을 운운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내처럼 그래도 어머니가 아프다는데 하며 양보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비>의 폭력적인 결말을 벗어나 만난 <최애의 후배>는 읽는 내내 미소를 한가득 지을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나는 늘 소설집의 마지막 소설을 기대한다. 작가의 겸손을 보여주는 어쩌면 표제작이 되기에 하나도 손색 없는 압권이 늘 숨어있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도 빼놓을 것 없이 김의경만의 색깔로 김의경만의 이야기로 꽉 채운 소설집 <두리안의 맛> 그 씁쓸하면서 잊을 수 없는 맛을 꼭 한 번 느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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