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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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글라스 케네디 - 원더풀 랜드

베스트셀러 <빅 픽처>의 저자이자 페이지터너 소설의 대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원더풀 랜드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코 앞에 둔 지금 현실의 사회와 정치에 풍자 한 스푼을 섞은 소설 원더풀 랜드를 출간했다.

장강명 작가의 "걱정 말고 읽으십시오! 진짜 재밌습니다."라는 추천사를 보고 어찌 읽지 않을 수가 있을까? 소설이 아무리 예술의 한 분야라고 하더라도 우선은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가벼워야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우파 공화국연맹과 좌파 연방공화국으로 갈라져 졸지에 우리나라 대한민국과 똑같이 분단국가가 돼버린 2040년대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복 자매의 정보국 활동이라니, 재미가 없을 수 없는 스토리와 전개다.

두 나라로 분리된 연방공화국과 공화국 연맹은 끔찍한 이혼소송을 겪은 예전 부부처럼 서로를 미워하고 적대시 했다. 시간이 갈수록 원한이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축적되고 있었다.


이 문장에 공감하지 않을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면서 해방 후, 불어 닥친 전쟁 휴전 이후 몇 십 년간 반목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과 남한의 현실은 여전하다. 

역사는 실험으로 답을 얻을 수 있는 과학이 아니다. 역사는 해석이기에 자기 정당화의 수단으로 전용될 수도 있다.


연방공화국의 정보원 샘이 공화국연맹의 박물관을 보고 느낀 감상이다. 역사는 해석에 의해서 달라지기에 사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표현되기도 한다. 공화국연맹이 무엇보다 자신들을 정당하게 여기는 것처럼 공화국연방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다는 자기 반성처럼 느껴진다.

누구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동시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어.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었는데 하며 꿈꾸는 삶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의 반대 지점에 있지. 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람은 없어.


공화국연방을 선택한 샘과 아버지와 달리 이복 동생 케이틀린은 연맹공화국이란 반대 국가를 선택해 사는 내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을 앗아간 이복 언니를 증오하며 산다. 언니를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삶은 케이틀린의 선택이다. 물론 케이틀린이 그 선택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되었는지는 읽어봐야 나온다. 

케이틀린은 샘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는데 나는 그 말의 뜻을 좀 오래 헤아려 보았다. 상황이 이렇게 돼서 미안하단건지, 자신이 언니를 쓸데없이 미워해서 미안하단건지. 어쩌면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다. 분노와 슬픔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자신의 인생을 누군가를 미워하고 제거하는데 써버렸으니깐.

나는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자유'를 알기 때문에 케네디의 소설 같은 분단 미국의 형태는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세계 곳곳에선 땅만 갈리지 않은 채, 서로를 적대적으로 세우고 미워하는 우파와 좌파의 갈등이 유독 심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케이틀린과 샘의 선택처럼 우리의 선택도 언젠간 우리를 파멸로 혹은 새로운 시작으로 이끌 수도 있다. 미국 선거를 앞두고 이런 소설을 출간해 낸 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일까. 정치든 현실 세상이든 머리 아픈 문제는 뭐든 미뤄두고 그냥 재밌으니 읽어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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