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우맨 암실문고
마틴 맥도나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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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맥도나 - 필로우맨

쓰리 빌보드, 킬러들의 도시, 이니셰린의 밴시의 유명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마틴 맥도나의 희곡 '필로우맨'은 끔찍한 학대와 살인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참담한 인생에 반항해 보려는 순수함이 드러나는 이야기다.

왜 권위 있는 시상식마다 단골 후보로 오르는지 알 수 있을 만큼 흡인력 있는 이야기에 현실의 문제를 관통한 현대의 희곡이었다.

배경은 아동 연쇄 살인을 수사하고 있는 형사 투폴스키와 아리엘의 수사실, 전체주의 국가라는 배경으로 그들 경찰의 능력은 실로 범죄자를 그냥 잡아다 가두고 폭력은 물론 사형까지 즉결 심판을 내릴 수도 있다.

'이야기꾼의 첫 번째 의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저는 이 말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아닌가, '이야기꾼의 유일한 의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였나? 네, 그게 맞겠네요. '이야기꾼의 의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20p


글쎄요, 제 생각엔 우리 그냥 이대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나는 계속 괴롭힘을 당하고 동생은 그 소리를 듣고 많은 이야기를 쓰는 걸로요. 왜냐하면 난 내 동생의 이야기들을 정말 좋아하게 될 것 같거든요. 난 그 이야기들을 정말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202p


이야기를 쓰는 동생 카투리안과 그 이야기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형 마이클은 똑같이 아동학대의 피해자이며, 동시에 살인자이기도 하다.

형사 투폴스키와 아리엘 역시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 환경과 성범죄 등을 겪어내며 자랐다. 여기서보면 누군가는 같은 학대를 겪고도 살인자가 되고 누군가는 형사가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실은 그냥 똑같이 아픔을 겪어 어딘가 불안함을 안고 사는 성인이 되었다.

마지막 결말에 카투리안은 형 마이클을 위한 필로우맨 이야기를 새로 쓴다. 그는 형의 끔찍하고 비참한 인생, 어린 시절 부모에게 끔찍한 학대를 당하다가 중심을 잃고 동생이 쓴 이야기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결국 살인자가 되고 마는 사랑하는 형을 위해서.

나는 어쩌면 어린 시절 상처를 품은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비참한 현실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끔찍한 일을 당하기 전, 먼저 피해버리는 삶도 있지만 그걸 다 꿋꿋하게 버텨낸 내가 완전히 망한 인생을 산 것은 아니란 걸 어떻게든 증명하고 싶어했던 것을 아닐까. 그 처절함에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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