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 흐릿한 나를 견디는 법
쑥 작가의 신작 에세이 <흐릿한 나를 견디는 법>은 여전히 흐릿하지만, 또 자주 실망하고 실수하지만 나를 사랑해주려고 노력하는 현대인들을 위로한다.
내가 너무 하찮게 느껴지고,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에서 너무 힘들 때 넌 할 수 있다며 응원해주는 상냥한 에세이는 많다. 하지만 힘들면 멈추라고, 좀 힘들면 도망도 가보라고 부추기는 에세이를 만나긴 쉽지 않았다.
나만 유독 특별하게 힘든 인생 같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다들 비슷하다는 걸 다 똑같이 힘든데 그냥 안 그런척 시치미를 뚝 떼면서 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남들이 나처럼 고통 받는다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삶이라는게 원래 그런거라는 걸 깨달으면 좀 기분이 나아지긴 한다.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은 도리어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라는 걸 너무 나중에 깨달았다.
불안을 이기는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 일단 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일단 합니다. 그래요, 뭐 어쩌겠어요. 내 선택에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왕이면 멋지게.
아주 가까운 거리만을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의 일, 오늘의 식사, 이번 달의 일정, 다음 달의 여행계획, 그런 가깝고 명확한 것들이요.
완벽주의자처럼 구는 나는 나의 가장 큰 적이다. 그냥 시작하라는 작가의 말, 좀 모자라도 너무 자신을 다그치지 말라는 그 말들이 힘이 되었다.
불안이나 두려움은 언젠가는 사라지는 그런 종류의 감정이 아니다. 언제나 내 곁에 머물면서 나를 조금씩 힘들게 할테지만, 그래도 나는 이겨내고 또 좀 쉬기도 하면서 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