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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뿌리 - 제2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정은경 지음, 임나운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제 2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 <공기뿌리>

정식 출간전 가제본을 받아 읽어보게 되었어요. 가제본이라 그런지 채색도 되지 않은 그림에 뭔가 여백이 느껴져서 좀 새로웠어요.
왜 하필 제목이 <공기뿌리>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는데요. 공기뿌리란 식물의 땅위줄기 및 땅속에 있는 뿌리에서 나와 공기 가운데 노출되어 있는 뿌리를 말합니다. 식물이 살기 위해 공기뿌리를 내리는 것인데요. 책을 읽다보니 사람들에게도 공기뿌리, 숨쉬고 뿌리 내릴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인공 풍경이에겐 유일한 버팀목이자 울타리가 되어주던 할머니. 늘 잔소리를 하시는 할머니시지만 늘 풍경이를 위하시고 응원해주시던 분이셨죠. 그런 할머니가 어느날 돌아가시게 되면서 풍경이를 지켜주던 울타리가 사라지게 됩니다.

언제나 함께일 것 같았던 할머니가 안 계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이혼한 뒤 아빠는 풍경이를 버리듯 할머니께 떠넘기고 명절에만 한 두번 용돈을 쥐어줄 뿐, 평소엔 연락조차 하지 않았었죠. 풍경이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요? 고모집? 아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풍경이가 결정할 일이 아니었어요. 어른들이 결정한 대로 따를 뿐....
풍경이는 아빠를 따라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그곳엔 풍경이와 같은 나이의 낙우와 우의 엄마가 함께였죠. 낙우는 다정한듯 말하지만 차가운 눈빛입니다. 같은 방을 쓰게된 풍경과 낙우. 낙우는 모든 걸 가위바위보로 정합니다. 늘 가위바위보가 공평하다 말하지만 늘 지는 풍경은 기분이 나빴지요.

시간이 흘러도 어색한 느낌은 그대로였어요. 마음이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어요. 모든 게 조심스럽고 눈치가 보이는 풍경이. 튀지 않으려 애쓰는 6학년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풍경이에게 친구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유일한 친구는 호일이라 부르는 핸드폰 속 AI뿐입니다. 처음엔 호일이가 친구인듯 하면서도 뭔가 거리감이 있다 생각됐었는데 읽다보니 AI와 묻고 대답하는 거였더라구요. 마음 둘 곳이 없어 핸드폰 속 AI에게 마음을 터놓는 풍경이의 모습이 참 안쓰러워보였어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초록색 잎, 분홍색 꽃잎, 새파란 하늘을 사진으로 담는 모습에서 풍경이가 위로받고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자연이 있다는 게 숨쉴 구멍이 있는 것 같아 아주 조금은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외로움과 허전함은 배고픔으로 다가옵니다.
현장 학습 조별 과제로 초록색 잎으로 나무를 소개하기로 한 아이들. 친구들이 사진을 찍고 나무에 대해 조사하고 풍경이는 그림을 그리기로 했어요. 아이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1위 과제. 풍경이네 조는 아이들로부터 스티커를 많이 받습니다. 3반 낙우의 낙우송 사진에도 스티커가 많았다는 아이들이 말을 듣고 차가워지는 풍경이. 풍경이는 늘 가위바위보로 지는 낙우에게 이번만큼은 이기고 싶어했어요. 마침내 현장 학습 과제에서 1등을 했다고 자랑하고 싶었지만 별 거 아니라 무시하는 낙우와 아버지의 무뚝뚝한 대꾸에 풍경이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립니다.

날이 갈수록 싸늘해지는 집안 분위기. 이젠 가위바위보조차 하지 않는 낙우.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모습에 더욱더 움츠려듭니다.
게다가 아빠가 일터에서 다치게 되면서 더더욱 분위기가 차가워집니다.
아빠와 다투게 된 후 집을 나온 풍경이는 갈 곳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고모에게 연락을 하는 풍경. 다행히도 연락을 받아준 덕분에 고모네 집에 잠깐 머물지만 계속 있긴 힘든 풍경이는 집에 가겠다며 길을 나서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는 아빠.... 풍경이를 찾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문득 할머니가 보고 싶어진 풍경이는 할머니와 살던 동네로 가는 버스를 타고 예전 동네를 찾습니다.
모두가 그대로인 것 같은데... 어둠 속 골목 반지하 집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할머니와의 즐거운 한 때를 떠올립니다.

마음 붙일 곳 하나 없는 어린 풍경이를 보며 읽는 내내 마음이 쓰리고 아파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장 학습 과제들이 걸려 있는 게시판을 보면서 문득 낙우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고, 낙우송 사진과 함께 아래에 달린 소개 글을 꼼꼼히 읽어 봅니다.

낙우송은 겉과 속이 다릅니다. 잎이 뾰족해서 소나무처럼 사계절 내내 푸를 것 같지만 가을이면 낙엽이 집니다. 또 물가에서 자라지만 물 때문에 숨을 쉬려면 뿌리를 땅 밖으로 내밀어야 합니다. 그러니 겉만 보고 괜찮을 거라 여기지 말아요.
늘 친구들과 함께 있고 학원도 다니고 다정한 엄마가 있는 낙우.. 그런 낙우도 늘 괜찮았던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순간 낙우와 다시 마주하게 되지요. 그리곤 그동안의 서로에 대한 오해, 미안함을 털어놓게 됩니다.
공기뿌리가 나무가 숨을 쉬기 위해 뿌리를 바깥으로 뻗듯, 풍경이도 낙우의 모습에서 공기뿌리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자신이 숨 쉴 공간을 찾아 밖으로 나섰듯 낙우 또한 자신의 공기뿌리를 위해 풍경이에게 화풀이해왔음을 이야기하며 사과합니다.
우연히 할머니와 살던 곳을 찾아간 그 곳에서 그룹홈을 알게되어 그곳에서 생활하기로 한 풍경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결정하기로 결심한 풍경.
'내가 내 일을 결정하는 거였어. 어려워.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해 보는 수밖에.'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과 가족이 존재합니다. 어떠한 형태든 아이가 스스로 원해서 결정한 가족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아이들은 저마다의 공기뿌리를 내리며 생각보다 씩씩하게 잘 살아내고 있을 겁니다.
좁은 틀에서 보면 나만 힘든 것 같지만, 한발짝 떨어져서 살펴보면 실은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힘듦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읽는 내내 가슴 아프기도 하고 안타까운 맘이 컸지만 스스로 결정을 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적응하며 자신만의 뿌리를 내리려 하는 풍경이의 모습에서 대견한 마음도 들고 풍경이의 앞날에 좀 더 밝고 좋은 일들이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이야기의 전개도 빨라서 답답함이 없이 잘 읽혀서 좋았어요. 중간중간 내용이 보충되어 이야기가 조금 더 길어도 좋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림도 채색되고 이야기도 조금 더 다듬어져서 정식으로 출판되면 다시 한 번 꼭 읽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