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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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이랑 에세이)

이 책은 예술가의 일상과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해서 좋았다. 예술가도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생계비가 필요하다. 이랑 작가는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그때부터 부지런히도 여러 작업을 하며 살아왔다. 만화가, 에세이스트, 교사, 음악가, 영상작업하는 사람, 영화감독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해왔지만, 그녀는 언제나 가난했다.

예술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은 드물다. 예술일이 생계를 책임질정도로 벌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생계를 위한 일을 따로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드로잉 작가로 전업 작가로 4년을 살아봤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지금은 화물차 운전일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그 외의 시간에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이랑작가는 2017년 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신의 놀이’로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는다. 통장 장고를 확인해 봤다. 1월총수입 42만원, 2월 수입 96만원. 한달에 이틀 이상 쉬는 날도 없이 바쁘게 살고 있지만 스스로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숫자다. 사람들은 이랑 작가가 뭘 많이 하고 결과물도 많이 내서 돈을 잘 버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한달의 반 이상을 이런저런 사람들과 이런저런 일들을 논의하는 ‘미팅’으로 보내고(미팅비는 지급되지 않는다) 주1회 강연하고, 원고 몇개 송고하면 한달이 끝난다. 미팅이 중요하긴 하지만 미팅 자체가 당장의 수입으로 치환되지 않는다. 솔직히 월급을 받는 그들이 미팅하면서 밥이라도 사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스스로 인터뷰 페이를 책정한 것은 한국대중음악상 트로피를 판 2017년부터이다. 그날이후로 작가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늦은 감이 있지만 그때부터 인터뷰 페이를 요청해야겠다 생각한다. 사람들이 작가 혹은 예술가에게 무언가를 배울때 그들에게 적절한 페이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좀 했으면 싶다. 그 사람의 노하우와 테크닉을 압축적으로 배우는 것인데 그만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해야하는게 당연한 것 아닐까. 방송국에서 이랑을 취재해 왔는데 이랑이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노트북만 들여다보고 있는 걸 보고 그들이 생각하는 예술가의 그림과 맞지 않아 그냥 돌아갔다고 하는 에피소드를 읽으니 사람들이 예술가에 대해서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예술가가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벌기 위해 자신의 재능에 대해서 가격을 매겨 정당하게 요청하는 것이 어떻게 속물적인 일일까. 나도 드로잉 수업이나 강연이 제의가 들어오면 페이가 얼마인지 묻는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을 말하고 그에 맞지 않으면 거절하기도 한다. 내 재능에 적당한 가격이 매겨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물론 수업이나 강연을 요청하는 측의 사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이것밖에 줄수 없다고 미안해하면 생각을 해보고 수락하기도 한다.

이랑의 워크숍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글쓰기나 그림을 배우고 싶어하지만 한편으로 자신은 평범하고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들을 깨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는 글쓰기도 그렇고 그림도 놀이나 재미로 접근하는 편이다. 재미있게 접근해야 자주 한다. 자주 하다보면 실력(실력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이 늘어나고 깊이감이 생긴다. 글을 거의 써보지 않았으면서 그림도 거의 그린적이 없으면서 처음해본 결과물에 실망들을 한다. 당연한거 아닌가. 많이 안해봤으니 서툴고 이상해 보일수 밖에. 그러니 많이 해보는 방향으로 길게 봐야 한다. 글의 경우, 내가 얼마나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무엇을 쓰고 싶어하는지를 자신에게 여러차례 오래 깊이있게 물어봐야 한다. 그 이유나 원동력이 강렬하면 스스로 알아서 글쓰는 길을 찾게 마련이다. 물론 우린 그런 마음이 적으니깐 돈을 내고 전문가들에게 수업을 듣는 것이다. 운동 혼자 하는 능력이 안되니깐 비싼 돈 주고 PT를 받는 것이다.

내가 2년 넘게 그림일기 작업을 430일 이상 해온 것도 결국 우리(나)의 일상속에 무수한 이야기가 있고 그걸 발견하고 알아채고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다. 이랑도 아주 어린시절부터 노래를 흥얼거리며 노래를 만들고 불렀지만, 그것은 그냥 놀이로 접근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재능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야 하고 그 욕구가 있다면 그 욕구를 즐거움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 우리가 작가나 예술가가 될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뭐 대단한 것을 내어놓을수 있겠는가. 즐거움으로 5년 10년 정도 오래하다보면 어느 경지에 가닿게 마련이다. 다만 그 경지에 다았다고 해서 그 예술가의 생계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 좀 슬픈 일이긴 하다. 그래서 예술가의 생계와 돈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이야기하고 여성 페미니스트 작가로 살아가는 일상의 고민과 불편함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서 참 와닿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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