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 1 줄리애나 배곳 디스토피아 3부작
줄리애나 배곳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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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상력이 좋은 편이라면 읽기가 불편할 수도 있는 소설이었다. <트와일라잇 사가>의 책임프로듀서가 시놉시스만 읽고 영화화를 결정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끄는 줄리아나 배곳의 디스토피아 3부작 중 제1부 <퓨어1>은 트와일라잇 때 빠져들었던 만큼의 기대했던 강한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이야기는 대폭발 이 후 '돔'과 '바깥' 두 곳으로 나뉜 세상을 그리고 있다. 융합으로 인해 흉물스러운 형상이 되어버린 '바깥'의 천민들과 대폭발 전 선택되어 돔으로 들어가 안전을 보장받은 '퓨어'들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판타지 중 몇몇 비슷한 내용이 떠오를 만큼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인간에 의한 암울한 미래상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나 영화의 연장선상이랄까. 내가 불편하다고 한 건 융합이라는 것 때문이다. 대폭발 순간에 갖고있던 물건이나 사람과 융합되어 변형된 인간이랄 수 없을 것 같은 생명체들의 묘사가 다소 비위에 맞지 않았다.

 

재미면에서는 중중 정도였다. 주인공 프레시아와 패트리지, 그 외의 등장인물이 각 단락에 다른 시각으로 스토리가 구성되어 있어서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괜찮은 편이었다. 바깥의 천민들은 돔의 퓨어들을 동경하거나 증오했다. 그들은 혜택받은 자들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퓨어인 패트리지는 돔은 또다른 감옥과 지옥같은 곳임을 말해준다. 변형없이 '순수한'인간의 모습이지만 또 다른 불행이 있는 아이러니함아란.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게 세상이지만 여느 피로회복제 CF에 피곤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문구처럼 그 면면을 들여다 보면 행복과 불행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리즈의 시작이 뜨뜨미지근 하지만 앞으로 주인공 소년 소녀의 로맨스가 펼쳐질테니 기대해봐도 좋을지도. 흐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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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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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소설이었다. 주인공의 단편적이고 주관적인 희미한 기억처럼 뭔가 눈 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불명확한 느낌이다. 재미가 없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토니의 희미한 기억의 발자취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정말 소름끼쳤던 건 소설의 부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나 소설의 반전 결말이 아니라 다시 읽어볼 수 밖에 없다는 띠지의 문구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다시 읽어볼 마음이 들 만큼 결말에 대한 의문점이 강하게 들었다는 것과 번역 자체가 꽤 괜찮았다는 점이다.

 

많은 생각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소설에 대한 감상을 써야하는데 무척 어려울 만큼. 강한 공감과 인상을 남겼던 부분은 작가가 말하고자 한 이 소설의 주요 테마이기도 한 기억에 대한 부분과 보통 인간들의 문학적 소재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그러했다. 크게는 확인될 수 없는 역사가의 역사에 대한 왜곡과 작게는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불과 어제에 대한 기억에 까지 왜곡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한다. 토니의 기억도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다. 그리니 자신의 입장에서의 기억은 왜곡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베로니카는 명확하게 말하는 부분이 없다. 우리의 일상에 대입해 말하자면 '허세' 정도가 될까. 어제 있었던 일도 일종의 왜곡인 허세를 덧붙여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것이 이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만큼 보통의 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보통의 인간' 토니는 지극히 자신의 삶이 문학적 소재가 되지 않는 평범하고 평탄한 삶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이든 타인이든 어느 정도의 허세와 왜곡을 덧붙여 말하며 사는 평범한 보통의 삶이라는 점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비열한 편지를 보냈을 지언정 그가 나쁘다는 느낌보다는 보통의 사람들과 닮은 삶에 대한 연민과 씁쓸한 공감이 느껴졌다.

 

인생에 문학 같은 결말은 없다는 것. 우리는 그것 또한 두려워했다. 우리 부모들을 보라. 그들이 문학의 소재가 된 적이 있었나? 기껏해야 진짜의 진실된, 중요한 것들의 사회적 배경막의 일부로서 등장하는 구경꾼이나 방관자 정도라면 모르겠다. -31p

나는 살아남았다. '그는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했다.' 후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과거, 조 헌트 영감에게 내가 넉살좋게 단언한 것과 달리, 역사는 승자의 거짓말이 아니다. 아제 나는 알고 있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이십대에는 자신의 목표와 목적이 혼란스럽고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해도, 인생 자체와, 또 인생에서의 자신의 실존과 장차 가능한 바를 강하게 의식한다. 그 후로.... 그후로 기억은 더 불확실해지고, 더 중복되고, 더 되감기게 되고, 왜곡이 더 심해진다. ...... 노년에 이르면, 기억은 이리 찢기고 누덕누덕 기운 것처럼 돼버린다. 충돌사고 현황을 기록하기 위해 비행기에 탑재하는 블랙박스와 비슷한 데가 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테이프는 자체적으로 기록을 지운다. 사고가 생기면 사고가 일어난 원인은 명확히 알 수 있다. 사고가 없으면 인생의 운행 일지는 더욱더 불투명해진다.-182p

아직까지 의문점 투성이다. 내 이해력이 나쁜게 아닌가 하는 생각머저 들 정도로. 작가마저도 한번 더 읽어야 한다고 하니 그게 정상이라는게 다행이지만. 책을 읽는데 이상한 징크스가 있는데 밑줄 그을 부분이 많은 책은 꼭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좋은 문구가 많은 반면 전체적은 스토리는 별로라는 이야기. 그런데 이 소설은 수시로 밑줄을 긋고 싶은 부분이 많았는데 무척 재미있기까지 한 오랫만에 아주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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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행복하라 아이처럼 행복하라
알렉스 김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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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유치원 교사를 하는 친구로 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연수를 받는 동안 친구가 맡고 있는 반을 잠시 맡아달라는 것. 낯선 일이지만 하겠노라고 하고 짧은 유치원 생활을 시작했다. 힘든 일이었다. 물론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단순히 돌보는 일이 아닌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힘든 와중에도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내가 돌보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일치감치 잃어버린 아이들의 순수함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일이 있었다. 내가 맡은 받은 5세반인데 어느날 말썽꾸러기 두 아이가 다투는 일이 있었다. 화해를 시키기 위해 잘못을 한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라고 했다. 다투고서 금새 사과를 할까 하는 염려와 달리 친구를 보며 "미안해" 라고 했고 사과를 받은 아이는 "괜찮아"라고 답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 아이들이 단순히 내가 시켜서 했던 말일까? 아니다. 그 아이들의 말은 진심이었다. 아이들의 눈빛에서 난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또 이런 일도 있었다. 방과 후에 집에 가지 않은 아이를 본 적이 있는데 내 품에 안겨었던 아이가 갑자기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나에게 말했다. 당황스러웠지만 나도 금방 "선생님도 OO 사랑해"라고 말해주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나에게는 무척 어려운 말이었다. 그 아이가 무엇을 위해 날 사랑한다고 말한 것이 아닌 그저 순수한 마음에 나온 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런 아이들의 순수함이 유치원에서의 힘든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더불어 잠시나마 내 마음이 그 순수함으로 '치유'받은 느낌까지도 받았었다.

 

이 책에서도 나는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더 이상 예쁠 수 없는 순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세계의 많은 아이들의 사진과 작가가 그 아이들에게 배웠다는 많은 기억들을 담은 짧막하고 담담한 글들은 비록 서툴지라도 진심으로 마음으로 느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이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나는 그게 더 좋았다. 아이들의 미소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니까.

 

내가 유치원과 이 책에서 느꼈던 건 행복감과 동시에 안타까움이었다. 어린시절 순수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그 순수함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어느덧 때묻고 거칠어진다. 꼼수가 넘처나는 세상에 이런 아무것도 묻어있지 않은 아이들의 미소처럼 '순수함'이 많이 없다는게 안타까웠다. 비싼 돈을 주고 전문가에게 받는 'Healing'도 좋겠지만 그 보다 가까운 놀이터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만 보아도 치친 마음을 '치유'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잠시나마 지친 당신들에게 'Healing Book'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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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주의자로 사는 연습 -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당신이 선택해야 할 행복의 비결
하이델로레 클루게 지음, 모명숙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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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비관주의자에 가깝다. 내가 비관주의자가 된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고 이런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요즘은 여러가지 조언과 지침, 잠언 등을 담은 자기계발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도무지 이런 류의 책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진지한 것을 정말 싫어하는데다 잔소리같은 딱딱한 자기계발서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뻔한 얘기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고 이 책 또한 그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딱히 잔소리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려운 의학적 견해가 들어같 것이 아닌 작가의 경험과 사례들을 들었고 단락이 짧아 나같이 이런 책에 지루한 사람에게는 좀 덜 지루하고 편했다는 느낌이다. 문제는 이런 글을 읽고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는데 요즘 부쩍 내 마음 건강이 좋지 않은 탓일까 종종 이런 책들을 찾곤 하는데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비록 잔소리 같을 지라도 낙관주의자가 되고 싶다면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이 책에 나온 조언대로 실천해보는 것도 낙관주의자가 되는 연습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망각이 특기이고 끊임없이 학습이 필요하다. 병들고 지친 마음이 많은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책으로나마 이런 학습에 의한 연습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저자의 글 중 내가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말들은 이런 것이다.

 

행복하든 불행하든 그렇게 되는게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생은 공정하지도 불공정하지도 않다. 그저 스스로 느끼기에 공평하거나 불공평할 뿐이다. 에측할 수 없는 인생에서 우리가 할 수 잇는 것은 오직 다가올 행복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삶을 괴롭힐 요소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일뿐이다. -18p

오늘날 사람들은 돈보다도 시간에 더 쪼들려 보인다. 그러나 한번쯤 시간을 '제대로 낭비' 해보자.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기다릴 것이다. 가끔씩 향기로운 오일을 부은 욕조에 사치스럽게 몸을 담가보자. ... 이런 작은 사치가 주는 기쁨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 96p

특히 이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요즘은 시간 절약을 위해 무엇이든 편리한 것만 찾지만 정작 그 편리함을 위해서도 시간이 쓰인다는 것이다. 바쁜데 무조건 여유를 부리라는 말이 아닌 현대의 편리함과 복잡함, 다양성 때문에 버려지는 의미없는 시간을 잘 활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여유를 가지다 보면 낙관주의자로의 길이 더 빨리지지 않을까?

 

낙관주의자가 되고 싶지만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으로 '인위적으로'라도 연습을 해보자. 어려운 말들은 하나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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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슬 시티
김성령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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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작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15세의 소녀가 장장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을 썼다는 점이다. K-POP스타에서 우승한 박지민양도 15세라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어느 분야에서건 영재니 뭐니 해서 연령이 낮아지고 있고 그것이 문학계에도 등장했다는 점에서 분명 주목할만한 일이다. 재능을 일찍 발굴해서 적절히 그 재능을 성장시켜줘야 한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라 생각한다.

 

미국의 가상의 도시 바이슬 시티를 배경으로 주인공 역시 10대들이다. 소설의 소재에 대한 상상력과 스토리 전개면에서는 정말 흥미로우며 권력층에 굴복하는 사회적 계층의 부조리함과 10대들에 관한 심리 묘사 또한 괜찮았다는 느낌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10대들의 생각과 그들 또한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10대들이라면 공감을 그 외의 세대라면 지난 시간에 대한 공감과 동시에 10대들의 시선을 통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현제를 관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메세지인 미래를 위한 10대들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세삼 깨달을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작가의 문장력이나 필력에 관해서이다. 분명 스토리에 대한 상상력은 놀라운건 사실이지만 독자들이 책을 읽는데 대한 흡인력을 이런 문장력이 떨어뜨리는 것 같다. 15세라는 작가의 연령을 생각하면 이 마저도 잘 했다 칭찬해주고 싶지만 장편소설로 정식으로 문학계에 데뷔한 작가의 글로 보자면 그저 15세의 청소년의 글짓기 수준을 조금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해야할까.

 

분명 재능을 인정해주고 싶을 만큼 충분히 대단한 작가가 등장했다는 것 만큼은 반가운 일이다. 작가의 연령이 충분히 많았다면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겠지만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10대 작가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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