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탄의 문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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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하나하나는 모래알처럼 작아. 이 사회는 무수히 많은 모 래알로 이루어진 사막이야. 사막은 모래 한 알 한 알을 일일이 배려해주지 않고, 애당초 배려를 요구할 수도 없어."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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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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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작은 방에 감금당한 몰락한 러시아 귀족의 이야기로 인상깊은 여운을 남긴 에이모 토울스의 두번째 소설이자 그가 쓴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원제는 ‘Rules of Civility’로 우리말로는 품위의 규칙정도가 되려나. 번역본의 제목과는 사뭇 다른 느낌인데 소설을 다 읽은 내 느낌에는 원제가 훨씬 잘 어울린다. 연인이라는 말 앞에 붙은 우아한 이라는 형용사는 소설의 느낌과는 영 안어울리는 느낌이다.   

 

소설은 1937년 끝자락에서부터 1938년 미국 대공황이 끝나갈 무렵, 재즈가 유행하던 뉴욕을 배경으로 그 시대의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욕의 어느 사진 전시회에서 발견한 지난 젊은날의 한 때를 같이 했던 이의 사진을 발견한 중년부인 케이티 콘텐트의 회상에서부터 사직된다. 이야기는 케이티의 시점을 이어가며 사진속 회상의 주인공인 팅커 그레이를 비롯한 1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담고있다. 허름한 빌라에 살던 케이티와 이브는 자주 가던 술집에서 우연히 그곳과 어울리지 않은 세련된 차림의 팅커 그레이와의 만남으로 세 사람의 운명이 달라질 이야기가 이어진다.  

 

많은 평론가들이 팅커 그레이를 게츠비와 비교했다고 하는데 감히 나의 게츠비라고 할만큼 나는 게츠비라는 캐릭터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솔직히 팅커 그레이에게서 게츠비의 모습은 볼 수 없다는게 내 느낌이다. 게츠비에게는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만 팅커에게는 그런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고 그래 제목대로 '우아한'이라는 형용사가 더 어울린다. 아니 우아하려고 노력한 팅커 그레이가 되려나. 게츠비나 팅커나 상류 사회로의 신분 상승을 꿈꾸고 사랑하는 여자가 있지만 게츠비의 현신이라고 할만큼은 아니다. 지극히 사랑을 위해 분투한 게츠비에 비해 이 소설은 사랑이 주된 이야기라기 보다는 불온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 관한 드라마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는 동안 거리도 시간도 나에게는 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소설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사는 인물들을 통해 1938년의 뉴욕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부유하게 태어났지만 점점 기울어진 집안형편 때문에 어떻게든 다시 상류 사회로 올라가려는 팅커 그레이에게서 심각한 빈부의 격차와 소득 불균형의 대공황의 사회적 분위기와 사교계가 중요한 시대라는걸 볼 수 있고 어떻게든 그런 남자를 만나 같이 상승을 꿈꾸는 이브는 그 시대에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란 지극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유한 집안에서 명문대를 다니지만 목적없이 살아가며 케이티를 통해 재즈에 심취한 디키를 통해 재즈가 유행했던 그때의 예술과 음악의 분위기를, 안정적인 길을 갈 수 있었지만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참전을 위해 떠나는 월러스에게서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불온했던 시대의 사회상을,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능을 돈과 바꾸지 않으려는 행크 그레이에게서 피키소와 큐비즘을 비판하던 젊은 화가들과 예술에 대해 알 수 있다. 시대적 배경에 대한 분위기를 소설속 인물들을 통해 잘 투영되어 시대를 공감할 수는 없어도 느낌은 충분이 알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내내 이끌어가는 케이티는 조금 특별한 느낌이다. 그때의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나 활동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케이티는 마치 현대에 사는 여성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허름한 빌라에 살면서 자신만의 일을 찾으려 노력하고 사랑에 솔직했으며 남이 아닌 자신의 생각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무척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서인지 시대적 배경에 따른 불온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공감하기 힘든 시대적 분위기에 대한 느낌을 케이티에게서는 조금 환기되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달까. 그래서 시대적 공감에 대한 부제와 이질감 보다는 오롯히 이야기와 인물에 집중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시대적 분위기가 어떻든 젊은 세대의 고민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여전히 '청춘'이라는 이름은 '불안'이라는 단어와 동의어처럼 사용되니까.   

 

<모스크바의 신사> 에서도 느꼈지만 우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다양하고 생생한 캐릭터와 작가만의 유머가 곳곳에 녹아있는 필체가 소설에 더욱 끌리게 하는 매력이라는걸 이번 소설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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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등산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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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등산으로 하는 힐링 소설

"않아?"
"뭐가?"
"앞이 보이지 않는 게."
"전혀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거의 안 불안해. 애초에상상한 대로 되는 일이 더 드물잖아. 우리 가족이 텔레비전이랑 똑같은 경치를 본 적이 없는 거나 매한가지야. 매번 비가 내리면 어떡하지 하고 불안에 쫓기면 여행 같은 건 하고 싶어지지 않잖아. 맑은 인생에 익숙해져서 다 잊었어?" -181

산은 생각을 하기에 딱 좋다. 동행이 있어도 말없이 한 줄로 걷고 있으면 자기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때 마음속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자기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으면 인생도 자기 발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일상생활에서는 외면하던 문제와 똑바로 마주 봐야할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발로 정상에 도착하면 가슴속에도 빛이비쳐드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가 가는 길을 격려해준다. 그렇게 해서 자기 자신과 마주 보면서 걷는 것이 등산이라 생각했다.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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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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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가장 애정을 갖고 있다는 캐릭터 가가 형사 시리즈가 새롭게 개정판이 나왔다. 히가시노 게이고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가가 형사를 모를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읽었으니까. 가가 형사 시리즈는 총 10개의 작품이지만 처음 대학생인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작품 <졸업>에서 부터 네리마 경찰서 소속 형사 시절의 가가 교이치로가 나오는 <붉은 손가락>까지 총 7작품이 개정되어 나왔으며 시대의 흐름에 맞게 소설의 번역가의 수정과정을 거쳐 지난 번역본과 다르게 현제의 한글 어문 규정에 따라 크고 작은 오류를 수정했으며 또한 작품마다 각기 다른 표지를 그림 작가가 표현했다고 하니 이번 가가 형사 시리즈의 개정판은 그의 팬이라면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는 소장각 작품들이 될 것 같다.

이번 개정판 중 가가 형사 시리즈 중 두번째인 <잠자는 숲>을 읽었다. 가가 형사 시리즈 중 가장 로맨틱한 미스터리라는 평을 듣는 작품으로 실제로 작품을 다 읽은 지금도 내가 과연 미스터리 소설을 읽은 건지 한편의 연애소설을 읽었는지 헷갈릴 정도이다. 소설의 장르 중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가장 좋아하는 나로서는 딱 취향 저격의 작품이랄까. 소설은 어느 명문 발레단의 사무실에서 누군가 죽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창문을 통해 남몰래 들어온 남자를 강도로 생각해 죽게 만든 발레리나 하루코. 그 후 연이어 발레단에서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가가 형사는 사건 해결을 위해 발레단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사한다. 그 와중에 미오라는 발레리나에게 끌리게 되면서 살인 사건과 그 속에서 가가 형사의 로맨스가 소소하게 이어진다.

이 소설이 연애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 건 소설의 엔딩 때문이였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엔딩은 가가 형사를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줌과 동시에 로맨틱한 미스터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소설로 느끼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누가 뭐래도 미스터리의 대가가 쓴 '미스터리 소설'이다. 일명 서술 트릭을 써 이야기에서 등장 인물들의 자의식이나 내면 풍경 등은 배제하고 사건에 필요한 객관적인 단서나 트릭들 만을 나열하여 독자로 하여금 작가가 내놓는 트릭과 단서로 범인을 추리하는데 몰입감을 더 해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스토리의 구성과 플롯은 소설을 읽는 동안 이야기와 사건 풀이에 더욱 몰입하게 하면서도 언듯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련의 사건들의 관련성에 대한 의문 때문에 더욱 풀기 어려운 난제로 느끼게 했다.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꼈던 ‘이번에도 속은건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흥미로운 스토리에 작가가 마련한 트릭에 기꺼이 속아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 범인이 누구이고 단서들의 관련성과 트릭은 풀렸지만 다시금 소설의 처음으로 돌아가 그동안의 단서와 트릭, 범인과 등장인물들의 행보를 따라가면서 한번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영화나 소설 속의 경찰들은 그 아우라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져 잘못이 없다 하더라도 다가가기 힘들다는 느낌이다. 전에도 느낀 거지만 가가 형사는 그런 경찰의 케릭터와는 사뭇 다르다. 늘 취조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찰과는 다르게 가가 형사는 언듯 사건과는 무관해 보이는 말들로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 그런 면모들은 소설 속 사건의 관계자들이 가가에게만은 편안하게 이야기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는 물론 경찰이다.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도 냉철하고 날카로운 사건 분석 능력으로 남들은 꿰뚫지 못하는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이러한 가가 형사의 캐릭터는 보통의 형사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데 오랫동안 가가형사가 사랑받아온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이번 개정판은 대대적인 번역 개정은 물론 작품마다 특징을 담은 표지와 패키지까지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만큼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의 팬이라면 꼭 읽어봄은 물론 소장 가치까지 더해진 작품들이 될 것 같다. 그 중 이 작품은 그동안 작가의 작품에서 보여준 ‘헌신적인 사랑’의 원형으로서 미스터리로서의 흥미로움과 로맨스로서의 감미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무더운 여름 더위를 잊기에는 미스터리 소설만한게 없는 만큼 가가 형사의 탄생부터 베테랑 형사가 되기까지의 최근 모습까지 정주행하면서 더위를 잊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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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스
워푸 지음, 유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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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지만 소설의 장르 중 그래도 편애를 하는게 있다면 바로 미스터리와 로맨스이다. 그 중 미스터리는 단연 고정적으로 좋아하는 작가가 다른 장르에 비해 가장 많은 편이라서 구입을 하든 도서관에서 대출을 하든 늘 내 독서목록에는 미스터리 소설이 빠지지 않는다.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의 소설을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만 출신의 작가가 쓴 미스터리 소설을 전에 읽었을 때에도 너무나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읽은 대만 작가 워푸의 이 소설 역시 성공작이 될 것 같다. 그동안 미스터리 소설은 대부분 일본 작가의 작품을 읽어왔고 꽤 많은 좋아하는 작가들이 있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묘미는 소설 자체를 읽는 흡입력이 강한 데다 사건을 통해 범인을 알아내고 트릭을 풀면서 느껴지는 흥미로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설정해놓은 소설의 플롯을 따라 주어진 단서로 범인이 누구일지 예상해보고 범인이 설정한 트릭을 풀다보면 예상했던 결말이기도 하고 충격적인 반전을 만나기도 하는 등 미스터리 소설이 주는 즐거움을 나는 꽤 즐기는 편이다. 이 소설 역시 풀어야 할 미스터리가 있다. 다만 그동안 읽었던 미스터리 소설과는 조금 색다른 느낌이었고 읽으면 읽을 수록, 다 읽은 지금은 단지 미스터리 소설로의 재미 뿐만 아니라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었던 아주 꽤 괜찮은 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작가 후기에 소설에 대한 설명이 무척 친절하게 나와 있어서 소설을 쓴 의도와 주려는 메세지를 잘 이해할 수 있었는데 단지 흥미로운 미스터리로만 소설을 읽어온 나로서는 소설이 더 괜찮아졌다고 할까.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작가가 작품을 쓴 의도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세지는 크게 세 가지다. 미스터리 소설로의 재미,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방식에 대한 방법론, 소설을 통해 사회의 잘못된 사법제도로 인해 억울하게 형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 대한 독자들의 각성과 관심 촉구이다.

우선 미스터리 소설로의 이 소설은 내가 소설을 읽은 가장 간단한 기준인 '재미'면에서 아주 재미있다라고 하고 싶다. 총 7가지 각자 다른 이야기가 단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자의 이야기에는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가 등장하여 각자가 쓰는 미스터리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들의 공통점이자 이 소설의 가장 미스터리한 점은 바로 '아귀'라는 의문의 인물이다. 다양한 상황과 성격의 작가가 각자 다른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데 이 '아귀'라는 닉네임을 가진 인물은 그 소설의 스토리의 헛점에 대해 메세지를 보내온다. 처음 아귀의 메세지를 받은 작가들은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작품의 헛점에 대해 알고 싶어하면서 아귀와 메세지를 주고 받고 그의 충고에 따라 작품을 고쳐가면서 무사히 소설을 출간한다. 여기에 아귀라는 인물에 대한 힌트는 없지만 또 한가지 의문이 있다면 작가들이 아직 출간도 하지 않은 작품을 읽고 메세지를 보내온다는 것이다. 어떤 인물인가를 재쳐두고라도 도대체 아귀는 어디서 작품을 읽을 수 있었는지가 가장 의문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아귀의 정체와 그가 어떻게 작품을 읽을 수 있었는지가 나오는데 정말 의외의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약간 허무함도 느껴졌는데 어쨌든 예상 못한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각각의 이야기에 하오는 미스터리 소설이나 작가와 아귀가 메세지를 주고 받으면서 풀어가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물론 이 이야기들이 실재 대만 사회에서 있었던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이야기는 나중에야 알아서 또 다른 생각 거리를 던져주기는 했지만 오랫만에 흥미로우면서 색다른 느낌의 미스터릴 만난 것 같았다.

두번째로는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각자의 이야기에는 작가가 등장하고 작가가 쓴 소설의 헛점과 나아가 미스터릴 소설을 쓰는 방식에 대해서 아귀가 지적과 조언을 해주는데 작가는 실제로 이런 방식의 이야기를 오래전 구상해왔다고 했다. 작가가 해온 소설 쓰는 방법에 대한 강연이 아닌 실제 소설에 그 방법을 녹여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실제로 소설에 대한 이론서 만큼은 아니지만 미스터리 소설의 마니아인 나로서는 꽤 흥미롭게 읽었다. 실제 이론서라면 지루해서 읽지 않았을 이야기를 소설에 녹여내어 미스터리를 좋아하지만 그동안 작가의 의도대로 쓰여진 스토리를 읽기만한 기존 미스터리 소설과는 색다른 느낌의 소설이라서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실제로 예전에 읽은 <양과 강철의 숲>이라는 작품은 피아노를 조율하는 조율사에 관한 소설인데 피아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알 수 없었던 조율에 관한 이야기와 피아노가 이루고 있는 구조나 소재에 관한 이야기라서 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소설 역시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지만 소설을 쓰는 방식이나 그 세세한 구성에 대해서는 이론서를 읽지 않는 이상 자세히 알지 못하는 내용들을 소설을 통해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소설에서 가장 깊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작가의 메세지인데 7가지 소설속 이야기 모두 대만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스토리이며 의문의 인물인 아귀는 모두 소설속 사건의 범인이 모두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모두 억울하게 범인으로 지목되었고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인해 형를 살아온 사람들에 대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사회의 잘못된 사법제도와 범인을 검거하는 경찰의 방식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작가 후기를 읽기 전에는 실제 사건이라고 생각해보지 않고 그저 재미있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의도를 보고 나니 소설이 지닌 무게감이 세삼 느껴졌다. 역자 후기에도 나온 우리 사회에 일어난 비슷한 사건이라던가 그 밖에 내가 알지 못하는 그런 일들이 대만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지금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실제로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작가의 말대로 꾸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은 마음에 와 닿았다. 어째서 과학이 나날이 발전하는 지금의 세상에 아직까지 이런 일들이 있는지 나 역시 소설을 읽고 답답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미드 중 나는 <CSI> 시리즈를 가장 좋아하는 모든 에피소드를 다 봤을 만큼 마니아이고 이에 대한 실제 과학 수사에 관한 다큐도 본 적이 있다. 그 드라마는 사건에 대한 증거를 다루는 과학 수사대에 관한 이야기이고 이들이 사건을 풀어 가는 단서는 단연 '과학'이다. 물론 드라마에 나오는 과학 수사 방법이라는게 실제로 쓰이는 것도 있겠지만 허구도 많다. 드라마적 재미를 위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믿는 증거는 오직 '과학'에 입각해 발견한 증거라는 점이다. 정황증거나 증언에 의존한 불확실함이 아닌 확실한 과학적 증거. 비록 허구이기는 하지만 확실하지도 않은 그런 증거들과 경찰이나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들어간 범인 검가가 이러한 사건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과학적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확실하지 않은 증거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조금은 어런 사람이 줄어들지 않을까. 문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작가가 말한 이런 일들에 대한 관심만은 소설을 통해 조금은 각성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와 읽는 중간중간, 그리고 다 읽은 지금 소설에 대한 느낌은 모두 다르다. 단순히 재미있는 미스터리 소설로만 읽었지만 소설이 지닌 의미는 그보다 더 깊고 무겁다. 하지만 그래서 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것 같다. 미스터리 소설로의 재미도 있으면서 미스터리 소설에 관한 내용이 흥미로움을 더해 주면서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니까. '픽스'라는 제목처럼 고칠 수 있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소설에서 잘못 지목된 범인은 파일을 지우고 고칠 수 있는 것처럼 실제의 세상에도 'Fix'할 수 있는 일들만 있기를 바래본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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