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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평점 :
호텔의 작은 방에 감금당한 몰락한 러시아 귀족의 이야기로 인상깊은 여운을 남긴 에이모 토울스의 두번째 소설이자 그가 쓴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원제는 ‘Rules of Civility’로 우리말로는 ‘품위의 규칙’ 정도가 되려나. 번역본의 제목과는 사뭇 다른 느낌인데 소설을 다 읽은 내 느낌에는 원제가 훨씬 잘 어울린다. 연인이라는 말 앞에 붙은 우아한 이라는 형용사는 소설의 느낌과는 영 안어울리는 느낌이다.
소설은 1937년 끝자락에서부터 1938년 미국 대공황이 끝나갈 무렵, 재즈가 유행하던 뉴욕을 배경으로 그 시대의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욕의 어느 사진 전시회에서 발견한 지난 젊은날의 한 때를 같이 했던 이의 사진을 발견한 중년부인 케이티 콘텐트의 회상에서부터 사직된다. 이야기는 케이티의 시점을 이어가며 사진속 회상의 주인공인 팅커 그레이를 비롯한 1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담고있다. 허름한 빌라에 살던 케이티와 이브는 자주 가던 술집에서 우연히 그곳과 어울리지 않은 세련된 차림의 팅커 그레이와의 만남으로 세 사람의 운명이 달라질 이야기가 이어진다.
많은 평론가들이 팅커 그레이를 게츠비와 비교했다고 하는데 감히 나의 게츠비라고 할만큼 나는 게츠비라는 캐릭터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솔직히 팅커 그레이에게서 게츠비의 모습은 볼 수 없다는게 내 느낌이다. 게츠비에게는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만 팅커에게는 그런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고 그래 제목대로 '우아한'이라는 형용사가 더 어울린다. 아니 우아하려고 노력한 팅커 그레이가 되려나. 게츠비나 팅커나 상류 사회로의 신분 상승을 꿈꾸고 사랑하는 여자가 있지만 게츠비의 현신이라고 할만큼은 아니다. 지극히 사랑을 위해 분투한 게츠비에 비해 이 소설은 사랑이 주된 이야기라기 보다는 불온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 관한 드라마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는 동안 거리도 시간도 나에게는 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소설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사는 인물들을 통해 1938년의 뉴욕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부유하게 태어났지만 점점 기울어진 집안형편 때문에 어떻게든 다시 상류 사회로 올라가려는 팅커 그레이에게서 심각한 빈부의 격차와 소득 불균형의 대공황의 사회적 분위기와 사교계가 중요한 시대라는걸 볼 수 있고 어떻게든 그런 남자를 만나 같이 상승을 꿈꾸는 이브는 그 시대에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란 지극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유한 집안에서 명문대를 다니지만 목적없이 살아가며 케이티를 통해 재즈에 심취한 디키를 통해 재즈가 유행했던 그때의 예술과 음악의 분위기를, 안정적인 길을 갈 수 있었지만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참전을 위해 떠나는 월러스에게서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불온했던 시대의 사회상을,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능을 돈과 바꾸지 않으려는 행크 그레이에게서 피키소와 큐비즘을 비판하던 젊은 화가들과 예술에 대해 알 수 있다. 시대적 배경에 대한 분위기를 소설속 인물들을 통해 잘 투영되어 시대를 공감할 수는 없어도 느낌은 충분이 알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내내 이끌어가는 케이티는 조금 특별한 느낌이다. 그때의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나 활동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케이티는 마치 현대에 사는 여성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허름한 빌라에 살면서 자신만의 일을 찾으려 노력하고 사랑에 솔직했으며 남이 아닌 자신의 생각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무척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서인지 시대적 배경에 따른 불온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공감하기 힘든 시대적 분위기에 대한 느낌을 케이티에게서는 조금 환기되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달까. 그래서 시대적 공감에 대한 부제와 이질감 보다는 오롯히 이야기와 인물에 집중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시대적 분위기가 어떻든 젊은 세대의 고민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여전히 '청춘'이라는 이름은 '불안'이라는 단어와 동의어처럼 사용되니까.
<모스크바의 신사> 에서도 느꼈지만 우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다양하고 생생한 캐릭터와 작가만의 유머가 곳곳에 녹아있는 필체가 소설에 더욱 끌리게 하는 매력이라는걸 이번 소설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