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발, 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
타니 아키라, 신한균 지음 / 아우라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사기장의 사발이야기 - 사발 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

 

그렇게 낯설지 않은 이야기지만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것이 다완이다. 도자기 만드는 곳에서 10년 눈동냥 했으나 별반 차이 없어 보이는 것이 하나하나 이름이 달라 애 먹은 도자기가 다완이다. 말차가 아니고서는 자주 이용할 일도 없고 매일 눈으로만 봤지 구체적으로 파고들 생각을 못 했다. 이 책을 덮은 지금은 조금 눈이 뜨인 듯 하다.

 

사발, 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 신한균. 먼저 저자 이야기부터 하자. 신한균이 누군가? 2007년 작고하신 도예가 신정희 선생의 아들이다. 다큐멘터리 성공시대를 보면 도예가 신정희가 얼마나 고집있는 예술가인지 안다. 그 대가의 아들이 신한균이다. 올해 이미 '신의 그릇'이라는 임진왜란과 도자기의 관계를 풀어낸 소설의 작가요 도예 잡지와 언론에 도자기 관련글을 꾸준히 기고하는 글쟁이다.

 

물론 이 책은 신한균 혼자 만든 책이 아니다. 타니 아키라라는 일본의 도자기 전문가와 함께 만든 책이다. 자기 나라의 사발을 소개하고 서로 다른 나라의 그릇을 평가도 하면서 서로 주고받은 책이다.

 

도자기는 15-6 세기 즈음이면 요즘 말로 하이테크놀로지다. 쉽게 설명하면 이런거다. 그릇이나 도구를 만드는데 서너명이 달라붙어 서너달에 몇만개를 만들 방법이 있을까? 나무를 깎아서? 아님 쇠를 녹여서? 당시 기술로는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다. 도자기는 가능했다. 옛날 도공들을 하루 300개의 그릇을 찼다.  인부 서너명이 달라 붙으면 몇만개가 만들어지고 가마에 초벌을 하고 시유를 한 다음 재벌을 하면 몇 달이면 그 숫자만큼의 그릇이 나온다. 모양도 정교하고 미적 아름다움도 뛰어나다. 그러니 산업 스파이나 우수 인력에 대한 스카웃(?)(또는 납치) 제의가 없었겠는가? 이렇게 우수한 것이 우리의 도자기문화다.

 

내가 이 책이 맘에 들고 고맙기까지 했던 것은 깔끔한 편집이다. 사발 하나를 소개하면서 여유를 두고 2-3페이지를 할애했다. 그릇 이름을 적고 그 아래 큼직하게 찍은 사진을 올리고 아래에 상세한 설명을 달았다. 가독성이 좋고 학습하기도 편하다. 세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사진을 추가해서 글의 이해를 도왔다. 다완은 굽 모양에 따라 이름을 달리 하는 경우도 많이 굽 사진이 추가된 것이 많다.

 

일본의 차茶는 센리큐가 검소한 다도茶道 문화를 정립해 전환기를 맡게 된다. 화려함이 아닌 검약과 절제의 미에 꼭 맞아 떨어지는 찻 그릇이 이도다완이다. 투박하지만 손에 잡기 편하고 무게가 적당해서 차를 마시기 알맞은 찻그릇이 이도다완이다. 지금 봐도 그렇게 귀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나의 심미안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원래 미적 가치를 높이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 신한균이 밀고 나가는 "황도다완"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널리 보급될지는 조금 더 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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