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오따쓰 - 세상을 다시 창조하는 마을
앨런 와이즈먼 지음, 황대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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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비오따스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가자. 환경은 경제와 다르다. 경제는 갑에서 100원을 잃고 을에서 200을 벌었다면 수지맞는 장사다. +100원의 이익이 남는다. 그러나 환경은 해가 되는 100과 도움이 되는 200이 있다면 서로 셈셈이 해서 도움 +100이 아니다. 해가 되는 100은 도움이 되는 200에 상관없이 그대로 마이너스 누적이 된다. 그냥 환경에 해로울 뿐이다.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의 복수]를 읽으면 지구는 살아있는 유기체이고 현재 지구의 위기는 지구가 견디기 어려울(지구의 자정능력을 넘어서는) 정도라고 판단한다.

 

오늘 경남도민일보 기사다. 내가 살고 있는 창원시에서 새로 개발하는 신도시 3곳 중에 최적지 한 곳을 정해서 에너지 자급도시를 만든다고 한다. 한국전기 연구원과 마이크로 그리드 기술을 개발 보급하기로 하고 사업 수해을 위한 기술 정보와 연구시설, 장비의 공동 활용 등에 합의했다.

◇마이크로 그리드(Micro-Grid)란? = 가정용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등 소규모 발전시설로 생산한 전기를 기존 한전 전력망과 효율적으로 연결해 소비자에게 고품질 전기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분산형 전원시스템을 말한다.

얼마전에 본 기사는 밀양의 시골 마을 주민들이 마을 야산에 송전탑을 설치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한다. 한전에서는 전기수요가 늘어나서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콜롬비아는 남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처럼 정치 경제적으로 아주 혼란스러운 나라다. 반세기 이상 좌익 무장반군과 정부군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반군 무장세력이 국토 전체 면적의 40% 이상을 지배한다. 반군 점령하에 있는 영토에서 남미 최대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마약 생산지이고, 지역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20%에 정부와 무관하게 세금을 물린다.  돈이 된다면 서슴치 않는 납치가 산업 수준에 이른 나라다. 반군 뿐 아니라 지방 토호들과 주민들도 자치권 행사 차원에서 민병대를 조직하고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다툼 속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무고한 시민과 원주민, 그리고 농민들의 몫이다.

 

가비오따쓰. [인간 없는 세상]의 저자로, 미국 최고의 과학 저술상을 수상한 앨런 와이즈먼의이 저자다. 책 표지를 처음 접하면서 받은 이미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었다. 천공의 성 라퓨타 같은. 사람들은 가비오따쓰를 유토피아라고 부르는데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지만 그들은 가비오따쓰는 현실이므로 토피아라고 부른다. 그들은 가비오따쓰의 총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파올로 루가리, 정책적으로 가비오따쓰를 지원한 벨리싸리오 베땅꾸르 콜롬비아 대통령, 전제 기술적인 문제를 총괄하는 호르헤 썁과 그의 제자인 루이쓰 로블레쓰와 알론쏘 구띠에레쓰등, 그리고 호르헤 쌉과 가비오따쓰를 설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벤 제텔리우스와 가비오따쓰 공통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많은 주민들이다.

 

나무도 살기 힘든 척박한 땅을 개량하고 그에 맞는 수종을 찾아내 삼림을 만들고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동력을 발생시키기 위해 태양열과 풍력같은 대체 에너지만 이용한다. 콜롬비아 유수 공과대학과 연계하여 가비오따쓰형 풍력 발전기, 슬립브 펌프, 태양열 냉장고, 태양열 주방 등과 같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많은 대안기술 발명품을 만든다. 지속가능한 생태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가비오따쓰의 특징은 이런 기술적인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주민들이 행복해지고 자연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념도 없다. 치안을 유지할 경찰도 없고 잘잘못을 가릴 법원도 없다. 그들의 발전은 산업의 발달이나 물질적 풍요가 아니다.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그게 발전이다. 양의 문제가 아니고 질의 문제다. 조금 더 자연에 대해 겸손해져야하는 문제고.

 

총과 코카인으로 멍든 콜롬비아 동부 초원지대를 세상의 낙원으로 만든 것은 자연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을 체험하고도 마치 수십년간의 목격담을 들려주듯 하는 앨런 와이즈먼의 글솜씨는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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