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 SF 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
최의택 지음 / 교양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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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SF 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라는 책의 부제가 말해주는 것처럼 장애를 '경험'하며 살아 온 작가가 소수자 그리고 경계인으로서의 삶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작가 특유의 가볍고 경쾌한 필치로 때로는 시니컬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질서와 혼돈으로 얼룩져 있는 세계에서 상실의 아픔을 안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으로 정의한다면, 동시대에 삶을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서 작가는 자신의 체험적 삶이 담긴 글로서 우리에게 많은 용기와 위안, 희망을 준다.

 

 

김원영 작가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으며 했던 '삶은 사진 보다는 그림에 가깝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최의택 작가의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떠올렸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현재에 맞서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구상을 청사진이라 말한다. 하지만 미래를 그리는 행위는 특정 시점의 순간을 박제하는 사진 보다 그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사진이 순간의 단면을 정확히 스크랩한다면, 그림은 대상을 관찰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대상의 입체적 모습을 화폭에 담는다. 세월의 궤적을 담아 여러 번 덧칠된 그림의 선들은 사진 보다 불분명해 보일 수는 있어도 그 시간의 농축성을 기반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모습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의택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가장 공감이 되었던 건 "엉뚱하고 허튼소리를 잘 하는 나의 이야기를 통해, 그저 분류로서만 존재하는 당신의 당신의 이름을 찾을 수 있기를, 진짜 당신을 찾을 수 있기를, 따옴표를 벗어 던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독자들에게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세상의 흐름에 떠밀려가면서도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비록 불완전한 궤적일지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아닐까? 우리는 상실과 결핍, 몰이해라는 인간의 한계와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계 속에서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한 조각의 진실과 삶의 의미를 구하려 애쓰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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