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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럽 -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
조성관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6월
평점 :
여행을 좋아하는 나지만 한동안 여행서적을 외면한 채 지내왔다. 아직 어린 딸아이를 키우며 맞벌이를 하고 있는 우리 부부의 상황을 고려하면 결혼 전이나 신혼때와 같은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였다. 하지만 최근 물리적으로 해외여행 자체가 불가능한 코로나 사태를 겪고 보니, 그 동안 내가 여행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선택을 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여러 가지 현실적 핑계로 인해 그렇게 좋아하던 여행을 삶으로부터 밀어내며 살아왔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정해진 형식이나 방법이 없는 것이기에 어쩌면 각자의 사정과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여행을 즐기는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던 찰나에 본 도서 <언젠가 유럽>을 만나게 된 건 우연에서 비롯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다음 모임 도서 중의 하나로 이 책이 거론되었던 것이다. 독서모임에서 책을 선정하는 방식은 회원들 각각이 자신이 추천하는 도서와 선정 이유에 대해서 1분 정도 홍보의 시간을 갖고 표결에 부치는 것이다. 이 책이 내가 아닌 다른 회원에 의해서 후보로 나왔을 때, 그리고 마침내 다음 모임의 도서로 최종 선정되었을 때, 나는 내가 추천한 도서도 아닌데 약간의 떨림과 흥분을 느꼈다.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조성관 작가의 <언젠가 유럽>
책을 읽으며 묘한 설레임과 흥분을 느꼈다. 저자가 서문에서 제시한 느린 방식의 ‘개인주의’ 여행방식에 많이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 여행서적을 찾게 된 내 생각과 어떻게 이렇게 일치할 수가 있을까? 아이가 태어나 육아를 하게 되면서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됐던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해외여행이었다. 짧은 국내 여행은 아이를 동반하고 갔던 적이 있었는데, 비행기를 타고도 장거리로 움직여야 하는 해외 여행은 아이를 위한 짐의 무게와 도착해서도 호텔 밖의 공기를 맡아볼 수 없으리란 생각에 체념하고 지레 포기해야 했었다. <언젠가 유럽>의 책 겉표지에 적혀 있는 “우리는 언제나 떠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보며 왠지 울컥했고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저자의 여행기와 제시하는 여행 방식에 대해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언젠가 유럽>은 도시와 공간,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런던, 파리, 프라하, 빈, 베를린, 라이프치히’ 라는 6개의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를 소개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도시들을 다 가본 곳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며 가본 곳은 가본 곳 대로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떠올랐고, 가보지 못한 곳은 가보지 못한 미지의 도시에 대한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물리적 공간을 여행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 이렇게 책을 통해 추억을 곱씹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도 하나의 훌룡한 여행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마스크, 집콕, 재택근무에 둘러쌓여 여름휴가 시즌이지만 제대로 된 휴가를 보내고 있지 못하는 대부분의 여행 애호가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우리 가족은 우리 가족만의 여행방식을 찾을 수 있을까? <언젠가 유럽>을 보며 나만의, 우리 가족만의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여행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우리 가족이 그동안 여행을 지레 포기했던 건 어쩌면 여건이 안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와 맞는 방식의 여행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언젠가 우리 가족이 다시 유럽으로 떠나게 되는 날이 오면 우리 가족만의 색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가 될 그 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