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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이력서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오영욱 그림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하늘도 만들고, 땅도 만들고, 짐승도 만들고, 마지막으로 사람까지 만드신 하느님이 이젠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영원한 백수로 남게 된 하느님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실직의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원서를 낸 대기업에서 면접을 보러오라는 말에 하느님은 새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게 되고 7일간 면접을 보게 된다. 7일간의 면접 속에 인사부장이 내민 질문들은 가끔 하느님을 곤란하게 하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이 7일간의 면접을 끝내고 합격여부를 기다리던 하느님은 불합격 소식을 듣게 된다. 이유는 너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瞞튼?전과기록과 경제에 무지한 것이 불합격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불합격 통보를 받고 하느님은 다른 일을 계획하신다는 내용이다. 이것이 하느님의 이력서의 대강의 줄거리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인사부장과 하느님의 대화는 우리들이 하느님께 물어보고 싶은 질문인 거 같다. 왜 지진이 일어나는지, 왜 굳이 인종을 구분하셨는지, 소위 천재라 불리는 이들이 어째서 단명을 하는건지 등등 이 책에서 묻고 있는 질문들을 보면 그런 질문에 정말 이 책에서 제시하는 대답과는 달리 하느님이 어떤 대답을 하실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또한 하느님은 밤하늘에 별을 만드셨지만 인간은 그 별을 보기보다는 TV시청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과 화를 내고, 두발로 걸을 수 있는 인간들을 위해 개암나무를 심고, 걸으면서 그 향기를 맡길 바랬지만 오히려 자동차를 만들어 더 빨리 가려는 모습에 실망하는 모습, 자신을 대신하는 교황에게 완벽함을 부여했지만 오히려 하느님의 생각과 달리 움직이는 교황의 모습을 한탄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인간에 대해 실망하신 하느님은 좀 더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면 인간을 만들지 않았을 거라는 말을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유쾌하지만 그 속에 우리 인간들에게 일침을 놓는 그러한 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 대기업에 하느님이 원서를 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 생각이지만 아마 면접을 보러오라는 말 대신 서류전형에서 떨어졌을 것 같다. 이유는 전과기록이라는 것 때문에 다른 모든 면을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최상과 최악이 모두 가능한 하느님이기에 대기업 입사가 더 힘든건지도 모른다. 오히려 하느님을 입사시킴으로 인해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느님을 밀착경호를 담당하는 수호천사의 일지에 이러한 말이 있다.
“대기업 본사의 경비원이 하느님이 여자처럼 원피스를 입었으며, 수염을 너무 길게 길렀다는 이유로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p13
“하느님은 사제들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사제들은 라틴어로 하느님이 민간인 복장으로 돌아다닌다며 비난했다.” -p59
이 글을 보고 있으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보면 “세상을 창조할 때, 바다를 완성하기도 전에 물고기를 먼저 만들었다. 그래서 결국 만들어놓은 물고기를 모두 버려야 했던 기억이 난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성경에 보면 셋째날 하나님이 바다를 만드셨고 물고기는 다섯째날 만드신 것으로 되어 있다. 나는 왜 이런 설정을 작가가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하느님이나 부처님, 여호와, 알라 등등은 모두 동일한 신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것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크리스챤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은 유일신이다. 모든 신이 그저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것이라 보는 것은 다원주의 사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가의 사상이 들어간 작품인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읽을때마다 또 다른 관점을 가지고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