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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아키텍처 - 석기 시대에서 양자 시대까지를 꿰뚫는 컴퓨터 역사
찰스 폭스 지음, 류광 옮김 / 제이펍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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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같이 컴퓨터를 사용하며 코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처리하지만, 정작 이 차가운 금속 상자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마법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화면에 글자가 나타나고 복잡한 연산이 순식간에 끝나는 과정 뒤에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춤추는 정교한 논리 세계가 존재합니다. 이번에 리뷰할 찰스 폭스(Charles Fox)의 [컴퓨터 아키텍처]는 바로 그 '마법'의 껍질을 벗겨내는 책입니다. 시중의 많은 전공 서적들이 추상적인 이론에서 출발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가장 기초적인 역사적 개념에서 시작해 현대의 초고성능 아키텍처로 나아가는, 마치 인류가 컴퓨터를 발명해 온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한 여정을 제안합니다.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면 1부에서는 역사적인 기계 장치와 데이터 표현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스위치와 디지털 논리 회로를 조립하며 단순한 기계가 어떻게 '연산'을 할 수 있는지 증명해 나갑니다. 그리고 3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우리가 흔히 접하는 데스크톱, 임베디드, 그리고 미래의 병렬 아키텍처를 다룹니다. 즉,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방식(Top-down)이 아니라, 밑바닥의 스위치 하나에서 시작해 거대한 시스템을 쌓아 올리는(Bottom-up) 방식을 취하고 있어, 독자는 각 부품이 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필연적인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특히 컴퓨터공학 전공자에게 있어 이러한 컴퓨터 아키텍처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코더(Coder)를 넘어 진정한 엔지니어(Engineer)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관문입니다. 고급 언어의 편리한 추상화 뒤에 숨겨진 하드웨어의 작동 원리를 파악해야만, 우리는 비로소 시스템의 한계를 예측하고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돌아가는' 코드를 만드는 것을 넘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예측 불가능한 버그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며 미래의 기술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힘은 바로 이 밑바닥의 아키텍처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에서 나옵니다.


마지막으로는 미래의 아키텍처를 다룹니다. Chapter 16에 이르러 저자는 실리콘 기반 컴퓨팅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하기 위한 미래 기술들을 조망합니다. 전자의 이동 속도와 발열이라는 물리적 장벽 앞에서, 공학자들은 전혀 다른 재료와 원리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 연산하는 광학 아키텍처, 생명의 코드를 데이터 저장소로 활용하는 DNA 아키텍처, 그리고 0과 1의 중첩 상태를 이용해 확률적 계산의 혁명을 예고하는 양자 아키텍처가 그 후보들입니다. 이는 단순한 공상과학이 아니라, 이미 실험실에서 증명되고 있는 차세대 컴퓨팅의 청사진들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만들려는 미래의 칩이 인간의 뇌와 놀랍도록 닮아간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신경 아키텍처(Neural Architecture)를 설명하며 대뇌 피질의 구조를 반도체 칩 설계와 직접적으로 비교합니다. 



책에 실린 그림은 3차원 주름 투성이인 인간의 뇌를 평평하게 펼쳤을 때(우측), 그것이 마치 2차원 평면 위에 독립적인 모듈(브로드만 영역 등)들이 배치된 실리콘 칩(Wafer)과 유사한 형태가 됨을 보여줍니다. 시각, 청각, 계획 수립 등 기능별로 분화된 뇌의 영역들이 층(Layer)과 기둥(Column) 구조로 연결되어 효율적인 연산을 수행하듯, 미래의 컴퓨터 역시 이러한 생체 모방적 설계를 통해 현재의 폰 노이만 병목 현상을 극복할 것임을 시사합니다. 결국 컴퓨터 아키텍처의 미래는 가장 기계적인 것에서 출발해 가장 생물학적인 것으로 회귀하는, 위대한 융합의 여정이 될 것입니다.



결론: 저 역시 대학 시절 '컴퓨터 구조' 과목을 수강했지만, 당시의 배움은 AND, OR 게이트가 만드는 디지털 논리와 80년대 프로세서의 동작 원리를 이해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2024년에 출간된 이 책(원서기준, 번역서 2025.11)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진공관 시대의 고전적인 지식부터 시작하여,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최신 프로세서의 설계 철학, 더 나아가 스펙터(Spectre) 같은 현대 하드웨어 보안의 취약점 사례들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양자 컴퓨터와 신경 아키텍처 같은 미래의 청사진까지 제시하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거대한 기술적 맥락을 파악하게 도와줍니다.

이러한 포괄적인 접근 방식 덕분에, 이 책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탄탄한 기초를 다져주는 교과서가, 현업에 종사하는 개발자와 엔지니어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원리를 상기시키고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게 돕는 훌륭한 실무 지침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코드를 작성하다 문득 하드웨어의 깊은 곳이 궁금해질 때, 혹은 시스템의 성능 최적화 문제로 고민할 때, 책장에 꽂힌 이 책은 언제든 펼쳐볼 수 있는 믿음직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단순한 지식의 전달을 넘어, '컴퓨터'라는 도구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지배하고 싶은 모든 실무자와 학생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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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비밀을 지키는 과학 - 고전 암호부터 양자 암호까지, 일상의 보안을 지키는 핵심 원리
파노스 루리다스 지음, 안동현 옮김 / 프리렉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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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을 하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규칙'과 마주합니다. '비밀번호는 해시해서 저장할 것', 'API 통신은 HTTPS를 사용할 것' 등. 우리는 당연하게 이 규칙들을 따르지만, 문득 이런 질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대체 왜 안전한 거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명쾌하게 답해주는 책, 파노스 루리다스의 <암호, 비밀을 지키는 과학>을 읽었습니다. 원서는 MIT Press Essential Knowledge 시리즈의 Cryptography입니다. 해당 시리즈답게, 얇은 두께에 암호학의 핵심 정수만을 응축해 놓은 책입니다. 국내에서는 프리렉 출판사가 번역출간하였으며 멋진 표지로 재탄생했습니다.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체계적인 구성입니다. 목차를 보면 저자가 독자들을 얼마나 세심하게 이끌어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고전 암호 (Classical Cryptography): 암호학의 새벽을 연 카이사르 암호와 같은 고대의 방법들을 소개하며 기본 원리를 다집니다.


대칭 암호 (Symmetric Cryptography): 현대 암호의 근간이 되는 대칭키 암호, 특히 오늘날 표준으로 사용되는 AES를 중심으로 빠르고 효율적인 암호화의 세계를 탐험합니다.


키 교환과 공개키 암호 (Key Exchange and Public Key Cryptography): '키를 어떻게 안전하게 전달할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공개키 암호의 혁명을 다룹니다.


프로토콜과 응용 (Protocols and Applications): 암호 기술이 실제 인터넷 뱅킹, 이메일, 메신저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그 밖의 다양한 암호 (A Saucerful of Secrets): 타원 곡선 암호, 양자컴퓨터의 위협과 이에 맞서는 새로운 암호 기술(양자내성암호) 등 미래의 과제를 조명합니다.


끝내며 (Epilogue): 암호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사회적 신뢰와 인프라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되새기며 마무리합니다.


암호학은 단순히 비밀을 숨기는 기술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 전체의 '신뢰'를 구축하는 핵심 인프라임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디지털 서명이 계약의 신뢰를 보증하고, 암호화된 통신이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처럼 말이죠.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순간입니다.


<암호, 비밀을 지키는 과학>은 암호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입문자, IT 분야에 종사하지만 암호의 원리를 제대로 알고 싶었던 개발자,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교양을 쌓고 싶은 모든 이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 얇지만 단단한 책 한 권으로 비밀과 신뢰의 세계를 탐험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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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 프로그래밍 공식 가이드 - 러스타시안 커뮤니티가 직접 만든 RUST 2021 공식 가이드북, 제2판
스티브 클라브닉.캐럴 니컬스 지음, 권지용 옮김 / 제이펍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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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백악관 국가사이버책임자실(ONCD)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C와 C++와 같은 취약한 프로그래밍 언어의 사용을 중단하고, 대신 메모리 안전 프로그래밍 언어(memory-safe programming languages )를 사용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실제로 C/C++ 언어는 언어 설계적으로 해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레거시 코드 문제로 인해 아직까지 실무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참고로 2022년 11월에 미국 NSA는 메모리 안전성을 고려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러스트와 함께 C#, 고, 자바, 루비, 스위프트를 권장한 바 있다. 


러스트는 속도(성능)과 안전성을 모두 고려한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또한 빠르고 신뢰성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로, 낮은 수준의 세부 사항을 제어할 수 있는 동시에 높은 수준의 사용 편의성을 제공한다. 실제로 많은 오픈소스 도구들이 러스트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리눅스 커널 개발에도 러스트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이미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 개발자라면 이 책을 통해 러스트만의 특징만 빠르게 따라잡으면 러스트 개발자가 될 수 있다(만약 프로그래밍 자체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면 배경 지식을 조금 더 다룬 다른 책과 함께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은 2019년 스티브 클라브닉이 출간한 1판 책이 절판되고, 2판으로 개정한 것이다. 노스타치 출판의 영어 원서와 동일한 내용을 원작자의 동의하에 번역 출간한 것으로 러스트의 공식 입문서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기본적인 함수 생성부터 시작하여 데이터 타입 선택, 변수 바인딩, 소유권과 빌림, 수명, 제네릭, 트레잇 및 트레잇 객체와 같은 더 고급 개념에 이르기까지 Rust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하여 강력하고 확장 가능한 프로그램을 생성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저자인 Klabnik과 Nichols는 Rust Core Team 출신으로, 이 책에서 그들의 지식을 공유하여 독자들이 Rust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메모리 안전성과 동시성을 중시하는 개발자라면 이 책에서 Rust의 뛰어난 특성을 발견하고,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하여 더 빠르고 안정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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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빠르게 익히는 실전 LLM - ChatGPT 활용부터 LLM 파인튜닝, 임베딩, 고급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까지 I LLM FAQ, AI/ML 용어 해설집 수록
시난 오즈데미르 지음, 신병훈 옮김 / 한빛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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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강의를 했었던 Sinan Ozdemir 가  Quick Start Guide to LLMs 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이 2023년 9월에 출시되었는데, 불과 4개월만에 한국어판 번역서가 출시되었다. 역시 한빛미디어다. IT기술 트렌드에 빠르게 발맞추어 관련 서적들을 출시하고 있다. 한국어판 제목은 쉽고 빠르게 익히는 실전 LLM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분야에 있어서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s, LLMs)의 이해와 활용에 초점을 맞춘 입문서이다. 이 책은 LLM의 개념부터 시작하여, 세맨틱 검색,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맞춤형 파인 튜닝, 임베딩과 모델 아키텍처의 사용자화, 그리고 심화된 LLM 사용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각 장은 실제 사례 연구와 함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제시하여,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실제 응용 능력도 함께 키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LLM을 활용한 응용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서 기초부터 심화까지 단계별로 배울 수 있어, LLM에 관심 있는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폭넓은 독자층에게 유용한 지침서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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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을 위한 알고리즘 with 수학 - 알고리즘 문제 해결에 꼭 필요한 수학적 지식과 사고력 위키북스 프로그래밍 & 프랙티스 시리즈 33
요네다 마사타카 지음, 윤인성 옮김 / 위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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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다 마사타카의 "「アルゴリズム×数学」が基礎からしっかり身につく本"은 알고리즘과 수학의 깊은 관계를 탐구하며, 이 두 분야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알고리즘의 기본 개념을 소개하고, 수학이 왜 알고리즘 설계와 성능 평가에 중요한지를 논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알고리즘 문제 해결에 필수적인 수학적 사고력을 구축하도록 안내한다. 다양한 문제를 풀기 위한 알고리즘의 설계부터 개선까지의 과정을 통해, 이론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알고리즘과 수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다양한 수학적 개념과 알고리즘 전략을 소개하며,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방법을 다룬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예제와 연습 문제를 통해 학습한 내용을 직접 적용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며, 알고리즘과 수학이 실생활 문제 해결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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