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입술 - 우리를 살게 하는 맛의 기억 사전
윤대녕 지음 / 마음산책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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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에 한때 윤대녕 작가를 무척 좋아했다.

< 은어낚시 통신 > 에서 시작된 작가에 대한 애정이 어디에서 끝이 났는지

지금은 기억이 희미하다.

< 미란 >이 마지막이었던 것도 같다.

아니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을 뿐 < 미란 > 이후에도 작가의 책들을 꽤 샀던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순간 더 이상 작가의 책을 사지 않게 되었다.

간혹 새 책 출간 소식을 들어도 읽고 싶다는 생각 정도로 그치고 말았다.

그래도 ​먼지와 함께 서가 한 구석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작가의 책들을 볼 때면 기분은 좋다.


< 칼과 입술 > 을 한 달 넘게 걸려 읽었다.

이 책은 < 어머니의 수저 > 라는 제목으로 2006년에 출간되었던 책을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새 책으로 낸 것이다.

 < 어머니의 수저 > 를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절판되어 아쉬웠는데 

새 책이 나온 것을 알고 반갑게 사서 읽었다.

부제는 '우리를 살게 하는 맛의 기억 사전'이다.

차례는 '처음의 맛, 묵힌 맛, 살아 있는 맛, 오랜 풍경의 맛, 물고기의 맛, 장소의 맛, 시간의 맛, 함께의 맛, 마시는 맛, 끝의 맛'으로

되어 있고 각 맛 아래 소제목의 글들이 실려 있다.


'오랜 풍경의 맛'에 장아찌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장아찌 맛을 금강경의 유명한 말씀

'응무소주 이생기심 - 마땅히 머문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와 견주면서

20대 중반에 공주의 한 절에서 일 년 동안 지낸 일화를 이야기하는데 영화의 한 장면같기도

하면서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마지막 장 '어머니와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은 돌아가신 시어머니 생각이 나서 코 끝이 찡해졌다.

다행스럽게도 친정 부모님은 아직 살아 계신다.

'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이 땅의 아름다운 풍경과 더 많은 긍휼한 음식들이

어머니의 여생과 편안히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처럼

부모님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

그래서일까?

 나는  < 칼과 입술 > 보다는 초간본 < 어머니의 수저 > 라는 책 제목이 더 마음에 끌린다.


살짝 살짝 지루하게 읽히는 맛 이야기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좋아하던 작가의 산문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어릴 적에 아버지 생일이 되면 어머니께서 쑥을 캐서 해 주시던 그 쑥떡 맛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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