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년 정도 어린이책만 읽었다. 그러다 보니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같은 것이 남았다. 길을 걷다가 문득 '윤대녕'이 떠올랐다. 아울러 '윤대녕'을 좋아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던 한 친구의 얼굴과 함께. '우리는 자신에게조차 낯선 존재인 동시에 엉뚱한 타인과 동일한 존재이기도 하다'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아 <미란>을 샀다.어쩌면 추리소설같기도 하고 연애소설같기도 한 것이 몽롱한 분위기와 권태로움이 뒤섞인 그런 소설이었다. 장모의 자살 이유와 아내에게 그 여자의 이름이 미란이었다는 것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나의 내면 묘사가 치밀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어쨌든 끝까지 소설을 읽게 하는 힘이 있었다.그 힘이 뭘까 나름대로 생각해 보니 소설은 역시 문체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평소의 내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확인시켜 주었다. 흔한 이야기도 흔하지 않게 이끌어나가는 힘.그것이 바로 문체의 힘이 아닐까? 윤대녕만의 맛! 그런 맛이 느껴진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