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얘기를 중단시키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건 벽에 대고 지껄이는 거나 진배없다. 그는 내가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는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거기에 있다. - P141

이미 판이 벌어진 뒤에 들어왔다가 남들이 어떻게 될지를 알지 못한 채 판을 떠나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우리는 바로 그 인생처럼 연극을 경험한 셈이다. 혹시 우리는 그런 특권을 누린 자의 풋풋함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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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은 이런 곳이지.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고픈 글이다.

이토록 어둡고 서늘한 곳이 세상에 존재한다니, 그리고 여기에서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몰두하듯 어떤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니, 꼴깍 침을 삼키다가도 한바탕 자지러지듯 웃을 수 있다니, 공간 전체가 두 팔 벌려 나를 환대해주는 듯했다. 그때 영화관은 내게 어떤 가능성의 공간이었던 셈이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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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레츠 부인이 죽고 난 후 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메말라 버렸다. 앞으로는 언제나 그럴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에는 따뜻한 동요, 예전만큼이나 분주한 애정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 P83

"알 수도 없고, 물어서도 안 된다…"
연필을 입에 문 채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이디스는 한 줄기 서늘한 만족감을 느끼며 마지막 줄을 적어 넣었다. "내 앞에 그리고 너의 앞에 어떤 운명이 가로놓여 있는지를…"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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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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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계절의 변화, 일몰과 일출, 사랑에 빠지는 경험 등 우리 삶에 가장 큰 전율을 안겨주는 일들 앞에서 무력하다. 이런 일들을 통해 살아 있다는 사실의 막대함을 맛보고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이를 어떻게 찬미하지 않을 수가 있나?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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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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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 에세이는 너무나 아름답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일상을 온세계/우주와 연결시키고 있다. 서양과 동양, 과거와 현재, 역사와 미래, 일상과 문화. 저자는 기적이란 단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겠지만, 기적과 신비를 (사랑으로) 섬세하고도 아름답게 빚어내고 있다. 이런 글이라면 (웬만한 문화사 책보다) 가까이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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