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한 얼굴로 잠이 들지만 화창한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 일처럼. 오직 화창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외감이 느껴지는 날도 있고, 오직 화창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함이 생기는 날도 있는 것처럼. 돌아보면, 잘지나왔구나 싶어 조금 기쁘기도 하다. 이런 유의 덧없는 기쁨이 누군가의 뒷모습에 잘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ㅡ책머리에 - P9
우리를 피로하게 만드는 온갖 국면들에 대해서도. 오직 몸만이 피로한 여행지에서의 달콤한 걷기에 대해서도. - P49
시는 그러므로 차분한 것 같지만 실은 시끄럽고 무섭다. 입을 봉인한 채 몸으로 지르는 비명이라서 침묵이나 적요에 가깝다 느껴질 뿐, 시는 열렬하고 아프다. - P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