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더라
아마도이자람밴드 앨범을 들었을 때였을까
창극 <패왕별희>에서 이름을 확인했을 때였을까

그의 공연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확실히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와
창작 판소리 <이방인의 노래> 한 대목을 해줬을 때였다

그땐 공연장이 너무 멀어 못 가고
<아무튼 무대>를 읽고 나서야
(저자가 이자람 공연 보러 가는 에피소드가 있다)
바로 공연을 예매뒀는데
그의 첫 책이 먼저 내게 도착했다

내 과거가 책을 읽는다
내 현재가 아닌 과거가, 경험의 축적이
그의 문장이 나를 꾹꾹 찔러댄다

반칙이다
이자람이 글도 잘 쓰는 건.

일상은 지루함과 고독함과 외로움과 소외 사이에 안배된 생활의 영위를 위한 노동이다. 열심히 빨래하고 설거지하며 일상을 유지하다가도 어느 날은 그게 미치도록 공허한 것이다. 다 필요 없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아무것도 원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원인을 찾아도 모르겠을 때는 정말 난감하다. 더욱더 침잠하게 된다.

다른 이들은 이런 순간을 어떻게 버티는지 늘 궁금하다. - P25

나다운 나를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의 지점부터 그 여정은 참 혼란스럽다. 습관적으로 친절하려는 순간에, 그것을 발견해내고 원하는 언어로 치환해내는 순발력과 강단이 필요하다. 굳이 왜 내가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가 싶을 때면 잠시 멈추는 노력도 하고 있다. - P41

뒤늦게 알았다. 내 몸을 아끼는 것은 나 자신의 의무일 뿐 다른 누가 챙겨주는 영역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몸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 내게 말을 하고 있고 그것을 듣고 행동해야 할 주체는 나뿐이다.

이제는 나의 한계치와 소멸점을 예민하게 감각한다. 우리 모두는 한계가 있는 몸을 가지고 있다. 한계를 한계로 만들 것인지 새로운 가능성의 출구로 인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 P82

몸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몸과 마음을 해치면서까지 자신에게 무언가를 시키고 있다면 단단히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어리석은 욕망에 사로잡힌 것이거나, 그릇이 허용치 않는 야망을 넘보는 중일 것이다. 그러느라 바빠서 자신의 몸이 보내고 있는 신호를 못 본 척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둔해지면 점차 남에게도 둔해진다. 둔해지다보면 서서히 잃게 된다. 소중한 것들을.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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