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외우는 시 한 편
귀향歸鄕/ 최 태 준
여름내 비어 있던
허름한 연립주택 반지하
그 창틀 사이에
거미란 놈이 집을 지어 살고 있다
녀석에게는
사람 손 타지 않는 이 자리가
명당이라 생각 되었나 보다
거미집을 걷어내려다
문득
사람에게나 거미에게나
세월에 파 먹혀
생채기 난 고단한 몸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는 일이나
새집을 마련하는 일 모두가
힘들 것이란 생각에
그냥 돌아서고 만다
빗물에 젖어든 가을이
온몸을 감싸들 때면
여름내 지리했던 더위에
마음 여물듯
거미에게도 가을은
성숙함으로 찾아와
자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갈 것이기에――
최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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