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의 말 -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25가지
한혜경 지음 / 싱긋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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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란 무엇일까? 은퇴의 사전적 정의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다.
기존의 것들을 정리하고 조금은 여유롭게 지낸다는 말일까.

 

'은퇴의 말'은 책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를 개정한 책이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만나 심층적으로 인터뷰했던 은퇴자들의 말이 담겨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의 후회 목록과 함께 이들이 전하는 은퇴 순간의 진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 저자가 은퇴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라고 한다. 그 속에는 진한 후회가 자리해있고, 자책과 성찰 그리고 희망이 깔려있다.

 

마냥 멀게만 느껴지는 '은퇴'란 말. 저자는 100세 시대의 도래를 강조한다.
은퇴는 본디 긍정적인 뉘앙스가 강한 말이었다. 수십 년간의 직장 생활과 사회 생활을 마치고 노후를, 노년을 알차고 행복하게 보낸다는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그때는 100세 시대가 도래하기 전이었다. 평균 수명이 60~70대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은퇴를 한다해도 남은 생이 그렇게까지 길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정년 퇴직이 무색해졌고, 은퇴를 해도 앞으로의 삶이 길고 무겁게 느껴진다.

 

책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단어는 주로 돈, 놀이, 공간, 희생, 일, 행복, 후회같은 말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후회'란 단어가 참 많이 나오는데 사례를 보고 있자면 삶에는 후회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다. 후회는 인간이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이자 삶의 지옥이라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후회를 하고 후회없는 삶을 살기란 하늘의 별따기지만, 미래 은퇴자들을 향한 선배 은퇴자들의 진심이 담긴 책은 또하나의 길잡이가 된다. 돈도, 가정도 모두 너무나 중요하지만 은퇴자들은 특히 나라는 사람을 잊고 산 것, 취미 생활과 여행을 하지 못한 것 등 소소한 삶의 행복을 놓친 것을 가장 후회한다. 은퇴라는 이야기가 멀게만 보여도 항상 머리와 마음에 새겨놓으면 좋을만한 삶의 지혜와 깨우침이 있는 그런 책이니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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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수문장
권문현 지음 / 싱긋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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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전설의 수문장' 은 더우나 추우나 밤낮없이 호텔 앞과 뒤를 지켜온

그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러모로 참 잘 어울리는 수식어다.

이 책은 그가 그동안 호텔에서 일하며 배우고 느꼈던 것들을

써내려간 짧은 글들을 엮은 에세이다.

시대가 바뀌고 호텔이 발전하는 그 오랜 기간 동안 늘 그 자리에서

수많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배웅했던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일기장이다.

 

사람들이 지은이 권문현을 보며 놀라워하고 감동받는 이유는

단지 그가 350개까지 차량번호와 이름, 직함을 외워서도,

고객이 택시 영수증을 받고 내리는 시간까지 계산하고 차문을 열어서도,

진상 고객보단 애정 고객이란 단어가 좋다며

어떤 일이 생겨도 진심어린 대화로 풀어나가서만도 아니다.

한 가지 일을 44년간 해온 그의 열정에 대한 경외심이 가장 클 것이다.

 

한 곳에서 3년 이상 일하기도 어려운 시대가 왔다.

유튜버라는 부캐를 만들어 부수입을 얻고,

남는 시간에 투잡을 뛰고, 프리랜서로 여러 일을 하는 게

그리 특별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런 시대에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44년간의 호텔 일대기는

조금 다른 울림을 준다.

 

솔직담백하게 써내려간 일기 형식의 글들.

이런 일도 있었구나하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글들.

마치 어린시절로 돌아가 둘러앉은 아이들 틈에서

누군가가 해주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기분.

이토록 흐뭇하고 재밌는 라떼 이야기가 또 있을까?

 

방송이나 다른 매체에서 저자를 먼저 접했다면

이 책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가 했던 말들이 더 잘 이해될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책을 읽고 인터뷰를 찾아본 케이스다.

유퀴즈 영상이나 인터뷰 기사에서 다시 본 저자는

왠지 모르게 반갑고 친근했다. 실제로 만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배울 점이 많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진상 고객‘이라는 단어보다 ‘애정 고객‘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애정이 있어야만 지적도 한다. 애정 고객은 또 찾아올 고객이다. 관계라는 것은 투명해질 때 더 견고해지는 것 같다.
명함을 받고 당신과 내가 잠시라도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는 순간,
관계가 한 겹 더 두터워지고 단단해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 P57

내 이름에는 ‘문文‘자가 들어 있는데, 항상 문門 앞을 지키고,
고객들에게 묻고問, 고객들의 말을 듣는聞 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지 싶다. - P74

어쩌다 40년 넘게 일했고
어쩌다 아직도 출근하고 있다.
어쩌다 호텔에 들어와
이렇게 맞이하고 배웅하며
고객들 틈에서
오늘도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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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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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1세기 농촌

21세기 '토지'를 읽는 듯했다. 배경은 안녕시 육경면 역경리. 바람 잘 날 없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 여느 곳처럼 그 안에서 생겨나는 갈등, 화해 그리고 소통. 21세기 농촌의 모습을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지만, 그 시선에는 온기가 가득하다. 부정부패나 조류독감 같은 사회문제는 날 서지 않은 자세로 풍자한다. 여러 단편이 엮인 소설집이나, 겹치는 인물과 장소가 빈번하게 등장해 사실상 하나의 큰 이야기 속 작은 이야기 모음에 가깝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김사또-오지랖, 이장사-공주댁, 차돌-학생댁 부부와 십대 친구인 성빈-팔방미, 여성 이장 이덕순이 있고, 그 외에도 예리한 기억댁, 노래 잘하는 다방댁 등이 있다.

2. (농촌소설이 아닌) 시골소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 소설이 대중, 미디어, 도시가 원하는 소비를 위한 시골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힐링, 자연, 치유의 농촌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농촌을 그렸다. 스스로 사관이 되어 2015년부터 2020년 봄(코로나 이전)까지의 시골을 기록하고 남긴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골 이야기와는 무드가 다르다. 다시 말하면 반전 매력이 넘치는 소설이다. 부조화 속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그래서 더 매력적인 소설이다.

소설 속 인물들의 말과 언어 사용은 몰입감을 높인다. 토속적 사투리와 세속적 신조어가 물에 물감 풀어진듯 자연스레 섞여있다. 선득선득, 검질기다, 가뭇없다, 고시랑대다, 생게망게하다, 으르락딱딱대다, 무르춤하다, 아퀴 짓다, 에멜무지로, 흰소리, 무두질, 짯짯이, 지청구 먹다, 자심하다 등 평소 잘 쓰이지 않는 단어들을 찾아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공손수, 하꼬방, 파락호, 어지자지 등의 어원도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사자성어의 잦은 사용 역시 눈에 띈다. 전전반측, 독야청청, 와신상담, 백골난망, 수구초심 등 단편마다 한 두 개씩은 꼭 사용되어 작품의 분위기 조성을 돕는다.

해학적인 에피소드와 '웃픈' 사연들도 인상적이다. 확실히 기존 농촌 또는 시골소설에 비해 조금은 더 현대적이고 그러면서도 시골스러움은 잃지 않았다. 출판사 서평은 이 소설의 '핍진성'을 강조한다. 즉 '텍스트에 대해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이 있는, 즉 그럴듯하고 있음직한 이야기로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가 높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최신식 보일러 설치, 떨어진 은행 열매 처리, 이장 선출, 가금 처분, 코피로 인한 병원 방문, 노래 대회 등 주제부터 남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겨움까지 얹혀져 핍진성은 극대화된다.

3. 시골의 현재

작가가 가감없이 보여주는 역경리의 시간은 과거가 아닌 현재다. 그래서 받아들이기 쉽고 이질적이지 않으며 흐르는 시간 자체는 무의미하다. 시대성이 묻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현재라 더욱 소중하다. '시골의 현재'를 그리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는 그런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시점이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이며 전환도 빠르다. 무턱대고 읽다간 놓치기 쉽상이다. 자유로운 시점 전환도 시골의 현재를 보다 생생하게 전하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의 제목 '성공한 사람'과 '시골의 현재'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성공한 사람, 훌륭한 사람'이란 단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정신 차려. 책 읽다가 미친 돈키호테처럼 되기 전에!" 성공하고 훌륭해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하는 문장이다. 주인공 성빈이 내적 성장을 이루는 이 일련의 과정은 성공에 대한 독자 자신의 가치관을 되돌아보게 한다. 책이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성공한/훌륭한 사람인지, 그것이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시골의 현재를 사는 성빈의 해맑은 물음은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4. 입체적인 인물묘사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노인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십대부터 고령의 노인까지 등장인물의 연령대는 천차만별이다. 성별, 직업, 지위 모두 각양각색이라 읽는 맛이 난다. 만약 이들이 이야기마다 따로 놀고 공통분모가 없었다면 읽기에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인물들은 당연하다는 듯 어우러지며 실제로 역경리에 초대된 듯한 느낌을 준다. 때론 억지스럽고 구차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웃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감동을 주는 일을 하는 역경리 주민들. 입체적인 그들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들을 읽고 있자면 시골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것 같다.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잘 버텨낸 정도. 참 이상한 일이구나. 성공했냐고 물으니까 자꾸 실패한 일만 떠오르네. - P91

꼰대 너무 미워하지 마. 우리집엔 꼰대가 없어서 그런가 난 꼰대들이 재미있더라. 꼰대들하고 얘기하면 그분들 자체가 하나의 책 같거든. 성공한 책인지 훌륭한 책인지 그건 알기 어렵지만 아무튼 한 권의 책 같아.
팔방미가 성빈의 오른쪽 뺨을 꼬집어 비틀기까지 했다.
-정신 차려. 책 읽다가 미친 돈키호테처럼 되기 전에! - P109

너무 빨라 믿을 수 없는 세월은 묵지도 않고 어김없이 손돌바람을 불러왔다. - P205

난 그냥이라고 말하는 새끼들이 제일 싫어. 뭐가 그냥이라는 거야. 생각해보면 다 까닭이 있다고! 생각하기 싫어서 그냥, 하기 싫어서 그냥, 귀찮으니까 그냥, 쪽팔리니까 그냥. 충청도 사람들이 가장 심하게 욕먹는 게 뭔지 알아? 그 모호한 태도야.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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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세트 - 전3권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외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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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마틸다' 등의 소설로 유명한 로알드 달. 에드거 앨런 포 상,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 수상에 빛나는 최고의 이야기꾼이란 수식어를 가진 작가이며, 2000년에는 '세계 책의 날' 설문조사에서 전 세계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뽑히기도 하였다.
 
이 책들의 가장 큰 특징은 개성 넘치는 스토리와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반전이다. 한 권, 두 권 읽어나가다 보면 단편마다 이야기 말미에 상황을 뒤엎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어떠한 반전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는지 유추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잔인하거나 무섭지도 않은 것이 오묘하게 읽는 사람을 홀리고 때론 허탈하게 만든다. 최고의 이야기꾼이란 그의 명성에 걸맞는 기묘하고 소름끼치는 단편들을 읽고 있자면 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가 있다. 책을 오후에 집어들면 어느새 저녁, 저녁에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새벽 이런 식이다. 비슷한 구조의 단편들이 반복됨에도 지루하지 않고, 강한 흡입력으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책들이 이렇게까지 편하고 재밌게 부담없이 읽히는데는 깔끔하고 재치있는 번역이 한몫한다.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쓰인 관용적인 표현들이 이야기의 분위기나 말의 뉘앙스를 한층 돋보일 수 있게끔 사용되었다. 정영목 외 여러 역자분들의 세심한 번역이 빛을 발한 단편집이라는 생각이 읽으면서 절로 들었다.
 
또한 비교적 짧은 분량의 단편들로 구성된 만큼 청소년부터 성인 할 것 없이 모든 연령, 세대가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세트의 장점이다. 누가 읽어도 평균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확신한다. 세 권이라는 세트 구성과 디자인적 요소들도 모두 훌륭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 권의 단편들이 어떤 기준과 맥락에서 편집되었는지가 독자로서 잘 와닿지 않았다. 그 점이 좀 더 분명했다면 더욱 만족스럽게 읽었을 것 같다. 청소년기에 로알드 달 소설 좀 읽어본 독자라면 과거로 돌아간 듯한 진한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만약 작가를 처음 접했다면 장편도 읽어보고 싶어지는 그런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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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수수께끼 - 개정판 마빈 해리스 문화인류학 3부작 1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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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마빈 해리스(1927~2001)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세계 곳곳을 답사하면서 문화유물론의 체계를 정립하였다. 특히 문화생태학적 측면에서 가족, 정치, 경제 제도 등의 진화나 발전의 원인과 결과를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대표 저서에는 <인류학 이론의 기원-문화 이론의 역사>, <문화의 수수께끼> 등이 있다.(두산백과)
* 문화유물론?
문화유물론은 영국의 문화비평가인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가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하여 창시한 문화비평 용어이다. 인간 문화의 많은 측면을 적절히 설명하는 데에는 물질적인 요소가 중요하다고 제시한 접근이다. 마빈 해리스는 문화생태학적, 문화유물론적 관점에서 문화의 물질적 근거를 파헤치는 데 주력했기에 이 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이다. 
* < 문화의 수수께끼> 리뷰 및 분석
마빈 해리스는 첫 장부터 밑도 끝도 없이 암소숭배 문화를 객관적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돼지숭배와 돼지혐오, 원시전쟁, 극단적인 남성 우월주의 쇼비니즘, 포틀래치와 관련한 과시욕과 호혜성, 유령화물과 화물숭배, 그리스도와 전투적 메시아니즘, 마녀를 둘러싼 종교재판과 체제유지 그리고 반문화를 나열해 분석한다.
독자로서 흔히 다뤄지지 않는 주제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또 편집 면에서도 시간의 흐름과 주제별 그룹화 이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구성이라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너무도 많은 세계의 문화를 그냥 원래 그런 거야, 그들만의 문화니까 하며 넘겨짚고 지나쳤던 순간들을 반성하게 되었다. 문화를 아끼고 관심있어 한다는 말을 그렇게 하고 다니면서 말이다. 동의하기 힘든 주장도 있으나 저자가 수수께기 같은 문화에 접근한 방식, 그 시각만큼은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특히 인상깊었던 에필로그 구절.
"나는 생활양식의 현상들을 잘 이해할 경우 도래하게 될 천년 왕국적인 찬란함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적인 의식을 비신화하려 애씀으로써 평화와 정치, 경제적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전망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가정하는 건강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내가 느끼기에 마빈 해리스의 말대로 현대사회에서 '문화'는 다소 신비스럽다. 사실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수수께끼를 풀듯 파헤쳐보면 그 이면에 숨겨진 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뚜렷한 이유가 없을 것만 같은 문화적 현상들을 말과 글로 설명하려 노력한 그가 사뭇 대단하다. 더불어 마지막에 언급한 반문화운동에 대한 경계와 비판까지... 의견은 갈릴지언정 제목에서 담고자 한 모든 것을 고스란히 쏟아부었음을 알 수 있었다.
* < 문화의 수수께끼> 한줄평
마르크스와 엥겔스에게서 지성사적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문화'를 자신만의 독특한 유물론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증명하려 했다는 점에서 누구나 한번쯤 건드려 읽어볼 만한 가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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