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수문장
권문현 지음 / 싱긋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 '전설의 수문장' 은 더우나 추우나 밤낮없이 호텔 앞과 뒤를 지켜온

그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러모로 참 잘 어울리는 수식어다.

이 책은 그가 그동안 호텔에서 일하며 배우고 느꼈던 것들을

써내려간 짧은 글들을 엮은 에세이다.

시대가 바뀌고 호텔이 발전하는 그 오랜 기간 동안 늘 그 자리에서

수많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배웅했던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일기장이다.

 

사람들이 지은이 권문현을 보며 놀라워하고 감동받는 이유는

단지 그가 350개까지 차량번호와 이름, 직함을 외워서도,

고객이 택시 영수증을 받고 내리는 시간까지 계산하고 차문을 열어서도,

진상 고객보단 애정 고객이란 단어가 좋다며

어떤 일이 생겨도 진심어린 대화로 풀어나가서만도 아니다.

한 가지 일을 44년간 해온 그의 열정에 대한 경외심이 가장 클 것이다.

 

한 곳에서 3년 이상 일하기도 어려운 시대가 왔다.

유튜버라는 부캐를 만들어 부수입을 얻고,

남는 시간에 투잡을 뛰고, 프리랜서로 여러 일을 하는 게

그리 특별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런 시대에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44년간의 호텔 일대기는

조금 다른 울림을 준다.

 

솔직담백하게 써내려간 일기 형식의 글들.

이런 일도 있었구나하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글들.

마치 어린시절로 돌아가 둘러앉은 아이들 틈에서

누군가가 해주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기분.

이토록 흐뭇하고 재밌는 라떼 이야기가 또 있을까?

 

방송이나 다른 매체에서 저자를 먼저 접했다면

이 책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가 했던 말들이 더 잘 이해될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책을 읽고 인터뷰를 찾아본 케이스다.

유퀴즈 영상이나 인터뷰 기사에서 다시 본 저자는

왠지 모르게 반갑고 친근했다. 실제로 만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배울 점이 많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진상 고객‘이라는 단어보다 ‘애정 고객‘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애정이 있어야만 지적도 한다. 애정 고객은 또 찾아올 고객이다. 관계라는 것은 투명해질 때 더 견고해지는 것 같다.
명함을 받고 당신과 내가 잠시라도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는 순간,
관계가 한 겹 더 두터워지고 단단해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 P57

내 이름에는 ‘문文‘자가 들어 있는데, 항상 문門 앞을 지키고,
고객들에게 묻고問, 고객들의 말을 듣는聞 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지 싶다. - P74

어쩌다 40년 넘게 일했고
어쩌다 아직도 출근하고 있다.
어쩌다 호텔에 들어와
이렇게 맞이하고 배웅하며
고객들 틈에서
오늘도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다. - P2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