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삼국지 1 - 누구나 쉽게 시작하고, 모두가 빠져드는 이야기 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지음 / 세계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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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누구나 알고 있고 한 번쯤은 읽기를 시도했거나 읽다 포기하기도 한 책일 것이다. 어릴 적에 삼국지를 처음 접했다. 일부는 흥미롭기도 했지만 내 기억으로는 삼국지를 전부 다 읽진 못하고 중간에 읽다 말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창시절에 삼국지를 조금이라도 읽었거나 혹은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삼국지는 왠지 꼭 한 번쯤은 읽어야 할 거 같은 책이라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했던 책인지라 <설민석의 삼국지>출간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직접 강의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방송을 통해서 만난 설민석의 역사 이야기는 무척 재미나서 점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흥미를 유발하고 좀 더 알아가고 싶은 생각을 들게 만드는 힘을 가진 설민석의 강의를 책으로 만나는 삼국지가 궁금했었다.

 

 

1권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각각의 에피소드들과 역사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삼국지는 복잡하고 어렵고 인물도 너무 많아서 헷갈리기 쉬운데 그러한 점들을 배려해 아주 이해하기 쉽도록 해두었고 주요 인물들로 축약해서 보여줌으로 복잡하고 혼란스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전쟁을 하고 땅을 서로 빼앗고 뺏기고 하는 과정에서도 지도로 쉽게 그려두어 이해를 도왔다.

 

 

각 주요 장마다 인물의 관계도를 그려두어 각 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책은 무엇보다도 술술 읽힌다. 쉽고 재미나게 쓰여있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읽기에 적합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의 표지를 넘기면 앞장과 뒷장에는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각기 성격이라든지 특징을 세세하게 적어두어 책을 읽다가도 인물이 궁금하면 책 표지를 펼쳐보면 되기에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어려운 고사성어나 용어들을 배제한 것은 아마도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지 싶다. 이 책은 일단 책 자체가 크고 활자도 큰 편인데다가 중간중간에 일러스트까지 더해져서 아이들은 물론이고 책 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에게도 크게 부담 없이 읽기 좋은 편이다.

 

 

1권에서는 적벽대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끝을 맺고 있어 2권에 대한 궁금증과 이어질 적벽대전의 클라이맥스가 어떻게 될지 독자로 하여금 어서 빨리 2권을 읽을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면서 책을 맺고 있다. 1권의 책장을 덮으며 2권을 검색하니 아직 책이 출간되기 전이다. ㅠㅠ 8월 20일에 2권이 출간된다고 하니 아마도 <설민석의 삼국지> 1권을 읽은 이들이라면 2권이 어서 속히 나오길 기다리지 않을까 싶다.

 

하도 오래전에 삼국지를 접했기 때문에 잊은 것도 있겠지만 삼국지! 하면 유비와 관우와 장비 그리고 조조나 제갈공명 정도의 인물에 대해서 아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특징과 더불어 성격, 캐릭터, 역할 등을 보다 잘 알 수 있었고 인물들을 통해 삶의 처세와 지혜 등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어릴 적에 보았던 삼국지와 성인이 된 후 다시 읽는 삼국지는 분명 다를 것이다. 책이 무겁기도 하고 커서 여행 중에는 가지고 다니기 불편해서 짬 나는 시간 집에서 읽다 보니 생각보다 꽤 오래 잡고 있었다. 내용 자체만 보자면 술술 읽히는 책이라 앉은 자리에서 다 읽기에 충분할 텐데 말이다. 이 책에 흥미있는 이라면 남은 여름, 시원한 곳에서 <설민석의 삼국지>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 북캉스를 즐기는 것도 아주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는 방대한 삼국지의 내용을 단 2권의 책으로 만들다 보니 다루지 못한 부분이나 원전과 조금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안내하고 있어서 기존의 삼국지를 읽은 이들이 의아해 할 부분에 대해서도 해명을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삼국지를 이렇게 쉽고 재미나게 만들어냈다는 것에 감탄을 했고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꼼꼼함과 세심함이 역시 설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만 생각되던 삼국지를 쉽게 입문할 수 있는 입문서로는 최고라는 생각이다. 읽을 책도 많은데 "삼국지"? 에이~~ 언제 읽어~~ 했던 마음이 조만간 다른 삼국지를 도전해 볼 마음이 이 책 덕분에 생겼다. 아이들에게도 설민석의 삼국지는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적을 궁지에 몰면 아군에게도 피해가 옵니다. 그러니 뒷문을 열어 퇴로를 만들어 줍시다. 우리는 뒷문에 매복해 있다가 적장만 잡아 참수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렇듯 잘못을 저지른 이에게 빠져 나갈 틈 정도는 만들어주는 것이 사람을 상대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요? 이 이야기는 비단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식간에도, 부부 간에도, 연인 간에도, 친구 간에도 모두 해당될 수 있죠. 상대의 실수나 치부를 모른 척하고 그 실수를 너그러이 덮어주는 아량은 굳건한 자기 사람을 만드는 비결일 것입니다. - P281

"내가 예전에 유비와 나눈 얘기가 있지. 나는 천하를 얻기 위해서는 지략과 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네. 그때 유비가 고개를 저으며 천하를 얻으려면 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 그때 나는 유비를 비웃었어. 그런데 오늘에야 깨달았네. 가장 아끼는 장군의 마음 하나 얻지 못하는데 어찌 천하를 얻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 앞길을 막는 자가 있다면 손권도, 원소도 아닌 유비일 걸세.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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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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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조금 독특한 이 책은 경제학 전공자에 경제부 기자로 활동하던 문소영 기자가 예술이 일상인 삶을 살고 싶었던 그 소망을 따라 미술 전문기자가 되었고 그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고 담은 이야기들을 글로 담은 에세이다. 책의 크기와 두께 모두 부담 없이 언제나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에다 42편의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으니 여행할 때 딱인 책이다. 미술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라 하면 일단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런 염려란 거둬둬도 좋을 만큼 술술,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그런데도 가방에 늘 넣고 다니다 보니 표지는 다소 후줄근 해졌지만 후다닥 읽지 않은 것은 조금씩 아껴두고 읽고 싶은 그런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책의 첫 문장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에세이의 경우 첫 내용이 책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경우도 많고.

이 책의 첫 문장은

나는 늦게 꽃핀 예술과 학문 대가들에 엄청 관심이 많다.

였다.

그리고 첫 장의 제목도 <늦게 꽃핀 대가들>이었다. 일단 흥미로웠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를 만났을 때 호감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이 책 역시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 책에서 윤석남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수확이라 할 수 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는 마흔 언저리에 "이대로는 살 수 없을 거 같아서, 그저 살기 위해서" 붓을 들었다고 한다. 팔순의 미술가 윤석남 작가의 사진에 담긴 작품을 보면서 언젠가 꼭 이 작가의 작품은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대기만성형 대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프랭크 매코트는 "계속 끄적거리세요! 뭔가가 일어날 겁니다. (Keep scribbling! Something will happen.)"라고 했다. 방황할망정, 느릿느릿 갈망정, 그냥 늘어져 있어서는 안 되는구나. 뭔가를 끈질기게 하며 게을러야지, 무기력하게 게으른 건 안 되는구나, 죽기 전에 한번 꽃 펴 보려면.

아마도 이 글에서 우리는 작가가 제목에서 말하는 <광대하고 게으르게>의 의미를 짐작하게 된다.

 

 

 

 

미술 전문 기자의 글이라고 미술 관련된 작품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 영화, 방송 등 사회적 이슈와 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생각들과 문제점 등을 예술적 시선으로 표현하고 다루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부분이다. 읽으면서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문제들과 현실에서 느끼는 질문들을 예술적 소재들을 적절히 버무려 재미나고 이해되기 쉽게, 통찰력 있게 풀어내는 이야기꾼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예술이 단지 예술적 작품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작품의 세계를 드넓혀 삶에 녹아드는 예술적 삶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모처럼 아주 유쾌하면서도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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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나 1 - 개정판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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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책을 읽으면서 인종에 대한 생각은 그다지 해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특히나 흑인에 대해서는. 인간은 누구나가 평등해야 하고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지구상의 편견과 차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고 현실에서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다 보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미국의 흑인 인종차별에 대한 심각성과 불평등으로 인한 불편함 등을 느낀 것이 영화 <컬러퍼플>과 책 <앵무새 죽이기> 정도랄까. 처음 접하는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소설 <아메리카나>를 읽고 보니 문득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과 영화가 생각이 났다.

 

 

 

<아메리카나>는 1, 2권으로 구성된 책으로 나이지리아 출신의 대학생 이페멜루가 미국 유학을 와서 현실의 벽에 부딪치며 여성, 인종차별에서 오는 혼란스러운 마음과 유학생의 고된 삶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꿈 많던 소녀는 힘든 미국 생활에 지쳐가고... 사랑하는 남자친구 오빈제에게조차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하지 못하고 결국 마음을 닫고 혼자만의 세상 속으로 참잠되어 간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의논의 상대가 되어준 우주 고모가 그녀에게 있어서는 큰 의지가 되어 준다. 단순히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고생하며 공부하는 성공담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이페멜루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자신이 겪어야 했던 부당한 차별,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흑인 안에서도 어디 출신인지, 미국에서 나고 자란 흑인인지 다른 나라에서 온 흑인인지에 따라 그 안에서도 계층이 나누어지고 계급이 정해지는 미국 사회를 보면서 생활 속 깊이 박힌 인종차별을 뼈져리게 느낀다. 힘들었던 좌절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금 현실을 인식하면서 점점 미국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주인공. 작가가 흑인 여성이라 그런지 책에서는 인종차별뿐만이 아니라 여성의 차별과 사회 문제 등도 비판적인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주인공 이페멜루는 이후 미국 사회에 적응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유명 블로거가 된다. 그 블로그의 주제 또한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미국에서 힘든 생활을 하면서 결국 오빈제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린 이페멜루는 미국에서 다른 남자를 사귀게 된다)오빈제 역시 영국으로 유학을 간 후 미국 유학 생활을 한 이페멜루 못지않은 힘든 삶을 견디며 성장해 나간다. 각자 힘든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세월이 흘러 오빈제는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이 된다. 둘이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 생각했는데 서로 연락이 닿지 않고 각자 힘든 삶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연인 관계가 끝이 난 두 사람이 사실 좀 안타까웠다.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이지만 이십 년에 걸쳐 사랑과 이별 그리고 다시 재회로 인해 남긴 것들은 약간의 씁쓸함을 남긴다.

이 소설을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나이지리아 출신 흑인 소녀가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이라고 하겠다. 그 과정에는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도, 안타까운 순간도, 슬픈 순간도 모두 포함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어지는 소설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주의와 여성의 인권, 종교, 이민제도 등 사회문제까지 두루 다루고 있어 사회적 비판 소설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 보면 몰랐던 나이지리아의 문화와 흑인들의 생활을 알게 되는 부분도 무척 흥미로웠다. 미국에서는 뚱뚱하다가 욕이고 날씬하다가 칭찬인데 반해 나이지리아에서는 그 반대라니 그것도 참 재미난 일이다. 흑인의 머리를 만져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흑인들은 미용실도 아무 곳이나 갈 수 없다고 하니 황당하기도 하고... 생활 곳곳에서 차별이 흔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릴 적에 그림을 그릴 때면 "살색"이 있었다. 사람을 그리거나 인형을 그리면 주로 피부에 살색을 칠했는데 이것이 왜 살색인지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살색이려니... 하고 칠했던 거 같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면서 솔직히 동양인 피부색도 살색의 색은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요즘은 살색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 또한 인종차별적인 것으로 색이름이 변경되었다고 하니 어찌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생활, 사회 곳곳에 인종차별이 뿌리 깊이 박혀있었던 것은 아닐까. 흑인이 바르는 립스틱의 색을 아는가? 색조화장품은? 그러고 보면 정말 의식하지 않고 살았기에 전혀 몰랐던 부분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흑인의 생활에 대해 조금 알게 되면서 조금 더 알아가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었다. 아프리카 문학들을 조금 더 접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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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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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좀 독특하다. 우선 영화 <어바웃 타임>에 출연한 배우 캐서린 스테드먼의 소설이라는 점과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배우 리즈위드스푼이 영화 제작자가 되어 이 작품을 영화화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책을 펼치면 여자 혼자서 무덤을 파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질문을 던진다. "무덤을 파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라고.

자신의 남편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묻기 위해서 무덤을 파고 있는 그녀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시작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렇게 시작한 소설은 다시 세 달 전 과거로 돌아가 결혼을 준비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도대체 그 몇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녀는 신혼여행에서 남편인 마크를 손수 매장하고 있는 것일까... 독자로 하여금 잔뜩 궁금하게 만든 다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이 일어나게 된 상황까지 이어가는데 사실 도입 부분은 매우 흥미로워서 순식간에 빠져들어 읽겠구나 싶었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주인공 에린과 금융업계에서 일하던 마크는 결혼식을 준비하던 중 마크의 실직으로 서로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과정의 초반 부분은 생각보다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속도가 더디다가 결혼식 후 신혼여행으로 보라보라 섬으로 떠난 그들에게 가방 하나를 발견하는 사건 이후로 점차 속도감이 더해진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바다 한가운데서 발견한 그 가방을 열어볼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그들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된다.

 

엄청난 양의 돈다발과 다이아몬드 그리고 휴대전화기, USB, 권총 한 자루를 지니게 된 그들은 도대체 이것의 출처를 궁금해하면서 알아서는 안 될 것에 점차 접근하게 된다. 사랑했던 사이지만 돈이 개입되면서 서로의 관계는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하고 서로 의심하고 불안해하게 된다. 거대한 행운? 앞에서 두 신혼부부는 앞으로 잘 살아보자고 의기투합하지만 맨 첫 장에서 보았듯 그들의 결말은 비극으로 치닫고 만 것이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약 1 : 15

말씀처럼 욕심을 품음으로 계속해서 죄를 저지르게 되고 결국에는 새로운 삶의 시작인 결혼, 신혼여행이 비극의 시작이 되고 만 두 주인공. 돈이 개입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쫓고 쫓기는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막판 이야기는 최고의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죄를 짓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쩌다 보니 죄를 짓게 되고 그 죄는 또 다른 죄를 낳게 된다. 범죄에 물들어가는 인간의 심리를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없다.

차라리 그 가방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판도라의 상자는 역시나 열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느끼지만 인간이 유혹 앞에서 얼마나 결연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마크는 왜 죽었는지, 누구의 손에 의해 죽게 된 것인지... 궁금한 이들이라면 당장 책을 집어 들기 바란다. 올여름 무더위를 잊기에 딱 좋은 소설이다.

또한 휴양지에 가져가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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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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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인에게 위로를 건넬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 "힘내~"라는 말이다. 아르테 출판사와 카카오 프렌즈 콜라보 시리즈 3탄이라고 할 수 있는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는 흔히 우리가 무심결에 상대에게 건네는 그 "힘내"라는 말이 힘껏 살아왔지만 뭔가 잘되지 않고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임을 깨닫게 한다. 일반적으로 "힘내~"라는 말 앞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든지, 그래도, 좀 더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힘내고 살려고 아등바등하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이에게 또 힘을 내라고 하는 말은 지칠 대로 지친 이에겐 위로는커녕 상처와 좌절을 안겨주는 말인 것이다. 짧은 글귀에 강력한 한방을 선사하는 식의 하상욱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작가이다. 나는 시인들이 참 부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짧은 글귀와 단어 속에 엄청난 감정과 엄청난 세계를 담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함축적이면서도 응축된 단어가 품고 있는 수많은 의미들을 되새기는 그것이 바로 시의 감동이자 매력이 아닐까 싶다.

카카오 프렌즈들은 제각기 다 사랑스러운 캐릭터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바로 튜브이다. 그래서 이번 책은 더 반가웠다. 감정에 솔직한 튜브는 화가 나면 초록 오리가 된다. 이 책 곳곳에 다양한 튜브의 표정을 만날 수 있어서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이 있었다. 솔직한 감정의 표현자 튜브와 하상욱의 글은 뭔가 찰떡궁합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간 나온 피치와 라이언 보다 훨씬 더 캐릭터와 글이 잘 맞아떨어진 느낌이다.

                         

짧지만 여운이 남는, 의미를 되새겨보면 참 마음 한구석 씁쓸해지는 현실의 이야기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글들을 읽으면서 여러 마음이 들었다. 2-30대 청춘들이 읽으면 더 공감하지 싶다. 청춘의 시절을 지나고 있는 이들이 삶에서 느꼈을 수많은 감정들과 상처들을 하상욱 작가는 색다르게 위로하고 어루만지고 있다. 가슴 뻥 뚫리는 사이다식 위로가 통쾌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혼자는 외롭지만 함께는 괴로운 시대.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취업이나 결혼까지도 이젠 꿈인 시대.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을 삼켜야 했던 누군가의 속을 꺼내봤는지 하상욱 작가는 대변인처럼 속시원히 할 말 다 해주고 있다. 이러한 글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고 이 책을 읽다 보면 딱히 토닥거리는 글이나 오글거리는 위로가 없음에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주변이 환기되는 기분이 든다.

 

 

이 땅에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전하는 하상욱 식의 위로가 꽤 괜찮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혼자로 살아갈 수는 없는 일. 점점 외로운 사람은 많아지고... 관계는 더욱 힘들어지고...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와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 등으로 지쳐가고 있는 이에게 이 책은 솔직하고 통쾌한 표현으로 세상을 보는 혜안을 뜨게 해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청춘들이여!

아픈 일 잊기를,

좋은 일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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